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생 처음 조정이란 걸 해봤다. 조정이란 무엇인가… 하면 몇 사람이 꽁치 같은 배에 일렬로 쭉 앉아서 일사분란하게 노를 저어 누가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지네발을 가진 꽁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사리에도 있지만 나의 첫 조정 체험지는 충주였다. 충주 탄금호에 있는 조정체험학교로 리쿼리움(Liquorium) 바로 옆에 있다. 충주야, 난 조정에 관한 한 내 순결을 너에게 바쳤어~ 반가워 그리고 사랑해~
충주댐(Dam)이 들어서면서 생긴 바다 같은 호수가 충주호고, 그 아래 조정지댐이 들어서면서 생긴 바다 같지 않은 호수가 탄금호다. 그러니까 탄금호는 충주호의 새끼 호수라고 보면 된다. 충주호의 위치가 충주시보다 상류니 충주시에서 보는 큰 물은 모두 탄금호지 충주호가 아니다. 우리 배에 탔던 강사님도 이 둘을 잠깐 착각해서 충주호라고 하셨는데 이내 정정해 주셨다. 여기서 조정지댐이란 본댐 근처에 만들어져서 본댐이 자신의 다목적 역할들을 십분 효과 있게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보좌해 주는 댐을 말한다.



강의장에서 조정에 관한 짧은 설명을 들은 후 조정 연습만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운동기구로 노 젓기 기초 실습에 들어갔다. 노 젓는 방법은 쉬운 듯 하면서 꽤 어려웠다.
1. 우선 앞뒤로 아주 잘 미끄러지는 의자, 아니 깔판을 엉덩이 밑에 깔고 다리를 잔뜩 구부려서 앉는다.
2. 쇠줄이 연결된 기구 손잡이를 양손으로 쥔다. 실제 노와 생김새가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이거 운동된다. 많이 하면 나도 가슴 좀 나올 것 같던데… 요즘 자꾸 물렁해져서 걱정이다. 머리가 다 빠진다.
3. 출발 신호와 함께 다리를 박차며 엉덩이를 뒤로 힘껏 민다. 깔판이 아주 매끄럽게 밀려나간다. 이 때 팔을 당겨서는 안 된다. 다리와 엉덩이만 움직이는 거다.
4. 다리의 박차는 힘이 어느 정도 절정에 다다랐을 때, 기구 손잡이를 가슴팍으로 잡아 당긴다. 이 때 다리를 펴는 동작과 손잡이를 당기는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져야 한다. 다리를 다 편 후 팔을 당기는 게 아니라 다리를 펴면서 ‘여기가 최고점이다!’ 싶을 때 팔을 당겨야 한다. 몇 번 하다 보니 그 시점이 몸에 익었다. 이래서 조정이 전신운동이고, 팔힘은 전체의 10% 정도밖에 안 된다.
5. 가슴팍에 손잡이가 닿은 후 처음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 팔을 앞으로 쭉 내민다. 쇠줄은 자동으로 말려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 때 다리를 굽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다리를 먼저 굽히면 팔이 내밀 때 십중팔구 손잡이를 쥔 손이 허벅지를 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손등 말고 손가락등이 많이 아프다. 좀 심하면 껍데기 까진다.
6. 다리를 굽혀 처음 자세로 돌아온다. 팔을 내미는 것과 다리를 굽히는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 내미는 팔이 무릎 위를 지났다 싶을 때 다리를 굽히면 된다. 몇 번을 해도 팔과 다리가 자꾸 꼬였다. 몸과 마음이 그렇게 따로 놀 수 없었다.






