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조 때 어의였던 전순의가 편찬한 ‘산가요록’에는 만청(순무)으로 담근 동치미 요리법이 나온다. 겨우내 언 상태로 국물에 잠겨 있다는 뜻의 동치미는 동짓날 팥죽과도 어울리고, 군고구마나 떡과도 잘 어울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절기인 동지는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 달리 말하면 양의 기운이 새로 시작하는 시기다. 한 장 남은 달력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설’로 불리며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던 조상의 뜻을 받아, 동짓날 긴긴 밤을 천연 소화제인 동치미로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달래보자.
해가 바뀌면 바로 정초에 가장 추운 절기인 소한이 든다. 소한부터 입춘까지 혹한에 대비하여 자연에 순응하는 먹거리를 먹음으로써 건강을 지켜낸 조상의 지혜를 따라가 보자.
말린 나물과 해조류, 해산물, 뿌리채소, 김장채소들로 밥상을 차려보면 좋다. 이에 말린 시래기를 푹 삶아 들기름과 한식간장으로 밑간해 굴이나 홍합, 해산물을 넣으면 좋고 안 넣어도 구수한 한 그릇 밥을 지어보자. 찜이나 국으로만 끓였던 무청시래기를 밥으로 지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절기인 대한이 지나면 바로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이한다. 설날의 대표음식인 떡국 또한 차가운 날씨에 간편히 한 그릇 식사로 만들기 그저 그만이다.
떡국의 가래떡은 장수를 의미하고 엽전 모양으로 써는 것은 풍요와 재복이 한 해 동안 계속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멸치육수에 만들어 먹어도 구수하고 사골이나 고기장국에 끓여 먹어도 맛있는 떡국으로 한 해의 시작을 맛있게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묵은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며 한 해의 안녕과 기쁨을 기원하는 덕담을 가까운 이들과 나눠보자. 복 되고 탈 없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사계절을 넘어 미세한 계절의 변화를 제철음식으로 즐겨보자. 봄을 잉태하기 위해 땅을 쉬게 하는 이 계절도 한 철, 언 땅이 녹는 입춘도 코앞이다
시래기 홍합밥
쌀 2컵, 홍합살 100g, 시래기 100g, 홍합 삶은 물 2컵, 시래기양념 집간장 1/2큰술, 들기름 1큰술]
양념장 : 국간장1큰술, 물1큰술, 들기름1큰술, 고춧가루1/2작은술, 다진쪽파1큰술, (다진마늘 1/2작은술), 통깨1큰술
- 쌀은 깨끗이 씨어 30-40분 마른 불림을 한다(씻은 쌀을 체반에 받쳐 놓는다).
- 홍합살은 손질하여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 데친 물은 따로 2컵을 둔다.
- 시래기는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은 뒤(2시간 불리고 쌀뜨물에 1시간 삶아 그대로 식힌다) 껍질을 벗긴다.
- 시래기를 2-3cm 크기로 썰어 시래기 양념에 무쳐 놓는다.
- 밥솥에 시래기와 홍합살, 홍합 삶은 물을 넣고 밥을 한다.
동치미
무 2.5kg, 통마늘60g, 생강편 15g, 배 1개, 사과 1개, 쪽파 한 줌, 마른 홍고추, 삭힌고추 5-10개(청양고추로 대체하거나 생략가능), 무 절임용 천일염 1컵, 소금물(물 4리터, 소금 100g)
- 동치미용 작고 단단한 무는 수세미로 겉면의 흙을 깨끗이 씻어내고 밑둥의 지저분한 부분은 제거한다.
- 씻은 무를 소금에 굴려 12시간 절인다.
- 무청은 소금 한 줌을 뿌려놓는다.
- 무와 무청은 한번 헹궈낸다.
- 무는 손자국이 날 정도의 상태가 된다.
- 면보자기에 마늘 편, 생강편을 넣는다.
- 무와 무청을 통에 넣고 마늘과 생강이 든 보자기도 밑에 넣는다.
- 쪽파 한 줌과 1/4씩 등분한 배와 사과도 통에 넣는다.
- 고추지(15% 소금물을 끓여 부어 한 달 정도 삭힌 청양고추)와 마른고추를 넣는다.
- 소금물을 붓고 누름돌이나 접시로 재료가 뜨지 않고 소금물에 잠기도록 한다.
- 3-5일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상온에서 숙성시킨 후 냉장보관한다.
- 조금 짜게 하면 골마지가 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먹기 전에 물을 타서 염도를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