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루이즈 부르주아의 2003년 작품 photo 트루PR&Creative |
전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보드카 중 하나. 미국 시장에서 연간 1만2000상자였던 판매량이 단 10년 만에 270만상자로 증가한 기적의 술. 술맛만큼이나 예술적인 병 디자인으로 유명한 브랜드. 스웨덴의 대표적인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가 그동안 전세계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한 20점의 작품을 들고서 한국에 상륙한다. 앱솔루트는 4월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THE ABSOLUT ART COLLECTION IN SEOUL’이란 이름으로 전시회를 연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1979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전통의 보드카 브랜드다. 앱솔루트 보드카의 시초는 브랜드가 탄생하기 1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9년 라르스 올슨 스미스(Lars Olsson Smith)가 연속 증류라는 새로운 공정을 거쳐 앱솔루트 퓨어 보드카(Absolut Rent Brnvin)를 생산한 것이 앱솔루트 보드카의 원형이다.
사람들은 앱솔루트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예술적인 디자인과 참신한 광고로 승승장구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앱솔루트의 ‘아트 마케팅’은 그들의 생존전략이었다. 앱솔루트가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던 1980년만 해도 미국인들은 ‘보드카=러시아 술’이라는 인식이 확고했다. 그 당시 수입 보드카 시장의 80%는 러시아 브랜드 ‘스톨리치나야(Stolichnaya)’가 장악하고 있었다. 앱솔루트는 전통 있는 최고급 보드카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스웨덴 술이었고, 브랜드 이름도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특징이 부족했다.
이때 광고대행사 ‘TBWA’는 병의 모양을 신비롭게 부각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제시했다. 이 회사의 그래픽 디자이너 제오프 헤이즈(Geoff Hayes)는 술병을 그리고 병마개 위에 후광을 넣은 다음 “이것은 완전히 순수하다(It’s absolutely perfect)”라는 카피를 썼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제품에 대한 어떤 내용도 없이 병과 ‘ABSOLUT PERFECTION’이란 카피만 남긴 광고안이 탄생됐다. 병마개 위에는 후광이, 병 뒤에는 동그란 빛이 빛나게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잡지에 실린 앱솔루트 광고를 몰래 찢어갈 정도로 앱솔루트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980년 앱솔루트 보드카는 미국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1만2000상자가 판매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1991년에는 270만상자를 판매해 수입 보드카 시장에서 스톨리치나야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그 이후 앱솔루트는 30년이 넘도록 병 모양은 그대로 두고 ‘ABSOLUT’와 다른 단어가 결합되는 단순하면서도 재치 있는 광고를 계속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앱솔루트의 아트 마케팅을 돋보이게 해준 것은 앤디 워홀(Andy Warhol), 키스 해링(Keith Haring)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참여였다. 1985년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앱솔루트 보드카 병을 소재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앱솔루트는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앱솔루트의 예술 마케팅은 더욱 불붙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은 자신의 작업에 이어 낙서 화가로 유명한 키스 해링을 앱솔루트에 소개했으며 이후 이 작업은 케니 샤프(Kenny Scharf), 로버트 인디아나(Robert Indiana) 등의 여러 아티스트로 이어지게 됐다. 이들은 앱솔루트 병에 그들 특유의 시각적 스타일로 예술적 비전을 창조했다. 컬럼비아대학의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인 번 슈미트와 조지타운대학의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 알렉스 시몬슨은 저서 ‘번 슈미트의 미학적 마케팅’에서 “앱솔루트 캠페인은 미학 전략을 통해 주류 마케팅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작품들은 이처럼 앱솔루트가 30여년 동안 축적한 작품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들을 엄선한 것이다. 작품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와인 앤 스피릿(Wines and Spirits)’ 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앤디 워홀을 비롯해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로즈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 베아트리체 쿠솔(Batrice Cussol), 얀 샤우데크(Jan Saudek) 등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앱솔루트의 안나 말름호케(Anna Malmhake)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은 “800점이 넘는 앱솔루트의 아트 컬렉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이번 투어를 통해 선보일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국내 비디오 아티스트 삭개오, 설치 미술가 변대용, 음악감독 주의가 참여해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더욱 즐겁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큐레이터가 직접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도슨트 투어’를 비롯해 앱솔루트 칵테일 라운지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술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봄날, 보드카와 함께 하는 예술의 세계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