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작 중 뛰어난 작품을 만든 감독은, 후에 조금 실망스러운 작품을 내놓아도
완전 박살 아니면 살포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평론가들이 막 까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 ‘왕의 남자’ 이후 ‘라디오 스타’와 ‘님은 먼 곳에’를 만들었다.
‘라디오 스타’도 범작에 머물렀지만 ‘님은 먼 곳에’는 범작 이하였다.
그래도 당시 이준익 감독이기에 슬쩍 넘어갔다. 헌데 이번에는 대형사고를 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최악의 영화이다.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개봉했는지, 이걸 영화라고 관객에게 보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선 선조, 정여립의 대동계 사건이 배경이다.
역사적 검증은 상관없다고 보고 영화를 들여다보면, 썩어빠진 조정을 뒤엎고 민중이 세상의 주인이
되고자 스스로 왕에 오르려는 차승원, “칼잡이는 칼 뒤에 있어야 한다‘며 차승원을 죽이려는 장님 검객
황정민, 권력자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굴레 속에서 분노하는 백성현. 이 세 사람이 갈등구조의 핵심이다.
영화는 먼저 갈등구조가 관객에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서자라서 세상을 원망하며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던 백성현은 아버지가 ‘왕도 서자’라는 한 마디에,
그 아버지가 차승원의 칼에 죽자, 죽기 살기로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 우습고 왜구를 무찌르고자
조직된 대동계가 명분 없이 정부를 전복하는 반군세력으로 나가는 것도 웃긴다.
정여립을 죽인 차승원에 복수하려는 황정민과 그를 따라 다니며 제자 행세하는 백성현의 구성 또한 장난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왜적의 침입으로 아무도 없는 궁궐에서 왕좌에 앉아보는 백승헌의 행위는 가관이었다.
따라서 차승원의 칼과 황정민의 칼을 들고 왜적에게 용감하게 돌진하는 그의 용맹이 무상할 뿐이다.
감독은 왜 이런 장면으로 결론을 맺었을까?
민중의 칼과 스승의 칼, 둘 다 같이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일까?
민중(서자인 뱃성현)이 곧 왕이라는 맥락에서 왕의 의자에 앉는 장면을 넣은 것인가?>
관객 어느 누가 그리 생각해 줄 수 있을까? 공허하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내내 관객에게 뭔가를 주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멋진 화면으로, 멋진 대사로 장황스런 설명을 하며.......
그러다 영화 속에서 길을 잃고 만 꼴이 되었다.
나는 이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고 관객은 이 장면은 이렇게 받아들여야 하고 저 장면은 저렇게
보라며 영화 안에서 강요하는 꼴이 된 것이다.
주인공의 고민과 갈등을 관객이 같이 나누어야 하는데 감독 혼자 고민한 것이다.
영화 속 인물이 서로 녹아들지 못하고 갈등구조가 따로 노는데 황정민의 장님 연기와
애드립이 무슨 대수인가?
이준익 감독은 영화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관객이 느끼도록, 관객이 결론을 내리도록 기다려야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그렌 토리노> 마지막 장면에서 시거를 가슴에서 꺼내며
총에 맞아 죽기 위해 120분을 기다렸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만들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임상수 감독은 영화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편치 않은 감독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증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창동이나 박찬욱, 홍상수처럼 매니아 층이 두터운 감독도 아니다.
그러나 작가적 고집도 있고 영화도 잘 만드는 감독이니 제작자 입장에서 함부로 할 수도 없는 감독이다.
그가 <하녀>를 가지고 최근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갔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근본으로
하지만 그의 새로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녀>의 결말은 전도연이 이정재의 대저택 거실 상들리에에 매달려 스스로 분신하는 장면이다.
너무 생뚱맞다. 갑자기 분신이라니? 아직 이야기꺼리가 꽤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분신하기 전,구성 인물사이의 사건이 더 있음직한데... 그냥 분신으로 끝나는 건가? 였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강렬한 임펙트를 너무 생각해서 인가?
