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눈비 오는 날에 가습기를 쓸까
2017.2.3.
몸이
으슬으슬 춥고 괜히 열이 나는 듯하면 예전에 어른들이
하셨듯이 나도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대 본다.
하지만 손으로 어떻게
제대로 열을 잴 수 있을까?
우리 몸에서 가장
온도가 낮은 신체 부위의 하나인 손으로 이마를 만져
봐야 이마가 더 따뜻하고 우리 손이 1~2℃의
차이를 알아챌 만큼 예민하지도 않다.
이제는
예전에 쓰던 수은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끼고 있을 필요
없이 디지털 체온계를 귓구멍에 대면 1초
만에 금방 정확한 체온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
요즈음
의료 기관에서는 비접촉식 체온계도 쓰고 있다.
그렇게
체온 측정이 용이해진 것처럼 발달한 전자 계측기
덕분에 온습도 측정도 마찬가지로 쉽고 편리하게
되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만 해도 과일 저장고의 온습도를
알기 위해 아버지께서는 습도계에 물을 넣고 젖은
온도계와 마른 온도계의 눈금 차이를 이용해 습도를
측정하셨다.
하지만
요즈음의 디지털 습도계는 그런 복잡한 과정 없이
건전지만 넣어 측정할 장소에 놓아두면 변하는 습도와
온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표시해 준다.
우리가
춥거나 덥다고 느끼는 것은 기본적으로 온도와 상관있지만
습도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름에 같은 온도라도 한국이나 토론토같이 습도가
높은 곳에 있으면 쉽게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고
불쾌지수도 높아진다.
반대로
오카나간같이 사막과 비슷한 지역에서는 습도가 낮아서
온도가 더 쉽게 올라가 여름에 더 온도가 높지만 서울보다
견딜 만하다.
8년
전 큰 아이가 릴루엣에 래프팅을 하러 간 날 기온이
38℃가
넘었는데도 그늘에 서면 그럭저럭 참을 만했던 것도
그곳이 아주 건조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겨울이면 주로 비가 오는 밴쿠버는 높은 습도 때문에
일교차도 적고 위도가 한국보다 훨씬 높은 데도 겨울이
온화한 이유의 하나가 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습도는 우리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증식을 돕고 천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반대로
습도가 너무 낮으면 입,
목,
눈과
피부가 건조해져서 감기도 잘 걸리고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1)
이미
상대 습도에 대해서 배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새삼
습도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면서 먼저 화장실과 방들의
온습도를 정확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여름 디지털 온습도계를 구입해 집에 놓았다.
이
온습도계는 본 기기 외에 세 개의 원격 측정기가 달려있어
집안 네 곳의 습도를 본 기기 하나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밴쿠버의
여름은 비가 거의 안 오고 햇볕이 따가울 정도로 강하니
여름철에는 보통 빨래를 건조기를 쓰지 않고 밖에
건조대에 널어 내놓으면 반나절이 안 되어 뽀송뽀송하게
마른다.
당연히
더운 여름이니 난방을 하지 않았고 건조하니 환풍기도
틀지 않았다.
그래도
식구들이 샤워하면서 나오는 습기와 해가 지면서
떨어지는 온도 덕에 밤에는 실내 습도가 보통 40%
안팎으로
유지 됐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습도는 쉽게 60~70%에
이르렀고 종종 욕실에 제습기를 틀어 과도한 습기를
제거해야 했다.
그래야
축축한 느낌 없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은 밴쿠버의 그 어느 해 겨울보다
추웠던 지난 12월부터
일어났다.
습도계는
집안 곳곳의 습도가 30%를
밑돈다고 가리켰다.
제습기는커녕
욕실 환풍기도 전혀 켜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올겨울 추운 날에는 제습기나 환풍기를 거의 쓰지
않았다.
도리어
거의 매일 빨래를 해서 방마다 건조대에 빨래를 나눠
널었다.
이렇게
해서 겨우 40%
내외의
건강 습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습도계를 사용하기 전에는 겨울이면 유리창에
종종 이슬이 맺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욕실에 제습기를
켜고 빨래는 건조기로 바싹 말렸었다.
올겨울은
종종 한밤중이면 영하 10℃
안팎까지
수은주가 떨어지니 실내외의 온도 차가 30도가량까지
벌어졌다.
그러니
보일러는 쉼 없이 작동하다시피 하고 실내 습도가
이렇게 낮아진 것이다.
즉,
날씨가
추워 난방을 해서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질수록 실내
습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쾌적한 실내 적정 습도는
40~70%라고
한다.
또
실내 온도에 따라 적정한 습도가 달라 15℃에서는
70%
정도,
18~20℃에서는
60%,
21~23℃에서는
50%,
24℃ 이상에서는
40%가
쾌적한 습도라고 한다.2)
한국에서
살 때는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들을 생각해 이런 습도를
유지하려고 하얀 분말을 내뿜는 듯한 가습기를 겨울은
물론 봄 가을에도 종종 사용했다.
나는
가습기가 주는 물기 머금은 공기의 느낌이 싫었다.
그러나
그보다 제습기를 닦다 보면 미끈미끈하고 곰팡이 같은
것들이 잘 닦아지지도 않아 왠지 기분이 언짢았다 –
'이런
걸 쓰면 결국 곰팡이를 들이마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민 와서는 아예 가습기를 사지 않았다.
사실상
일종의 독극물인 가습기 살균제가 한국에서 시판되기
시작한 1994년부터
800여만
명의 사람들이 살균제를 사용했다3)고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11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4)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민 후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밴쿠버에서도
매장의 소형 가전 코너를 지나다 보면 가습기가 제습기보다
훨씬 많이 진열 되어 있어 나는 의아해했었다.
'겨울이면
거의 매일 비가 오는 도시에서 왜 가습기를 저리 많이
팔지?'
그런
나의 의문은 이번 겨울 집에 사 놓은 습도계를 보면서
저절로 해소되었다.
마치
내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열이 없나 살펴보듯이 집안
습도를 창문에 생기는 이슬만으로 잘못 짐작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 어른들이 하셨듯이 가습기 대신 젖은 빨래를 널고
제습기나 환풍기를 틀지 않음으로써 건강 습도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덕분에 감기에 잘 걸리는 딸 아이가 이번 겨울에는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아 무엇보다 기쁘다.
물론
전기료도 아꼈으니 금상첨화이다.
내
손바닥 반만한 작은 기기가 고맙고 새삼 조상의 생활
지혜가 소중하게 여겨진다.
http://primeheating-blog1-blog.tumblr.com/post/503639356/%EB%B3%84-%EA%B2%83-%EC%95%84%EB%8B%8C-%EC%8A%B5%EB%8F%84-%EA%B7%B8-%EC%86%8D%EC%9D%98-%EC%97%84%EC%B2%AD%EB%82%9C-%EB%B9%84%EB%B0%80
http://web.kma.go.kr/notify/epeople/faq.jsp?bid=faq&mode=view&num=63
http://aftertherain.kr/%EC%9A%B0%EB%A6%AC-%EB%AA%A8%EB%91%90%EC%9D%98-%EC%9E%98%EB%AA%BB%EC%9D%B4%EB%8B%A4-%EA%B0%80%EC%8A%B5%EA%B8%B0-%EC%82%B4%EA%B7%A0%EC%A0%9C-%ED%8C%8C%EB%8F%99%EC%9D%B4-%EC%A3%BC%EB%8A%94-%EA%B5%90/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786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