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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노조 설립경로
-아르헨티나 ⁃ 남아프리카 ⁃ 라트비아 ⁃ 우리나라-
문 성 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1. 서 론
2010년 9월 11일 “경찰노조추진위”가 출범하고 2011년 4월 12일 “경찰노조,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주제로 국회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경찰청 측은 현직경찰이 경찰노조추진위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법에 위반하므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전체 경찰관에게 통보하였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조승수의원 질의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은 남북분단 상황에서 경찰노조 허용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청회 참석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공무원노조가 활동하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 경찰노조 출범도 시간문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이미 합법화되었으며 최근 이명박정부가 엄청난 제약을 가하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7월 1일부터 복수노조시대가 접어들게 됨에 따라 노조금지로 일관하던 삼성조차 노조설립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노조에 대한 학계논의는 전무하다시피하다.1) 기실 경찰노조에 대한 학계논의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에서는 196,70년대 경찰노조 활동 및 학계논의가 크게 활기를 띤 시기가 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잠잠한 편이다. 아마도 유럽과 북미권 등지의 경찰노조가 이미 정착되어 있는 탓에 경찰노조에 대해 새삼스럽게 연구 논의해야 필요성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대륙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1900~1910년대 경찰노조가 만들어졌으며, 1918~19년 영국경찰파업과 1919년 보스턴파업을 통해 영국과 미국도 경찰노조활동이 본격화되어 지금은 경찰노조가 경찰제도와 운영에서 실제로 지극히 일상적인 일로 치부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학계는 물론 일반 인문학 수준에 있어서도 경찰노동운동에 대한 소개가 제대로 이루어진 바 없는 탓에 외국경찰노조의 역사 자체에 대한 인식이 지극히 미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실제로 우리나라 경찰노조 설립경로를 제대로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경찰노조가 설립된다면 경감이나 경정계급까지 대상으로 하며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라는 경찰노동기본권을 인정은 하되, 단체행동권 중에서 파업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한하게 될 것이라는 큰 방향 정도는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경찰노조를 설립하려는 현직경찰에게 왜 경찰노조가 필요하며, 또한 국민들에게 경찰노조가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리고 경찰노조 설립경로에 대해 일반노동법에서 규정하는 것 이상으로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경찰노조를 설립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나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남아프리카라든가 군사쿠데타로 점철된 역사를 마감하고 민주화과정에 있는 남미권, 그리고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는 중유럽 동유럽 등의 국가들, 그리고 환태평양 국가들 등지에서 경찰노조가 출범하고 있으며, 학계에는 그나마 이들 나라 경찰노조 설립경로를 둘러싼 연구와 분석들이 일부 제시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라트비아 등지에서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 어떻게 경찰노조가 설립 혹은 좌절되었는가를 정리하며 ILO와 경찰노조 네트워크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경찰노조 설립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2. 경찰민주화와 경찰노조 -자넷 찬의 경찰문화론-
경찰노조에 대한 학계 논의가 거의 없는 이유는, 사실 지금도 신생민주국가 경찰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같은 노동기본권 획득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함에도 불구하고 서구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연구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화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 사회민주화와 경찰민주화를 서로 분리된 별개로 보면 안 된다. 민주화와 신생국 경찰노동권 획득투쟁도 해당국가 경찰민주화 운동과 분리된 별개로 보면 안 된다. 경찰노동기본권 유무야말로 해당국가 민주화 그 자체를 사실상 판가름 짓는 경찰의 주관적 태도를 틀 지우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Marks & Flemming 2006).2)
경찰 개개인의 주관적 태도야말로 경찰조직 전반의 폭넓은 민주화에 대해 매우 중요하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민주적 기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해 경찰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느냐 하는 건, 민주적 기본권과 자유권에 대한 개인적 체험과 경찰조직상의 체험에 따라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찰조직 속에서 민주적이며 공정한 처우를 경찰 스스로 체험할 때라야만 비로소, 국민들에 대해서도 경찰활동의 모든 측면과 차원에 걸쳐서 민주적이며 공정한 처우를 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경찰의 조직구조개편, 관련법 제 • 개정, 교육훈련과정 등에만 초점을 맞춘 경찰개혁만으로는 심층적 경찰문화개혁, 특히 민주주의 가치관과 기질과 성향을 촉진시키지 못한다. “신생 민주화국가의 효율적이며 정당한 경찰제도가 국제적 가치관에 맞게끔 개혁하도록 하는 건 매우 복잡다단하며 지난한 과정이다”(Otwin Marenin, 2004, p. 108).
