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일, 2011년 2월 28일(일) 흐림 : 십리화랑(十里畵廊), 금편계(金鞭溪), 천자산(天子山)
이로써 오전 일과 끝. 점심식사 하러 다시 버스 타고 또 절벽잔도 지나 무릉원으로 간다. 오후에는
천자산이다. 날이 흐리지만 별수 없다. 십리화랑 가기 전에 천자산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6인승
이다. 천자산 주봉 높이 1,256m. 천운파무(穿雲破霧, 구름과 안개를 뚫는) 케이블카는 길이 2,084m
고도 692m를 오른다. 삭도 아래 철망은 없다. 침봉의 제국이 바로 발아래다.
케이블카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사지가 오그라든다. 여태 멀쩡했는데 하필 오늘 나일 리야
하고 자위하지만 믿을 것이 못된다. 어제 보봉호에서 당했던 횡액을 생각하면 그렇다. 30명 정도
탄 배에서 사공이 여승무원에게 먼저 노래 부르게 하고 마이크를 승객에게 순차로 넘기게 하였다.
세상에, 그 첫 빠따가 나였다.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이 없었다.
오금저리며 밖을 내다보다가 곧 안심한다.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뵈는 것이 없으니 용
감해진다. 6분이 무척 길다. 산정도 안개가 자욱하다. 주변 나무에는 상고대가 만발하였다. 이도
안개 속 가경이다. 천자산이 자랑하는 운해(雲海), 석도(石濤, 바위 물결), 하일(霞日, 노을), 동설(冬
雪)은 가렸다.
사진과 대조해보려는 석선출해(石船出海), 선녀헌화(仙女獻花), 어필봉(御筆峰), 무사순마(武士馴
馬), 남천일주(南天一柱), 봉림(峰林)이 다 가렸다. 하룡공원으로 간다. 토가족(土家族)의 긍지라는
하룡장군(賀龍將軍) 턱 밑에는 고드름이 달렸다. 보도 바닥이 얼어있어 미끄럽다.
20. 금편계곡 입구 광장
21. 천자산
22. 천자산
산정이 평평한 모양이다. 버스 타고 원가계로 이동한다. 내 눈 암만 비빈다고 안개가 걷힐까. 사방
이 침침하다. 석천생교(石天生橋) 천하제일교는 허공 안개 속에 걸렸다. 남녀 사랑은 무엇보다 중
한 것. 난간에 빼곡한 열쇠라니. 처처 장곡(嶂谷, 嶂은 높고 가파른 산)은 희미하다. 미혼대(迷魂臺)
가기 전 가게에 들려 따스한 커피로 운산정취 음미한다.
연심교(連心交)로 만장심곡(萬丈深谷)을 건너니 홀연히 건곤주(乾坤柱), 봉추장석봉(棒槌狀石峰)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제임스 캐머런은 아바타를 착상하였다고 한다. 어질어질하여 최대한 먼발치
에서 바라본다. 유곡중청 천자백태(幽谷中靑 天姿百態)가 바로 앞에 있다는 미혼대(迷魂臺), 넋을
잃는다고 하는데 혼미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안개 덕분! 청우조모(晴雨朝暮)라고 하여 안개 걷힐까
기다린다.
미혼대 옆이 백룡천제(百龍天梯, 백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엘리베이터 타는 곳이다.
운행 높이 326m, 절벽 외벽에 설치하였다. 긴 레펠로 절벽을 직접 내리는 기분이다. 순식간에 바닥
이다. 광장 한가운데 신병취회(神兵聚會, 신병 모임) 사열대가 있다. 신병, 좁은 간격으로 도열한
침봉을 사열한다.
23. 원가계 석봉림
24. 원가계 석봉림
25. 원가계
26. 봉추장석봉
27. 백룡천제 엘리베이터 내리면서 본 옆 절벽
28. 신병취회(신병 모임)
29. 신병취회
쇼핑센터 들려주는 것이 아주 일이다. 가게마다 30분 이상 머물러야 한다. 진주, 라텍스, 실크, 보
이차, 동인당 한약방 등 다섯 곳이다. 고역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내가 가장 가기 싫어하
는 곳이 백화점이다. 이곳에서도 남자들은 소파에서 늘어져 시간 죽이고 있다. 동인당 한약방에서
는 맥을 집혔는데 비위(脾胃, 지라와 위)가 약하다며 찬 음식을 삼가라고 한다. 그래서 데워 먹어야
하느냐 물었더니 성질상 찬 음식이라며 보리, 밀가루, 녹두, 돼지고기 등을 예로 든다.