임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거의 냉소적이다.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부터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 <오래된 정원>등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느낌은 ‘냉소’이다.
<하녀> 역시 사람과 사회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침에 베토벤을 연주하는 이정재(베토벤을 연주할 줄 알면 뭐 하나? 인간이 덜 됐는데)
남편을 바람나지 않게 하기 위해 보는 책이 ‘제2의 性’ 이건 웬만한 유럽 여성들이 보는 책이라
칸 영화제 관객들이 씩 웃음 지을 수 있는 장면이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이정재를 수행하는 비서의 삐그덕거림(공항장면).
매일 고급 와인을 마시지만 입 안에 넣고 후르륵거리는 이정재의 모습 등에서 감독의 냉소적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냉소가 영화 끝까지 갔으면 어땠을까?
전도연이 분신하지 않고 다시 들어와 예전처럼 이정재의 하녀 겸 정부가 되어 산다면 어땠을까?
전도연은 잠자리 한 번 당 천 만 원씩 받고, 이정재의 부인 서우는 혹시나 또 애를 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윤여정은 그런 그들을 즐기고 그렇게 끝을 맺으면 어땠을까?
더욱 임상수답지 않았을까?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 절묘한 화면배치 등의 장점이 있음에도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범작에
머무는 까닭은 드라마의 구성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생뚱맞은 분신 장면은 블랙 코메디로서의 장점도 망가트린다.
아마 <하녀>는 임상수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성공적인 흥행기록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임상수 감독은 다음 영화 만들기는 과거보다 좀 더 수월할 것이다.
꽤 많은 제작자들이 그에게 손을 내밀 것이기에.....
그러나 <하녀>는 거기까지가 끝일 것이다.
蛇足) 1. <구르믈 버서난...>은 배우들의 연기가 붕 떠 있다. 먼저 차승원은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와 똑 같다.
백성현과 한지혜는 논하고 싶지도 않고 그나마 황정민의 연기도 드라마가 살지 않으니 묻혀 버린다.
아 ! 글구 누가 차승원에게 캐릭터 살린다고 앞니를 드라큐라처럼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 누구 발상인지 참 원......
2.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과 같은 작품이다.
다시 개봉한다고 하니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보시라. 걸작 중의 걸작이다.
첫댓글 아이구 차말로 대단하십니다 전 구르믈.. 볼려고 햇엇어요 왜 이준익감독이니까요..글구 사극을 좋아하기도 하구요..근데 시간내기도 수월친 않지만 보신분들이 권하질 않아서 안봣거든요 안보길 잘햇네요 아하녀 김기영감독의 하녀에선 윤여정이 하녀역이엇던 걸로 기억되 지네요전게현이 부인이엇던가 부인에게 당돌하게 (원래 목소리가 강하고 당돌하다는..) 말하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신작을 보진못햇지만 막연히 전작이 훨나을것같단 생각을..) 사회만 잘 보시는 알더만,,영화평론가시네요
세밀한 분석과 평. 잘보고 갑니당
안녕하세요 마담 올리브님. 영화에 관심도 많으시군요. 헌데 오래 되다보니 <하녀 1960>와 <충녀 1971>를 혼동하신듯 합니다. 둘 모두 김기영 감독의 작품입니다만 윤여정이 나오는 영화는 <충녀>입니다. 말씀하신 전계현과 남궁원이 나옵니다. <하녀>는 김진규, 주증녀(부인) , 이은심(하녀), 엄앵란이 나옵니다. 안성기도 다리 저는 아들로 나오지요. 6월 3일 재개봉하면 꼭 보세요. 항상 건강하세요... 23:54
아그런가요 혼동 햇네요 ,... 근디요하녀를 봐요, 말아요 v아짐 말따나.. 호락님이 보라심 보러 갑시당 수님도 보고잪다는데...
