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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원불교 중앙총부에 있는 대각전. 원불교라는 교명이 처음 선포된 대법당으로 정갈한 모습이다. ③ 소태산기념관 모습. 원불교 교리도의 형태를 본떠 지어졌다.
1924년 전북 익산으로 옮겨와 총부를 건설하고서도 그랬다. 대종사를 비롯한 교인들은 도적들이 날뛰던 도치(盜峙) 고개에 집을 지어 살며 농사짓고, 누에 치고, 엿 고아 팔며, 그렇게 노동하며 공부했다. '불법이 생활이고 생활이 불법'(佛法是生活 生活是佛法)이라는 교리를 몸으로 실천했던 것이다. 일원상 처음 봉안된 대각전…장식 없는 단정한 모양 대종사 탄생 100년 기리는 기념관, 교리 큰 틀 '상징' 그런 그들에게 화려무비(華麗無比)의 건축물은 애초에 생각될 일이 아니었다. 전북 익산시 신용동 중앙총부 내 익산성지에 사람을 압도하는 건축물이 없음은 그런 이유에서다. 중앙총부 정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오른편에 1920년대에 지어진 건물 7동이 옛 모습대로 남아 있음을 보게 된다. 원불교의 전신인 '불법연구회' 간판을 처음 내건 본원실, 대종사의 거처로 지어진 금강원, 대종사뿐만 아니라 2대 정산 종사, 3대 대산 종사가 열반한 종법실, 집회소였던 공회당, 대종사의 집필장소였던 송대 등이다. 모두 일본식 주택건축 영향을 받은 목조 구조의 개량 한옥들로, 10~30평 규모로 소박하다. 그와는 별도로 정문 왼편 언덕에 대각전(大覺殿)이 있다. 이 대각전이 원불교 역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 건축물이다. 법신불 일원상이 공식적으로 처음 봉안된 곳. 일원상은 우주만유의 본원(本源)이자 모든 성자들이 깨달은 진리이며, 모든 중생의 본래 청정한 마음을 상징한다. 원불교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인 셈이다. 대각전은 처음부터 대법당의 목적으로 지어져 1935년 준공됐다. 84평 단층 규모로, 주된 구조는 목조. 기둥 사이에 대나무 등으로 외를 엮어 그 위에 시멘트와 흙으로 채우고 기둥까지 모르타르로 덮은 일본식 벽구조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외관은 단순화된 서양식 건축으로 지었다. 두 개로 나누어진 출입구 상부에는 캐노피를 설치했고 처마 끝에는 물홈통을 설치했다. 동시에 지붕은 대량 생산이 용이한 시멘트 기와로 네 개의 추녀마루가 동마루에 몰려 붙은 우진각을 형성해 놓았다. 일본식, 서양식, 한국식이 절충된 것이다. 각별한 의미를 갖는 건축물인데도 별다른 장식이나 상징물이 없다. 정갈할 뿐이다. 단지 출입문 위 3개의 현판이 눈에 띈다. '精神修養' '事理硏究' '作業取捨'. 정신수양은 수행, 사리연구는 지혜의 탐구, 작업취사는 업을 짓는 데서의 버리고 얻음을 의미한다. 불교로 치자면 계정혜(戒定慧)에 비견되겠다.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 텅 비어 아무 것도 없다. 텅 비어 청정한 일원의 진리에 어울린다. 법당 전면에 모신 일원상의 불단은 단정하다. 일원상이 금빛인 것은 아무것도 없음이 못내 아쉬운 대중의 소박한 신앙 표현일 터이다. 최근 원불교 내부에서는 이제는 원불교의 이상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년 후면 창종 100주년인데, 100년 역사를 가진 종교로서 독자적인 양식의 건축물이 나와야 한다는 그런 고민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총부 내 소태산기념관은 선구적이다. 1991년 완공된 소태산기념관은 소태산 대종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것. 대종사의 생전 유물을 전시하고 그의 성상을 모신 곳으로, 철근 콘크리트 외벽에 화강석을 덧붙인 구조이며 지붕 위 돔은 철골조로 올렸다. 총 369평 규모. 전체 외형은 원불교 교리도를 본떴다. 1층 기단부, 2층 중간부, 지붕 등 3개로 구분해 3학을, 기단에서 지붕을 떠받치는 4면 각 2개씩의 기둥은 8조를 뜻한다. 2층 기념홀의 정방형 평면과 네 모서리 부분의 원통형 구조는 4은4요를 의미한다. 또 지붕 중심의 반구형 돔은 일원을 상징한다. 3학은 앞에서 말한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를 일컫는 것이고, 8조는 나(懶)·불신·의(疑)·신(信)·우(愚)·탐욕·성(誠)·분(忿) 등 얻고 버려야 할 사항을 말한다. 4은4요는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은혜를 갚고 자력양성·지자본위(智者本位)·타자녀교육·공도자숭배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결국 건물의 형태로써 원불교 교리의 대강을 표현한 것이다. 원불교백년기념성업회 사무총장 김경일 교무의 말은 앞으로 원불교 건축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짐작케 해 준다. "눈에 보이는 형상은 원불교의 근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100년 역사를 대변하는 고유의 건축양식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대한 절제된, 그러면서도 충분히 원불교 이념을 나타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종사 탄생 100년 때 기념관이 건축됐듯, 원불교 100년 때에는 새로운 건축 표본이 제시될 수 있을 겁니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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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arie의 문화세상(부산) 원문보기 글쓴이: Ma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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