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7.10)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수천 년 전통의 필사업을 단 20년 만에 문닫게 했다. 최초의 온라인 사전인 '인카르타'는 1786년 창간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단 4년 만에 퇴출시켰다.
월드와이드웹과 인터넷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출현은 빌 게이츠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그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전략을 180도 바꿔야 했다.
며칠전 아이가 '백과사전'을 사달라고 말하더군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한 권짜리 간단한 백과사전을 사주었었는데, 이제 그것이 시시해졌으니 좀더 두꺼운 것을 보고 싶다는 얘기였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간만에 옛날 거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동아대백과사전... 예전에는 많은 집들의 거실이나 공부방에 이런 백과사전 세트가 놓여있었지요. 저희 집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CD로 된 백과사전을 사주거나 아니면 인터넷 백과사전을 알려주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꺼운 백과사전 전집은 이렇게 CD나 인터넷에 의해 밀려났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부모들은 아이에게 '어울리는 것'을 해주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브리태니커를 구매했던 것이라는 저자의 해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욕구가 이제는 PC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PC 혁명 이후 아이들은 점차 학교 숙제를 컴퓨터를 통해 하게 되었는데, 브리태니커는 자신의 진정한 경쟁자였던 컴퓨터의 등장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PC에 MS의 디지털 사전인 '엔카르타'가 묶음으로 포함되어 판매되었고, 브리태니커의 매출은 급감했습니다.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린 두꺼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트렌드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케해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