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You
최 화 웅
한 달 일정으로 귀국한 리아와 단꿈에 빠졌던 사흘 째 밤, 모두가 즐거움에 흠뻑 취했을 때 홀연 메르스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부산에서 두 번째 메르스 양성환자가 바로 우리가 사는 수영구에서 발생했다는 내용입니다. 순식간에 집안은 비상이 걸렸고 가족회의가 열렸습니다. 날이 새면 리아부터 청정지역인 외가로 안전하게 피신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그리고 적외선체온계를 챙겨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하기로 했습니다.
리아가 떠나고 허전하기 이를 데 없는 텅 빈 집안에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BHS 한서병원입니다. 메르스 양성환자와 6월 5일 같은 일자에 본원 내원하셔서 이상증상이 없으신지 연락드립니다. 혹시 잠복기간인 6월 19일 이내에 발열이나 기침, 설사, 복통 등 증상이 있으실 경우 가까운 보건소나 메르스 핫라인 (국번 없이 109)로 연락하시어 자세한 안내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한서병원에 대한 방역소독과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폐쇄가 거론되는 속보가 나왔습니다. 나는 다른 투석병원을 알아보는 일이 다급해졌습니다. 사실은 리아가 눈에 밟히고 메르스의 공포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상동 매리의 외가에서 가든파티를 하려는 원래의 계획도 뒷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리아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무거운 발걸음을 나서게 했습니다. 평소 아는 길인데도 마음이 들떠서인지 길을 놓치고 몇 번을 헤맸습니다. 한참만에 찾아든 매리마을은 여전히 푸르른 신록의 물그림자가 강나루에 맑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당의 테이블 위에는 사돈 내외분이 구워낸 고기와 텃밭에서 갓 딴 산딸기와 푸성귀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잘 숙성된 상동막걸리가 입맛을 돋우었습니다. 세상모르고 주위를 뛰어다니는 리아의 모습이 요정같았습니다.
143번째 메르스 확진환자가 몰고 온 메르스 공포가 머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았습니다. 리아를 일단 감염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부터 청정지역으로 격리시킨 것은 잘한 일이지만 다음 주 그 병원에서 투석치료를 받아야하는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순간 야전병원 같은 3층 투석실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환자들의 가족들까지 마구 드나드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그런 문제도 제기할겸 현재의 상태를 알아보려고 전화를 냈습니다. 먼저 수간호사에게 투석실의 운영여부부터 물었습니다. “인공투석실은 인체의 장기와 같기 때문에 멈출 수 없어요. 평소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하시고 정한 날에 오세요.” 지친 목소리에 더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143번 환자가 다녀간 한서병원은 응급실문을 폐쇄하고 주출입문에서 출입자를 일일이 통제하고 체온을 체크하며 세정제로 손을 씻게 했습니다. 의료진들이 불구덩이에 뛰어든 소방관이나 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로 비쳤습니다. 병원이 감염의 온상이라는 누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진료를 하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웠습니다. 지난 5월 대전 대청병원에서 2주 동안 전산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143번 환자가 한서병원을 다녀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도 잠복기간인 오는 19일까지 자가격리로 이상 유무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감옥이 따로 없습니다. 집안에 갇혀서 외부와의 접촉과 외출을 스스로 금지한 이른바 가택연금 상태로 2주를 보냈습니다. 군사독재시대 타율의 가택연금의 망령이 오늘 나에게 나타난 것일까요?
리아를 보고 싶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대통령은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관련 장관과 질병관리본부가 브라운관에서 더듬거려 불신을 부추겼습니다. 말뿐인 세상! 누구를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 지식과 통념이 상통 다 깨어진 세상 같습니다. 리아가 이번에는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28일 동안의 일정을 나누어 지내다가 출입국 때 편한 곳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우리를 이산가족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나는 오늘도 아내에게 리아가 보고 싶어 못 살겠다고 자가격리를 풀자고 조릅니다. 과연 누가 우리를 격리시켰습니까?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자유의지일 뿐입니다.