심층적 경찰개혁 방안을 마련하여 실효성있게 추진하려면, 경찰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전체사회의 개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탁월한 경험, 자원, 정보 등’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음을 보다 더 명확하게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Marx, 2000, p. 2). 이 점에 대해서 경찰전문가, 굵직굵직한 규제기관, 경찰지휘부 등이 잘 인식해야 하며, 이들은 경찰민주화라고 하는 것과 경찰노동기본권, 이 양자의 관계에 대해 기존의 잘못된 통념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Marks & Flemming 2006). 특히 ILO 측은 지금 견지하는 관행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ILO의 기존 입장으로 인하여 경찰노동자의 사회기본권 및 노동기본권이 크게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민주화를 추진하는 나라의 경우, 경찰과 민주주의 기본권, 이 양자를 제대로 연결해내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담론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개혁’ 경찰에 대해서는 경찰실무와 경찰철학 두 측면에서 더욱더 인권 지향적인 경찰이 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경찰노동기본권에 대해서, 그리고 경찰노동기본권이 인권 지향적 경찰이 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신생민주국가의 경찰노동기본권 및 관련 실무모델은 대부분 서구민주국가에서 ‘직수입’하는데 그치고 있다. 서구민주국가의의 경우 ‘커뮤니티 경찰활동’과 인권 지향적 경찰이 경찰담론, 경찰정책과 각종규정 속에 당초부터 이미 깊게 스며들어 있다(Brogden, 1999)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그럼 새로운 경찰노동기본권 담론과 실무가 경찰조직에 대체 어떻게 도입 정착하도록 할 것인가? 두 측면이 있다. 첫째, 신생민주국가가 권위주의 독재관행과 철학에서 인권과 경찰노동기본권을 존중하는 실무와 철학으로 경찰을 바꾸어나가는데 활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무엇이 있는가? 둘째, 경찰 스스로 전체사회개혁의 주체라고 인식하여 민주주의 기본권과 자유를 촉진 보호하는 정말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찰문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데, 그 방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넷 찬의 경찰문화론을 살펴보자.
근자에 새로운 경찰교육훈련을 통해 강력한 인권지향적인 ‘커뮤니티 경찰활동’ 교육을 통해 경찰민주화를 기하고 있다(Marenin, 2004). 국제적 차원에서 경찰 전문가와 자문관 등은 ‘커뮤니티 경찰활동 핵심원칙을 경찰실무에 제도화’ 하기 위한 새로운 경찰모델과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였다(van Zyl Smit & van der Spuy, 2004, p. 4). 그러나 이 개혁메커니즘을 통해 경찰개혁이 이루어지기도 하나,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진짜 경찰실무는 건드리지 못한 채 단지 언어수사’만 바꿀 수 있을 따름이다(Dixon, cited in van Zyl Smit & van der Spuy, 2004, p. 7). 이런 인권 지향적이며 커뮤니티지향의 경찰활동을 통한 경찰개혁 메커니즘이란 함량에 크게 미달한다. 그 이유는 상당 부분 심층차원의 경찰문화 개혁을 위한 철학과 프로그램이 지극히 빈곤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 경찰이 자신의 임무, 근무 봉사하는 커뮤니티, 자기 자신 등을 일관되게 인권과 경찰노동기본권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도록, 경찰문화개혁을 신속하게 이룩하는 방안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넷 찬(Chan 1996, 1997, Wood, 2004, p. 35에서 재인용)은 경찰은 ‘그저 따라 하는 수용자나 수동적 적응’이 아닌, 그 자신 개혁의 주체라는 매우 중요한 지적을 한다. 