v아짐
어이쿠이준익감독 얼굴을 보는 순간빈섬 김부곤(울 카페 회원 거 유명한 건축설계사 있잖우 딱 이준익감독이랑 똑 닮았다 생각하면 되우)님이 왜 떠오른다냐 영화 속에서 길을 잃은 이준익감독의 작품은 통과...'하녀'를 본 영화평론가 혹은 기자 말이 임상수감독은 자기 역할에 빛을 발하는 여자 주,조연 전도연 윤여정에게 많은 빚을 진거라고 평하던데....작품 원작과의 비교는 그렇고...혹 처음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김수현이 끝까지 계속 썼더라면 좀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드라마와 영화는 다르지 싶기도 하고...긍께...시방 하녀를 보라는겨 말라능겨그려나 술 한잔 했슝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 전도연, 윤여정의 연기마저 없었다면 끔직했을거라는.... 이정재도 올만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았다고 생각됨. 김수현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다더라도 결국 임상수표 영화가 되었을겁니다. 전도연, 윤여정의 연기만 보아도 돈은 아깝지 않으니 보셔요. 글타고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 글구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보시라는......
하녀를 일요일 밤에 벌써 봤다는.우리동네 만 먼저 개봉했나?...모 CGV에서 봤는데. ..구성력이 떨어지는 범작 이라고 생각된다..야한 장면이 많다는 소문이 나서 그럴까?.. 평소에 안 보이던 중년층이 많았다.. 야한 장면은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오고요...화면속 장면 보다는 상상속의 에로티시즘이 많았다고나 할까..재벌 혹은 졸부들의 사회적 폭력.그리고 천민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한 영화라고 생각된다..그런데 이야기 전개가 후반부에 가서 너무 작위적으로 흐릅니다. 전도연의 또다른 칸느 영화제 출품작이었던 밀양에 비하면 감동성이 떨어지는 평범한 영화로 생각됩니다..지호락님의 탁월한 분석과 비평에 박수를 보냅니다
<밀양>의 마지막 장면. 잘려 나간 전도연의 머리카락이 하수도 수채구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감동을 주는 것은 '용서'라는 화두에 대한 그 이전 이야기가 관객에게 설득력있게 가슴으로 전해진 때문이지요. 임상수 감독은 독특한 시각으로 영화를 만드는 재능은 있으나 그 재능이 아직 가슴으로 이어지지 못함이 그가 풀어야할 숙제라 생각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지호락님 글 읽으면 영화가 너무미로워져서 항상 꼭 봐야지 하고 있다가 한번도 못보고 지나갔어요...애고 죄송합니다
허허 뭐 지송까지나...ㅎㅎ 읽어 주시고 관심 주시는 것만도 고마운데요..,.. 목 관리 잘 하시고 6월 10일 공연 때, 관객들이 만땅 차시길 바랍니다.
영화 "시"를 보려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하녀를 보았습니다한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히 하던지을 이곳저곳 헤집어 놓는
특
그래도 배우들의 이름값은 하겠지하는 마음또한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
어느 배우를 시켜도 그정도는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고
기득권자를 고발할려면 정
꼭 음식 편식하는 사람이
심드렁함이라 해야 할런지
......
핵심이 없는 그런영화 였습니다
전개도 그런데 결말은 참 어처구니 없더군요
얼마나 허망하던지
......
그런게 복수라면
그건 복수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지는것이지요
.....
영화를 보구나와 희롱당한 기분이 든건 처음이네요
아주 기분이 좋지
......
않았어요`가슴이 답답해지고
암튼요
슬데 없이 마지막 장면이 자꾸 오버랩되니
.....
이나라를 떠나 똑같은 모습으로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살아가는것이 사람이라면
과연 사람이란 무얼까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해져 오더군요
......
정말 저런부류의 사람들도 있을까
더러는 있을수도
....
하지만 그외엔
의도가 냉소라면 성공한셈
영화모구 이런기분드는건 처음 이었습니다
지금쯤은 막을 내렷을런지도 모르겟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