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목탁구멍... 오현경 선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3-09-18/짝재기양말
추석명절이라 온 백성이 들떠 싸돌아다니는 작금..
정신없는 대학로에 어디에 조용한 연습장.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몰입연습중이다.
연극명찰중에 이보다 긴 게 있나~ 욕 같은.. 십팔字.
23일 개막, D-일주일, 드레스리허설이 한창이다.
까까중 5인분인 배우들 캐스팅포지션이 심상찮다.
★오현경(방장), 이문수(탄성), 박팔영(도법), 민경진(원주), 배수백(월명)
안 깎아도 되는 배우 최종원(망령)에 박민정(여인)까지..
그간 이 작품은 23년 전부터 지금까지
잊어먹을 만하면 한 번씩 띄엄띄엄 해온 전무후무 명작이다.
내가 본건 초연부터 지금까지 3번, 이번이 4번째..
문예회관소극장(1990년 초연)
학전블루(2002년)
★김태수(방장), 정종준(탄성), 최정우(도법), 공호석(원주), 지춘성(월명)
제일화재세실극장(2006년) - 비구니 버전으로..
★이인희(방장), 이영란(탄성), 연운경(도법), 윤순옥(원주), 손성림(월명)
어디서 했건 어떤 배우들이 나왔건
이만희 희곡, 강영걸 연출의 최고작품이라 보기에
그 신뢰도와 완성도는 가히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글 가루가 말이 되어 공간을 채워나가는 언어적 유희.
고상한 설법으로, 일상적 화법으로, 놀이적 농담으로, 악담으로..
그런고로 연습실에서 보는 듣는 것만으로
아니, 눈감고 대사만 들어도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눈뜬장님이 되어서 들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
이러니 모든 장치와 요소가 들어가 비벼진
극장에서 보는 감화의 데미지는 무진장하게 클 수밖에 없다.
23일(월)부터 29일(일)까지 1주일이 설레어진다.
--- 아직도 전두엽에서 안 떠나고 버티는 생생한 말들.. '
체~ 바느질하는 손놀림만 부드럽다고 합디다.'
'...적게 먹고 가는 똥 누셔야죠~'
'아유, 이 오도방정,
눈에 띄면 방해될까봐 몰래 가려 했는데...
죄송해요. 누룽지 좀 싸왔어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개구리 점프하듯 끼니를 건너뛰시면 어떡해요...
콩나물, 두부, 참기름은...
까스명수, 활명수, 박카스~ 말씀만 하세요. 제가 즉각...'
'아유, 이 오도방정,
항상 입조심 몸조심 한다는 게 또 이러니..
전생엔 지가 비구니였나 봐요~ ...
아유, 이쁘기도 해라. 히익 이 입! 부처님께 이쁘다니,
호호호호홍.. 존안유망 하시네요~'
'전 밤마다 스님만을 생각한답니다.
난 언제나 저런 스님이 될꼬, 말없이 조용하고 그 가운데 움직이시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 너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장 28절.’
--- 까까중 연극이나 이처럼 성경말씀도 한마디 뱉는다.
이에 질세라~ 10000년 소년 같은 월명曰~
'절은 더 지어서 뭘 해요. 사방천지가 절이고 있는 절도 개판인데..
지가 큰스님 되면 사원건축 불허령을 내리겠어요.'
'...여기까장(입안을 가리키며..)
끄집어낸 가래를 아무 생각 없이 삼킨 것인데,
그 누런 가래를 책받침에
일단 뱉었다가 먹으라고 하면 못 먹는다 이 말입니다.'
'... 뽀뽀만 해도 그래요. ...
상대의 침을 쪽쪽 빨아먹는다고 합디다.
그걸 이렇게 해보자 이 말입니다.
서로 주둥이만 살짝 갖다대고 침은 각각 사발에 꺅꺅 뱉어 건네준 다음
상대의 것을 핥아먹는 거죠.
똑같은 재료에 양이랑 색깔도 같은데...'
'.. 꼬부랑 자지는 항시 지 발등에 오줌 눈다 안 하던가~'
'재수 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다고 안 합디까~'
웃기는 얘기가 먼저 생각나니 먼저 깔아봤지만
방장, 탄성, 도법의 심오한 철학적 대사는 녹음했다 써먹고 싶다.
자기 정신세계가 속세에 얼마나 상했나 진찰용으로.. ..
목탁구멍...은 종교적 사유를 초월한 山房閑談(산방한담)이다.
생사의 더함과 덜함을 고찰해보는 ‘초월의 미학’이고..
..목탁구멍...은 불당연극의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어떤 맥락에선 기독교적 세계관과 모든 종교적 색채를 아우른다.
따라서, 예수쟁이니 무신론자니 그런 것 따질 필요 없이
우리 모두에게 교훈이 되고 지침이 되며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깨달음을
느끼게 해줄 가능성 높은 종교성을 초월한 작품이라 본다.
--- ..목탁구멍...을 볼 때마다 어김없이 생각나는 건~
서로 친구이자 선후배사이였던 정신분석학자 2인분.
‘칼 구스타프 융’과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찢어진 건 종교적 이유다.
프로이트는 종교를 무가치한 환상이라 무시해버린 반면,
융은 심리치료 심성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표현을 썼다.
융이 그랬던 것은 중국의 점술서인 '주역'을 졸라 파고서 해석서를 출간하면서,
그 와중에 깨닫게 된 샤머니즘의 의학적 효과를 알게 된 것.
이 연극이 도법스님이란 인물로 뼈대를 세운 것은
융이 종교의 敎義學(교의학)에 가치를 부여한 그 맥락이 같다고 본다.
불교라는 종교성을 해탈하고 삶의 철학성을 부여한다는..
어쩌다 말이 좀 어려워 졌나~ 그럼, 쉬운 소리로..
인생+철학.. 그거 별거 아니란 얘기다.
목탁구멍 속에 작은 어둠일 뿐~ 대단한 게 아니란 것.
쉽고 재미나게 연극으로 이해해보자는 것!
이번 작품에선 방장스님으로 오현경 선생이 나온다.
평소 존경해왔던 원로배우를 연습현장에서 구경하는 영광을 누리면서..
오현경 선생을 연극에서 보는 그 끝이 아니길 바래본다.
장민호 선생, 백성희 선생처럼..
부디, 10년은 더 현역에서 활동하시기를..
천명을 다할 때까지 건강하시며..
오현경 선생의 잔잔한 연기 파워를 현장에서 느껴보시길..
나처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팬이라 자부한다면..
문의-02-2272-2152 홈-http://2013moktak.com
http://blog.naver.com/jjagida
http://www.otr.co.kr/column_board/index.htm?lsid=13
http://www.facebook.com/#!/jjagi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