자넷 찬은 에드가 샤인(Edgar Schein)의 개념을 빌어다가, 경찰이란 자신들이 겪는 세상 구조를 ‘기질이나 체질’에 맞추며(Chan 2001, p. 119), 기질이나 체질이란 곧 ‘문화에 관한 정보와 지식’의 전파를 통하여 만들어진다고 본다. 여기서 문화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란 ‘사회와 물리적 공간세계에 관한 기술, 작용, 인식, 설명 등에 관한 기본가정’을 포함한다(Chan, 1999, p. 105). 결국 경찰조직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심층적 차원’의 경찰문화 개혁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자넷 찬은 ‘어느 한 단체 구성원은 권력, 이해관계, 권위 등에 관하여 특정 구조와 제도로 이루어진 특정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 즉 경찰활동의 <장>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한다(1999, p. 105). 따라서 문화에 관한 지식과 정보에 대해 변화와 개혁을 경험하려면, 바로 그 <장>의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행동의 변화나 개혁,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지각과 경찰에 대한 인식틀의 변화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
그럼 자넷 찬이 말하는 이상과 같은 경찰문화개혁론은 경찰과 인권 개혁에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경찰이 인권과 노동기본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지식과 정보를 강화시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새로운 정책과 규정의 제도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경찰 스스로 정치적 민주화를 통해 새롭게 주어진 시민의 기본권의 혜택을 직접 몸소 체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비로소 문화에 관한 지식과 정보가 바뀔 수 있다.
바로 이런 체험을 통해서만 경찰은 특히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 같은 시민적 기본권에 대해여 자기 자신의 기질과 체질을 다시 바라보고 개혁하며 바꿀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자기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과 자신의 일터 체험 속에서 인권과 경찰노동기본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린 연후에야 비로소, 경찰조직 바깥 환경 속에서 일반 국민의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며 존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법이다. 결국 개혁메커니즘이 조직의 일상적 체험 및 경찰의 훨씬 더 심층에 있는 가치관과 기본가정들에 대해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기존의 교육훈련과 정책과 규정 개정이라는 보다 더 전통적인 메커니즘보다도 바로 이 심층적 개혁메커니즘이야말로 경찰문화의 변화와 개혁을 이룩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러나 여러 경찰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경찰협의회나 경찰노조란 흔히는 보수단체일 수밖에 없다(Cox, 1996; Reiner, 1978). 그간 경찰협의회나 경찰노조의 역사를 보면 이들은 노동계 파업이나 집회시위로부터 경찰 철수를 반대하며, 일반노조와 함께하는 상급노총 가입을 거부하고, 경찰감시기관 추가교육훈련 경찰문민화 등에 대하여 반대와 항의를 거듭해왔다(Gammage & Sachs, 1972; Juris & Feuille, 1973).
