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7주일 강론 :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마태 21,33-43) >(10.8.일)
* 예수님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라고 하셨습니다. 포도나무이신 그분은 당신 곁에 꼭 붙어 살면서 열매를 풍성하게 맺기를 바라십니다. 주님의 은총 안에서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기를 간청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1995년 신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모든 신학생이 의무적으로 7일 농활을 해야 했는데, 안동교구 물미공소에 파견되어 농활을 도왔습니다. 농사라고는 평생 처음이라 농사에 관한 요령이 없는 데다가 1주일 내내 모내기를 하니 허리가 끊어질 것 아팠습니다.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배도 고프고, 너무 피곤해서, 밥 대신에 막걸리 마시고, 빨리 자는 게 최고의 낙이었습니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려고 했지만, 제 몸이 제 몸 아닐 정도로 삭신이 다 뻑적찌근 했습니다. 하지만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모내기하고, 그렇게 1주일을 보내면서 다시는 농활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저와는 달리 우리 본당에는 농사 잘 짓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로 4구역에 사시는 분들이 농사를 잘 짓는데, 이찬기 홍보위원장 부부, 서영옥 엘리사벳 부부도 잘 짓고, 특히 흥산리에 사시는 윤봉중 바오로 부부는 여러 작물과 함께, 포도를 1500평 지으시는데, 포도에게 성경말씀을 들려줘서 다른 집들보다 수확물이 아주 많았고, 가격도 잘 받으셨답니다. 성경말씀 듣고 자란 거룩한 포도라 그런지, 먹어보니까 참 달았습니다.
2. 바야흐로 포도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캠벨얼리, 거봉, 머루포도, 샤인머스캣, 루비로망, 바이올렛킹, 마이하트, 블랙사파이어, 레드클라렛 등 요즘엔 맛과 향, 당도도 좋은 포도가 많습니다.
포도는 밀, 보리, 무화과, 석류, 올리브 나무, 대추야자와 함께 축복받은 7가지 식물 중 하나이고(신명 8,7-10 참조), 철분과 필수 무기질을 제공하는 음식입니다. 더욱이 포도는 하느님 자비의 상징이기 때문에, 수확 때 전부 따지 않고, 가지에 남은 포도, 땅에 떨어진 포도는 가난한 이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몫으로 남겼습니다.(레위 10,10 참조) 일종의 ‘까치밥’이었죠. 또 포도는 풍성함과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했고, 아가서에서처럼 사랑을 표현할 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아가 4,10)
태양 아래 건조시켜 만든 건포도는 오래전부터 팔레스티나 지역의 필수양식 중의 하나였고(민수 6,3), 휴대하기 편하고,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아무튼 포도농사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순종이나 불순종과 관련이 있었고, 하느님의 축복에 의한 보상이기도 했습니다.(아모 9,13)
3. 구약성경의 노아 이야기에 포도나무가 등장합니다. 의인이면서 흠이 없던 노아가 술에서 깨어 노발대발하면서 작은 아들의 후손에게 저주를 퍼붓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아는 그때 포도를 최초로 재배한 사람으로 등장했고, 노아가 마신 술은 포도주였다고 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 가나안을 포도에 비유했고, 포도나무와 포도밭은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비유로 사용되었습니다.(시편 80,8-13)
4. 그런데 포도나무는 기름진 땅에 심는 작물이 아니고, 척박하고 건조한 석회질 토양에서 겨울이 춥지 않으면 잘 자라는 식물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그렇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포도들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옛날 이스라엘에서는 포도밭을 돌담으로 둘러싸 사람과 짐승의 침입을 막고, 포도 수확기에는 망대를 높이 세워 감시했습니다. 포도밭에서 일하면 징병이 면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도밭에서는 포도 이외의 다른 식물을 가꿀 수 없었고, 6년간 수확한 포도나무는 그다음 해에는쉬게 했습니다.
아무튼 좋은 포도밭으로 만들려면 땅을 고르게 해야 하고, 품질 좋은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가꾸는 사람이 정성을 무진장 쏟아야 합니다.
5. 신약성경에도 포도와 관련된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데,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요한 15,1-3 참조)
오늘 복음내용은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입니다. 엄연히 포도밭 주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작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했습니다. 주인은 그들의 잘못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서 여러 번의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주인의 종들뿐만 아니라 그 아들까지도 죽였습니다. 그러니 주인은 소작인들을 가차 없이 처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도원 주인처럼, 하느님도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 뜻을 충실히 따르면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십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과 달리 제멋대로 생각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묻지마 행동을 할 때가 참 많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인지, 백신 영향인지 몰라도, 코로나 이전보다 세상 사람들이 안 좋은 쪽으로 이상하게 바뀐 것 같습니다. 우리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본당에서는 2대, 3대 가족 함께 신앙생활 하는 가정들, 또 한 가족이 여러 단체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교우들이 많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다들 우리 본당의 보배들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가족 안에 신앙의 유산을 잘 간직하면서 우리 본당의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활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라고 말씀하신 예수님 곁에 꼭 붙어있고, 우리 역할에 충실하면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