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의 운전기사 역할 30년째, 조수석에 앉아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스릴을 태균이는 너~~무 즐기고 있습니다. 바람처럼 차를 몰고 이리저리 종횡무진하는 엄마에게 길들여 엄마를 이용해 태균이도 종횡무진에 즐기다못해 요즘은 적극적으로 엄마의 차운전을 명령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주는 비가 참 많이도 내립니다. 등산도 산책도 모두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제는 잠시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태균이 등산가겠다고 연실 제스츄어를 해댑니다. 비로 인해 등산길이 어떨지 알 수 없으니 간만에 재래시장을 찾아 시장구경과 시장통 먹거리도 맛보고 올 심산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시흥 쪽 재래시장을 목표로 검색하는 걸 유심히 보면서 시장을 가보겠다는 엄마의 제안에 몹시 흡족한 표정을 보이는데 머리 속으로는 모란시장을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시흥 삼미시장에 볼거리, 먹을 거리가 많다는 정보에 따라 시흥쪽으로 달리고 있는데 저도 놀랄 정도의 태균이 길눈 기억력에 새삼 놀람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시흥을 가려면 시화방조제를 건너 정황ic쪽으로 쭉 직진을 해야하는데 계속 직진하는 저에게 왜 우회전을 하지않냐고 재촉을 해댑니다. 태균이의 재촉이래봐야 손가락질을 해대는 것이지만 큰 사거리를 두번 지나치는 동안 내내 우회전을 왜 하지않냐는 표현을 자꾸 해댑니다.
아, 놀랍지만 태균이가 우회전하자는 그 길은 바로 영흥도 이사와서 초기에 딱 한번 가보았던 안산5일장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김치만두먹자~~라는 엄마제안에 태균이 머리 속에는 안산재래시장이 그려지고 더불어서 거길 가는 도로망이 딱 떠올랐던 것입니다. 놀라워라, 오래 전에 한번 밖에 가보지않았던 찻길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니...
평소에 집에서 용인 학교가기 위해서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단 월요일 오전은 준이를 데리러가야 하기에 다른 고속도로망을 타게 되는데 가끔 준이데리러 가기 전에 학교근방에서 볼 일이 있어 영동고속도로를 타기라도 하면 태균이의 손가락질은 빨라지곤 합니다. 왜 준이집 방향으로 안가냐는 항의성 손가락질이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말귀 알아듣는 것이 정말 많이 좋아져서 설명을 해주면 어렴풋하겠지만 수용을 하고 자기의 생각을 심하게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머리 속에 경기파장들을 줄여나가는 작업은 그래서 참 중요합니다. 태균이의 오랜 치료과정을 지켜보면, 경기파장으로 인한 강박과 상동행동, 감각추구 등에서 벗어나니 그만큼 뇌에 여유가 생기면서 일상의 정상적인 생활수행 능력들이 빠르게 회복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완벽하게 벗어나진 못했지만 완전 0%가 될 때까지 저는 끝까지 지켜보며 노력하고 싶습니다.
힘들게 짐메고 산길 바닷길 걷는 것보다는 볼거리 먹을거리 넘쳐나는 시장통을 오니 두 녀석이 너무 즐거워합니다. 다양한 모듬전과 커다란 빈대떡, 얼큰김치칼국수를 먹으며 놀랍지만 이 모든게 32,000원 밖에 하지않습니다. 모듬전 10,000원, 빈대떡 7,000원, 얼큰칼국수 5천원에 3인분 15,000원 즐거운 것에 비해 가성비 짱입니다.
시장에 왔으니 이것저것 장봐서 태균이의 커다란 배낭에 넣어주니 마치 큰산이라도 오르는 폼새로 잘도 다닙니다. 사진이 없어 갑자기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간만에 재래시장 구경에 즐거운 오후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태균씨에 관한 이런 글이 제게 희망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