그러나 이는 서구민주주의 국가들의 사례일 뿐, 남아프리카 사례 등을 보면, 경찰협의화나 경찰노조가 기존의 강고한 가치관이나 태도를 바꾸어, 훨씬 더 노동기본권 및 인권 지향의 경찰현장으로 개혁하여 정착시키는 역할을 훌륭하게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경찰노조가 설립되지 않았지만 여러 공기업노조와 전교조 및 공무원노조 활동을 보면 영국과 미국 경찰노조의 보수성보다는 말 그대로 민주주의와 인권 지향적인 측면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3. 아르헨티나 경찰노조 설립과 좌절
아르헨티나경찰의 독자적 경찰노조 설립 시도를 보면, ILO는 개별 국가가 이전의 독재시절 일방적으로 입법하여 시행해오던 대로 경찰노동기본권과 결사의 자유 금지방침을 지지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는 ILO가 십중팔구는 무심코 저지른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2003년도 말 부에노스아이레스 경찰단체 두 곳에서 ILO 결사자유위원회 측에게, 아르헨티나 정부가 경찰의 노동기본권을 거부하기로 한 결정에 대하여 잘못되었다며 심사해주도록 요청서를 제출하였다. 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하위직 경찰이 경찰노조를 설립하고 설립신고를 하려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 경찰노조는 아르헨티나 경찰의 근무조건의 악조건에 대처하며 또한 전반적인 경찰노사관계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찰노조 지도자들은 “경찰근무조건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매년 수백 명씩 발생하는 총격사망사건에 책임이 있는 ‘경찰마피아’와 ‘함부로 총질을 일삼은 경찰’에게3) 고삐를 죄어 그런 일을 막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4) 부에노스아이레스 경찰지휘부는 이에 대해 경찰노조를 반대하면서 경찰노조를 만들자고 하는 ‘선동가들’을 조직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아르헨티나의 다른 주들도 유사한 대응조치들이 취해졌다. 예컨대 산타페 주는 경찰노조 설립이라는 노동기본권에 대하여 “일반노조의 핵심적 특성이 기업구성원 사이에 수평관계인 반면, 경찰은 기강을 세우려면 어쩔 수 없이 수직적 상명하복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였다(Obeid & Weisenberg, 2003, p. 11). 경찰지휘부 측은 경찰노조활동이 허용되면 징계절차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정부측도 “군대와 경찰은 공권력의 유일한 저장소이자, 국내안전을 담보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둘은 국가로부터 독립된 게 아니며, 바로 그 국가를 대표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하였다(ILO, 2003a, p. 5에서 재인용).
아르헨티나 중앙정부 측은 경찰노조 금지결정을 할 때 ILO의 여러 핵심 헌장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면서, 자신들이 내린 결정은 바로 그 ILO헌장 제87호와 부합한다고 주장하였다(Marks & Flemming이 ILO 공공노조담당자 Shizue Tomoda로부터 받은 이메일, 2004.1.20).5) 아르헨티나정부는 이 조항 외에도, 노조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를 위해서는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제8조를 함께 인용하였다. 결론적으로 아르헨티나정부는 자국이 경찰노조를 불허한 결정은 “ILO 헌장 제87호의 명문규정은 물론 그 정신조차도 전혀 위반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였다(ILO, 2003a, p. 5에서 재인용).
어쨌든 아르헨티나 경찰노조가 제기한 이 심사안건은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심사결과 아르헨티나정부 손을 들어주었다. ILO의 결사의 자유 헌장이 규정한 보장 규정은 경찰과 군대에 적용되며 국내법과 시행령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재천명하였다(ILO, 2003a). 결국 이 건은 아르헨티나 경찰노조 설립과 단결권은 아르헨티나정부가 금지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으며, 사회적 권리와 노동기본권 진작을 임무로 하는 ILO라는 국제규제기관 역시 경찰노조를 금지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럼 이 건은 결국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경찰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적 권리에 관하여 각종 규제기관 측이 취한 입장들에서 과연 무엇을 건져낼 수 있는가? 경찰조직의 본질적인 지점에서 과연 어떤 점을 교훈으로 배워야 하는가? 경찰조직의 본질이 경찰 및 경찰민주화에 대해서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는 한 것인가?
경찰노조를 금지함에 있어서 아르헨티나정부가 내세운 논리를 보다 더 면밀하게 살펴보자.
핵심논리는 경찰이란 준군대조직으로서 명령과 통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정부는 일반노조의 민주적 기풍과 관행이란 위계질서를 갖춘 상명하복의 경찰 관행과는 충돌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경찰이란 별도의 독자적 행동을 하거나 별도의 독자적 정체성을 가질 만한 기본권이 전혀 없는 국가대리인 및 군사제도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경찰조직을 문민화하는 동시에 탈군사화시켜 나아가고 있는 국제적 움직임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Bayley, 1994; Boda, 2003; Goldstein, 1990; Independent Commission on Policing for Northern Ireland, 1999; Shaw, 2002).
