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가을
유옹 송창재
누런 캠퍼스를 그리며
아래 잔디밭에
은희 수경 찬희 찬숙 미경
또 다른 싱싱한 계집애들과 나를 앉혔다.
통기타에 캠퍼스송을 튕겨낸다.
나른한 귓가
캠퍼스가을을 기리는 노래자리를
알 낳지 못한다고
트럭 철창에 가두어진
듬성듬성 털 빠진
붉지도 못한 닭이
그래도
붉은 알 낳아 준다고 소리를 지른다.
늙은 암탉이 웃는다
알 못낳으면 암탉 아닌가.
눈감아 캠퍼스를 그리는 머리에
젊음이 무엇인지를 철학하게 만든다.
또
저렇게 알 낳는다고 발악을 한다.
암탉들은
서로 엉덩이만 바라보는데
아저씨는
가을을 넘기지 않겠다고
노래까지 섞어 암탉들을 기죽인다.
한 사내가 가을이 되어 나타났다.
잎 떨어진 대빗자루를 들고
떨어져 날리는
이팝나무 누런 잎들을 쓸어 모으다
나무를 두드려 잎을 모아 내린다.
잎이 쏟아져 내려
날리는 소리가
암탉의 가슴에 비수가 된다. 생명의 비명이 된다.
사내는 힘겨워 모자를 벗었다.
사내의 머리숱도
이미 패인지가 오래인지
떨어내려지는 잎이 정수리에 앉아 가을을 보태준다.
창문을 닫아
낡은 가을의 볼륨을 줄이고
사내와 정원과 들판과 노릿해지는 앞산을 더듬는다.
갈대들도 말라가고 있었다.
벌써
가을자리를 찬 바람이 시샘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