장가계에서 밤은 오늘 뿐. 이슬비 내리는 밤이다. 여행옵션인 ‘매력상서(魅力湘西)’ 공연 보러간다.
장가계는 상강(湘江)의 서쪽에 위치하여 상서라고도 한다. 장가계에서 살고 있는 5개 소수민족(토
가족, 요족, 묘족, 백족, 동족)의 기예와 춤, 노래 공연이다. 공연시간은 90분 정도. 토가족의 화고
(火鼓)로 시작하는 공연은 조명, 무대장치가 큰 몫 한다. 천문산 골짜기에서 야외 공연한다는 천문
호선(天門狐仙, 여우와 나무꾼이야기)은 3월 하순께 시작한다.
30. 매력상서 공연
31. 매력상서 공연
32. 매력상서 공연
33. 매력상서 공연
▶ 제4일, 2011년 3월 1일(월) 흐림 : 천문산(天門山), 장사
천문산은 옵션이다. 천문산을 간다. 천문산은 장가계 시내 외곽에서 케이블카로 오른다. 무릉원을
빠져나가 백장협을 지난다. 백장협은 차 댈 데가 없어 차창 관광한다. 문자 그대로 백장(300m 정
도)에 이르는 수직절벽이 볼만하다. 그 끝은 까마득하거니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40분 정도 달려 먼저 토가풍정원(土家風情園)에 들린다. 토가족 왕이 살던 곳이다. 대문에서 팡파
르 울려 환영하고 광장에 들어서자 춤으로 맞이한다. 80도 경사 절벽 외벽에 세워 400년이나 되었
다는 목조 궁궐은 그네들의 생활용구를 전시하였다. 곤룡포의 용의 발가락은 역시 4개. 이는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조선족이 운영한다는 음식점에서 이른 점심밥 먹는다. 사장님은 무료하여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하며 ‘산장의 여인’을 흥얼거리는데 미성으로 정확하다. 장가계시는 인구가 160
만명 정도. 대도시다. 그 도시 한편에서 케이블카가 간다. 천문산의 높이는 1,518.6m, 케이블카 운
행거리 7,455m, 운행시간 40분, 고도차 1,279m.
8인승, 우리 일행 4명과 가이드가 탄다. 야산 위를 슬슬 가다가 통천대도(通天大道) 위에서부터 급
격히 솟는다. 구절양장인 통천대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케이블카가 절벽에 부딪칠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잘 가던 케이블카가 갑자기 멈춘다. 드문 일이라고 한다. 방송은 음악만 나
올 뿐 아무런 설명이 없다. 내려 올 때까지 다섯 번이나 멈췄다. 나중에는 급정거하여 흔들리는 것
에도 면역이 되었다.
캄캄한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천문산은 딴 세상이다. 설국이다. 일목일초(一木一草) 가지마다 상
고대와 빙화가 만발하였다. 더러 녹아서 떨어지는 얼음조각이 맞으면 다칠 정도로 크다. 우수수 설
화 낙화로 길이 하얗다. 안내소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짚신을 내어준다. 귀곡잔도(鬼谷棧道)를 간
다. 모를 일이다. 돈 받고 가라해도 손사래 칠 길을 돈을 내고 간다.
표고 1,400m, 전장 800m. 안개가 큰 부조한다. 그래도 면벽(面壁)하고 옆걸음으로 간다. 절벽의 빙
화는 보기 드문 가경이다. 소천문 지나 관귀곡동(觀鬼谷洞) 돌면 잔도는 끝난다. 구름다리 건너 구
아동(求兒洞) 아래가 천계불국(天界佛國) 천문산사다. 당나라 때부터 지었다는데 대찰이다. 경내는
장작만한 향을 피운다.
운파만경(雲波萬頃) 굽어볼 앵도만(櫻桃灣)이 안개로 자욱하다. 귀로. 본 케이블카 타려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소형 무개 케이블카를 탄다. 이도 꽤 길다. 발아래 드넓게 펼쳐진 천문산 설경을 감상
하는 행운을 누린다.
천문산 귀곡잔도 잔상을 머릿속에 그리며 장사로 향한다. 운전기사의 가래침 뱉기는 다시 시작된
다. 상덕에 들려 저녁식사 하고 간다. 호남성 성도인 장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다는 큰 도시
다. 모택동 고향이기도 하다. 차안에는 모택동의 초상을 마스코트로 걸어놓는다. 오가는 차량이 줄
을 잇는다. 차마다 경적을 쉬지 않고 울려대 소란스럽다. 장사 변두리에 있는 건이호텔로 간다. 내
부는 외관보다 후지다.