뿐만 아니라 경찰조직은 민주주의 전통을 내면화하여 가치관으로 삼으면 안 된다거나 경찰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적 권리 등을 제한하거나 해야만, 상관의 명령에 대해 전혀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은 채 실효성 있게 응하도록 할 수 있다고 보는 이런 사고방식도, 경찰의 융통성 ․ 문제해결역량 ․ 혁신 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경찰활동이라는 철학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일반시민이 경찰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도록 하는 신생‘민주’국가이고자 한다면 의당, 경찰은 정부로부터 상당부분 조직상의 독립성을 누리도록 해주어야 하며, 군대와 경찰 사이에 명확한 구별을 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쨌든 아르헨티나정부는 자체적인 규제틀이 맞다고 우기는 과정에서 이른바 국제적 헌장과 국제적 노동 스탠더드를 일종의 “책임전가의 우회로”로 악용한 것이다(Braithwaite & Drahos, 2000).
하지만 현실적으로 ILO가 규제기관으로서 도대체 얼마나 중요성과 실효성이 인정되고 있기나 한 건가? ILO는 노동기본권 규제 분야에서 핵심적인 국제행위자이다. ILO가 천명하고 있는 목표란 “전세계적으로 노동조건 및 노동기본권 증진을 이룩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하여 보편적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토록” 하는데 두고 있다. ILO 가입국가는 177개국(2006년)이지만 유엔회원국에게는 무조건 모두 개방하고 있다. ILO가 확립한 국제적 노동 스탠더드는 “일터의 노동기본권과 책임에 대한 글로벌 모델”이다.6)
ILO는 공공분야와 일반기업 분야 일터의 규범과 관행을 조정 촉진하는데 매우 큰 영향력이 있다. 국가를 넘나드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관계가 더욱 더 강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핵심적 노동 스탠더드를 발전시키며 규제하는 ILO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더 증대되고 있다(Biffl & Isaac, 2002; Elliot, 2000). 그러나 선진국과 신생국가가 이런 핵심적 노동 스탠더드를 실제에 적용하려는 의지와 역량은 편차가 매우 크다. 예컨대 신생국가는 핵심노동 스탠더드를 적용하며 사회안전망과 사회보험을 발전시킬 만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Biffl & Isaac, 2002).
그러나 ILO 측의 규제역량을 과장해서도 안 된다. ILO는 독자적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다. ILO는 회원국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으며, 회원국가들 차원에서 나타나는 온갖 결함과 비효율성이야말로 그대로 ILO라는 기구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 결함과 비효율성의 상당 부분이 경찰노조 허용과 정면충돌한다. 이와 관련하여 ILO 사무국 시주에 토모다는 ILO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많은 회원국들이 경찰노동기본권이란 각국의 국내법에 따라 규제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 있는 한, ILO 사무국 입장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ILO 헌장을 개정하여 현재 상황을 바꾸기가 매우 힘들죠. 각국의 경찰노동자가 경찰에게도 일반기업 노동자와 똑같은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부여하며 다른 나라 경찰노동자와 연결하고 정보교류를 함으로써 ILO 헌장 적용범위에 경찰을 포함시키도록 국제적 컨세서스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자기 나라 동료경찰 정치권 정부 등에 대해 적극 호소하는 것이야말로 느리지만 정말 생산적인 전략이라고 봐요.”(2004.3.19. 모니크 막스와 제니 플레밍이 받은 이메일, Marks & Flemming 2006)
4. 남아프리카 경찰노조의 성공