오늘은 할머니의 예순여섯 번째 생일입니다. 잠자리에서 며느리와 리아의 축하메시지와 가족들의 문자를 잇달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조촐한 생일파티를 하겠다고 리아네가 단단히 별르고 귀국했습니다. 리아가 축하 노래를 솔로로 노래를 부를 계획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강행한 자가격리와 자가관찰이 우리를 이산가족으로 만들어 외롭고 쓸쓸한 생일날을 맞게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스크림케익을 사다 조촐한 생일상을 차리고 여덟 번 째 펴낸 에세이집 <집은 돌아오는 곳>의 발행일을 아내의 생일에 맞춰 18일로 정했음을 상기시킬 작정입니다. 그 시간에 맞춰 리아가 스마트폰으로 축하노래를 할테구요. . .
첫댓글 엘리사벳 자매님 사모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메리스로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심에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 피정에서 만나길 기도합니다.^^*
메르스의 확산으로 모든 계획에 차질마저 생기고 리아와 눈맞추며 시간을 보내시지도 못하고 어찌하십니까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이 답답하고 불편하시지만 투석 잘 받으시고 건강관리 잘 부탁드립니다.
사모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화살기도 드려봅니다. 건강하소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피정에서 만나요.
사도요한이랑~~^^*
메르스의 한 복판에 계셨던 기억들이 훗날의 추억으로 남으실 것입니다..화이팅입니다...!!
메르스를 옮기는 바이러스보다 공포에 질린 주위사람들의 무지가 더 무서웠습니다.
저는 철저한 개인위생으로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무엇보다 확고한 자신감과 의지을 가져야할 때입니다.
저는 이번에 메르스의 중심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모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메르스로인해 쓸쓸한 생신날 - 그래도 자상한 남편이 곁에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꿈에도 그리던 리아와 생이별하고 계신 그리움님, 어떤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계속 건강 주의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 잠복기간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2~3일 더 지켜보려고 합니다.
저는 제일 힘든 일이 리아와 헤어져 있는 이산상태였죠.
그동안 리아는 많이 컸을 테구요.
감사합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께선 괜찮으시라 생각했지만, 요즘엔 뉴스에 더욱 귀를 귀울이게 되더라구요.
M.도 이제 차츰 진정되나 봅니다. 그래도 당분간 모두 조심해야겠지요.
이제 곧 리아랑 재회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저는 오늘 2주간의 잠복기를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은 더 자가관찰을 하려고 합니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 그럴렵니다.
이밤도 리아가 무지 보고 싶습니다.^^*
상상치 못했던, 가슴아픈 현실이 내내 두통을 가져옵니다.
작년 사월은 눈물마를 날이 없었고
올 유월은 간절한 기도로 주님께 간구합니다. 더이상의 불행이 없기를...
생신축하 드려요.^^
비비안나씨! 잘 지내시나요?
오늘이 음력 5월 5일 端午고 모레가 夏至입니다.
단오절은 일년 중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절이라고 했습니다.
옛 어른들께서는 창포를 넣은 물에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죠.
근심걱정 벗어나 맑고 밝은 여름 맞으십시오.^^*
메르스가 참 여러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히는군요.
리아의 사랑스런 생일축하노래를 스마트폰으로 들어야하다니...
대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깜짝 화살기도를 받으시는 것으로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잠복기간 동안 자가관찰을 위한 자가격리가 끝났습니다.
첫 외출에서 지하철 타기가 생소했습니다.
변한 것은 없고 세상은 그대로 였습니다.
리아는 다음주에 보자구 했구요.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기돗빨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움님 말씀을 들으면 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입니다.
이번 피정에서 만나 뵈니 씩씩한 마음이 생기고 힘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사모님도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고맙습니다.
더위 잘 이기시고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