34. 토가풍정원 정문
35. 천문산
36. 귀곡잔도에서
▶ 제5일, 2011년 3월 2일(화) 흐림 : 장사, 서울
아침나절이 느긋하다. 10시에 호남열사공원과 우리나라 장사임시정부 청사에 들리자고 한다. 열
사공원은 중국 인민해방을 위해 목숨 바친 열사들을 기리기 위한 공원이다. 기념관에는 열사들의
사진과 약력을 걸어놓았다. 대부분 10대 후반이나 20대 꽃다운 나이다. 천수(향년 83세)를 누린 모
택동의 금박 입힌 휘호 ‘生的偉大 死的光榮(살아서는 위대했고, 죽어서는 빛나고 아름답도다)’ 가
어쩐지 입에 발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개복구 남목청(開福區 楠木廳) 6호에 있는 우리나라 임시정부 청사로 간다. 좁은 시장 골목으로 들
어간다. 벽돌조 허름한 건물이다. 김구 선생 동상 앞에서 묵념하고, 장사에서 임시정부의 활동을
비디오로 본다. 김구 선생은 이곳에서만은 본명으로 활동하였다고 한다. 1937년 ~ 1938년간 선생
이 장사 이 오지까지 와서 ‘獨立精神’ 휘호 걸고 복국(復國)을 위해 무진 애를 쓰셨다니 가슴 먹먹하
다. 장사는 당시(唐詩)만 보더라도 두보의 조부인 두심언(杜審言)과 이백이 귀양 온 곳이다.
두심언은 ‘상강을 건너며((渡湘江)’ 이렇게 읊었다.
遲日園林悲昔遊(봄날 옛적 원림에서 놀던 일이 생각나 서글프고)
今春花鳥作邊愁(올 봄에도 꽃 피고 새 노래하여 변방에 수심거리라)
獨憐京國人南竄(서울 사람 남쪽으로 귀양 가는 것을 슬퍼하여)
不似湘江水北流(상강은 북으로 흘러가는 듯)
점심 식사하러 서호루(西湖樓)로 간다. 동시 수용인원 13,000명이라는 서호루는 건물외양도 그렇
고 궁궐을 방불케 한다. 넓은 두 개 방에서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그 결혼식장으로 모르고 들어
갔는데 입구에서 담배 두 개비씩 나누어준다. 함께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을 듯하다. 미로 돌고 돌
아 우리 좌석을 찾아간다. 여섯 가지가 나오는 음식도 여태 먹은 것 중 가장 낫다.
황화공항 가는 길. 차안에서 작년에 제주로 출장 갔다가 김포 가는 비행기를 놓친 경험담을 소개하
였다. 김포 도착시간을 제주 출발시간으로 착각하고 공항에 갔었다고. 그런데 그 비슷한 일을 반복
한다. 황화 출발 13시 55분을 오후 3시 55분으로 착각한 것이다. 가이드 일정표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그래서 오후 1시 55분까지 공항에 도착하면 넉넉하려니 생각했다.
공항 도착 13시 35분. 가이드가 동분서주해도 서울 가는 비행기는 이미 출발했다. 우리가 타고 못
타고는 둘째 치고 왜 비행기가 미리 출발했느냐는 나중에 따질 일. 다행히 18시 40분에 서울 가는
비행기가 3편이 있다. 대한항공도 있다. 조선족인 가이드는 자기의 불찰을 용서해달라고 수없이
사과하며 우선 자비로 대한항공 표를 산다. 아내에게는 참깨까지 안기며. 아내는 그런 어린 가이드
(27살이라고 했다)가 안쓰러워 참깨 값을 억지로 찔러 넣어준다.
우리가 출국심사대를 지나 사라질 때까지 가이드는 두 손 흔들고 있다. 가이드는 내일 상해에서 오
는 손님 맞으러 장가계(장가계에는 국내 공항이 있다)로 가야 하는데 밤 기차로 간단다. 우리도 손
흔든다.
37. 천문산사에서
38. 천문산
39. 천문동 오르는 통천대도
첫댓글 이젠 삼겹도 몬드시고...노래 좀 들어볼 수 있남유???
멋진 그림 즐감하고 갑니다. 여름에 가 본 장가계/원가계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군요 ㅎㅎ 나중엔 천문동과 "천문
호선 야외 오폐라"도 구경해 보시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