기초 실습을 마친 후 우리는 호숫가로 나갔다. 연습장 건물 바로 앞이었다. 이 날 우리가 탈 수 있는 것은 2 인승과 4 인승 둘 중에 하나였다. 기왕 하는 것 대 자 8 인승으로 확 땅겨버리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하긴 처음 타는 데 8 인승은 너무 크지? 우리는 4 인승에 몸을 실었다. 잠깐! 2 인승이니 4 인승이니 하니까 뭔가 좀 없어 보이는데 고참으로서 공식적인 용어 한 번 써볼까?
"아~ 아~ 아~ 아~ 뒤에 들리세요? 아~ 아~ 아~ 아~ 우리가 즐긴 것은 4X 와 2X 중에 4X+ 였습니다. 말하고 있는 나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묻지 마세요."
과거에는 구릿빛 건장한 체구였던,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구릿빛이기만 한 강사분께서 [조정은 1 명에서 9 명까지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는 경기다]라고 말씀하셨다. 실제 공식적으로 즐길 수 있는 조정 경기는 다음과 같다. 참고로 여기서 콕스(Cox)란 배 제일 앞에 앉아서 열심히 노를 젓는 동료와 마주보며 동료들이 자신의 역할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챙겨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인상 좋고 가벼운 사람이어야 한다. 인상이 나쁘면? 당연히 젓기 싫지… 뚱뚱하면? 짜증만 나지… 체험할 때 내가 제일 앞에서 노를 젓는 바람에 강사가 노 젓기 시범을 보일 때면 내가 콕스 역할을 했다. 참 뻘쭘했다. 특히 제일 앞에서 노를 젓는 사람과는 흑흑흑… 들숨과 날숨을 서로 입 대지 않는 키스(Kiss)로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플라스틱(Plastic)으로 대충 만든 것 같은 배는 대당 가격이 무려 3,000 만원이란다. 내가 그렇게 안 보인다고 하니까 우리의 콕스가 발끈하며 모두 탄소섬유고, 배에 관한 규정도 까다롭기 때문이란다.
8+ (에이트, Eight)
: 콕스가 있는 8 인승 경기. 17.6m, 96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1 개의 노를 잡고 2,000m를 저어감.
4+ (유타포어, Four with Cox)
: 콕스가 없는 4 인승 경기. 12m, 50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1 개의 노를 잡고 2,000m를 저어감.
4- (무타포어, Four without Cox)
: 콕스가 없는 4 인승 경기. 12m, 50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1 개의 노를 잡고 2,000m를 저어감.
4X (쿼더러플스컬, Quadruple Scull)
: 콕스가 없는 4 인승 경기. 12m, 50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양손에 2 개의 노를 잡고 2,000m를 저어감.
2+ (유타페어, Pair with Cox)
: 콕스가 있는 2 인승 경기. 9.6m, 27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1 개의 노를 잡고 2,000m를 저어감.
2- (무타페어, Pair without Cox)
: 콕스가 없는 2 인승 경기. 9.6m, 27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1 개의 노를 잡고 2,000m를 저어감.
2X (더블스컬, Double Scull)
: 콕스가 없는 2 인승 경기. 9.6m, 27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2 개의 노를 양손에 잡고 2,000m를 저어감.
1X (싱글스컬, Single Scull)
: 콕스가 없는 1 인승 경기. 8m, 14Kg 짜리 배를 타고, 1 사람이 2 개의 노를 양손에 잡고 2,000m를 저어감.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드디어 배가 떴다. 그런데 연습과는 전혀 달랐다. 운동기구의 손잡이는 쇠줄에 연결된 조그만 작대기가 전부였는데 물에 뜬 배 위에서 양손에 노를 쥐고 있으니 이건 도무지 어떻게 해야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4 명이서 동일한 동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여차하면 노끼리 엉키기 여사였고, 나아가려는 노와 세우려는 노가 엇박자 나기 여사였다. 배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데 힘은 힘대로 드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우리 모두 콕스한테 많이 혼났다. 모두들 나이가 좀 되는 성인이었기에 망정이지 한 명쯤 물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각자 부리는 팔다리의 엇박자가 4 분의 4 박자고, 여기에 지휘자의 1 박자를 더하니 오합지졸이었다. 특히 우리의 콕스가 난리친 게 양쪽 엉덩이에 똑같은 힘을 주라는 것이었다. 슬쩍 짝궁둥이로 앉아 보니 진짜 꽁치가 스윽 기울었다. 결국 우리의 콕스가 폭발했다. 배를 육지로 몰고 가더니 지갑과 전화기를 모두 내려놓으란다. 그리고 다시 물로 나갔다. 나, 이 날 진짜 물에 빠지는 줄 알았다. 꽁치 같은 배를 좌우로 막 흔드는데 진짜 살벌했다. 이런 협박 때문인지 오합지졸인 우리도 결국 어느 정도 앞으로 나아가는 수준이 됐다.








탄금호를 구석구석 누비진 못 했지만 물에 대한 공포를 실컷 즐겼다. 동료들과 경주도 벌였다. 그러고 보니 친한 사람 여럿이서 서로 얼마나 마음이 잘 맞나 겨뤄보기에는 이 조정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돼서 누구나 플라스틱 배라도 한 척씩 갖고 있다가 마음이 내키면 언제든지 물에 띄워 놀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재작년… 와, 그러고 보니 벌써 2 년 전이구나…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케언즈(Cairns)에서 탔던 카누(Canoe)가 그립다. 고기맛도 본 놈이 안 다고 케언즈에서 한 번 거하게, 그리고 충주에서 한 번 맛보기로 놀고 나니 자꾸 뱃놀이가 근질근질해진다. 충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2013 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충주시에서 열리든 말든, 그래서 충주시가 그걸로 수상스포츠(Sports)의 중심지가 되든 말든 그건 내 관심 밖이고, 어쨌든 내가 바라는 건 단지 이 세계조정선수권대회(2013 년 8 월 25 일부터 9 월 1 일)가 반드시 우리나라 한국에서 열려, 이를 계기로 선진국형 뱃놀이문화가 활성화되고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것뿐이다. 뱃놀이가 많이 개방되고, 많이 싸지고, 많이 맑아지고, 많이 좋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