남아프리카 경찰노동자가 어떻게 경찰노동권을 따냈는가 살펴보자. 남부아프리카 권역에서 ILO는 노동법개정과 단체교섭 스킬에 초점을 맞춘 일련의 경찰노조 관련법 워크숍을 개최함으로써 경찰노동운동을 크게 제고시켜주는 촉매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모니크 막스와 제니 플레밍이 ILO 노동법담당 전문가 Jane Hodges에게서 받은 이메일 서신, 2004. 1.28, Marks & Flemming 2006). 하지만 남부아프리카 권역에서는 현행 ILO 헌장과는 전혀 별개로, 경찰노동기본권 모델과 목표가 그 지역 국가들에게 크게 파급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2001년 이후 남아프리카 경찰노조를 허용하는 조치들이 취해졌다. 기실 남아프리카 정부 측이 민주주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이 지속되고 경찰노동기본권 역시 속박 당하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민주정부로 이행하면 경찰도 경찰노동기본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노동기본권획득운동이 크게 고취되었다. 남아프리카 경찰노사관계는 최초의 경찰노조인 ‘남아프리카 경찰 교도관 시민권 연맹’(he Police and Prison Civil Rights Union, POPCRU)이 출범한 지 상당 기간이 경과한 이후 시점인 1993년 11월, 남아프리카 경찰노동규정이 공포되면서 공식적으로 자유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경찰노조가 출범한 1989년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저항운동이 최고정점을 이루던 때였다. 불법을 무릅쓰고 도전적으로 감행된 POPCRU 경찰노조 출범 당시, 수많은 경찰노조 지도부가 정직 징계를 당하였으며, 체포당한 경찰노조 간부도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초기 경찰노조도 압도적 다수는 흑인경찰이었다. 이 경찰노조는 진보적인 노동운동 즉 남아프리카노총(the Congress of South African Trade Unions) 및 해방운동세력 등과 강고한 동맹과 연대를 이룩하였다. 여러 가지 점에서 POPCRU는 명칭이 보여주듯 시민인권운동 단체인 동시에 경찰산별노조라는 이중적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정체성은 1980년대 남아프리카 해방운동과 동맹을 맺은 대다수 직능별노조 산별들도 마찬가지이며, 결국 남아프리카노조운동은 사회운동을 겸한다고 일컬어진다(Webster, 1988).
현재 남아프리카엔 POPCRU와 SAPO(the South African Police Union)두 개의 경찰노조가 있다. 1995년 남아프리카노동관계법이 새로 개정되어 경찰노동자도 다른 일반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기본권이 부여되었다. 경찰관리책임자외 경찰노조 양측은 사회적 대화기구(우리나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의 노사정위원회와 같음)를 통해 대화를 해야 하며, 단체교섭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단 경찰노조파업권은 제외되었다. POPCRU와 SAPU, 두 경찰노조는 ‘공공노조 단체교섭 조정위원회’를 통해 각기 별도로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경찰노조 단계교섭 소위원회가 단체교섭 대상은 첫째 경찰근무조건에 관한 사항, 둘째 건강, 안전, 우대조치 등과 같은 보다 더 광범위한 변화에 관한 사항, 셋째 전국범죄예방정책 및 경찰업무방향 등과 같은 경찰정책사항 등으로 정하였다(Marks, 2000a; Mgijima, 2003). 지난 15년여 동안 이 두 남아프리카 경찰노조는 경찰의 봉급과 수당을 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승진, 업무배정, 징계, 기타 근무조건 등에 대한 정책결정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해왔다. 뿐만 아니라, 두 경찰노조, 그중에서도 특히 POPCRU측은 외형상의 경찰민주화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경찰의 직업전문성을 구축하는 운동을 주도해오고 있으며, 남아프리카 커뮤니티 경찰활동을 최초로 추진한 주역이기도 하다. POPCRU는 남아프리카 경찰의 억압과 차별 행위에 대해 강력 반대하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한 최초의 경찰단체였으며(Brogden & Shearing, 1993), 경찰내부의 흑인우대조치 추진과 형평성보장, 부자동네와 가난한 동네에 경찰인력과 예산을 공평하게 배분 배치토록 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Marks, 2000a, 2000b).
남부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는 경찰노조에 관한 한 예외적인 국가에 속한다. 남아프리카 권역의 다른 국가 경찰은 경찰대변단체 가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기존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아프리카 이외의 국가 일선경찰은 우리나라 경찰과 마찬가지로 일터나 일터정책 및 일터업무방향 등에 관여할 아무런 토론기회도 절차도 없다. 단체교섭권도 없으며 고충처리도 단지 상명하복의 전횡에 따른 계급제도를 통해서 이루어질 따름이다. 남부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경찰협의회 등이 있기는 해도, 봉급과 근무조건 사항에 대해 협상을 벌이는데 필수적인 단체교섭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근무 중 사망한 경찰 유가족에게 지원하는 등의 수당지급에 관한 정도가 고작이다.
근자에 이르러 남부아프리카 국가들도 경찰 사이에서 불만이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불만의 목소리는 국제회의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 국제회의는 2002년 10월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나탈대학, POPCRU, ILO 등이 공동주최하였다. ILO는 이 국제회의 비용을 아낌없이 지원함으로써 토론회와 진행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국제회의는 경찰노사관계를 증진시키도록 하는 동시에, 남부아프리카 각국 경찰단체와 경찰협의회 내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진작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 국제회의에서 ILO는 경찰노동자에 관한 현재의 ILO 헌장내용을 요약 발표하였으며, 매우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ILO는 그 후에도 남부아프리카 경찰노사관계 증진사업에 지속적으로 재정지원과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ILO는 이런 지원이 기존 헌장의 테두리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헌장내용 자체가 개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시 더반회의에서 남부아프리카 경찰은 역내 경찰노사관계의 자유화 즉 경찰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였다. 각국대표들은 워크숍이 각국을 돌며 경찰노사 양측이 주최토록 한다는데 합의하였다. 이 워크숍은 경찰노조와 경찰협의회 측이 노사간 사회적 대화기구 및 단체협상에 관한 기본지식과 스킬을 제공하며 경찰노조 설립에 요구되는 단결권과 그 바탕이 되는 결사의 자유 권리에 대해 경찰관리책임자 측과 논의를 주도하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이런 기회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요컨대 단결권 보장이라는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들에게 확장되어야 하며, 스스로 이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은 경찰이야말로 일반시민의 바로 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같은 민주주의를 가장 잘 존중하며 보호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002년 10월 국제 워크숍 이후 남아프리카 경찰과 함께 일련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그중 첫 번째 워크숍은 2003년 10월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었다. 참석자들은 경찰노사관계 증진을 위한 여러 방안들에 대해 토의했으며, 경찰에게 단체교섭과 노조대변에 관한 각종 스킬과 정보 등을 제공하였다. ILO 대표단을 초청하여 ‘남부아프리카 개발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국가에서 온 경찰기관 측에 대해 경찰노사관계의 틀과 실무관행을 바꾸도록 지원하였다. 그러나 기존 경찰노사관계 틀과 관행을 바꾸는 성과는 여러 해가 걸린다. 하지만 그 사이 남부아프리카 나라의 경찰들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획득을 위해 결집하기에 이르렀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경찰노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경찰민주화 진행 및 경찰 사기와 헌신성 진작 등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보게 되었다(POPCRU, 2003). 경찰노조와 경찰협의회 등은 스스로 자신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획득하려는 모색과정에서, 경찰노조나 경찰단체가 결국 경찰개혁을 촉진하며, 단체소속 경찰을 감독하고, 경찰이 지녀야 하는 시민정신도 재정립하도록 하는 매우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5. 라트비아 경찰노조 설립과 유로캅
우리나라 경찰노조 설립에 있어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나라가 라트비아 경찰노조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6년 라트비아 경찰이 경찰노조를 설립했다든가, 공산권 붕괴 이후 민주화 이행과정에서라든가, 미지급 초과근무수당 문제가 계기가 되었다든가, 일종의 직장협의회와 유사한 오랜 경찰협의회라는 단체가 있었다든가 하는 것들이, 이제야 비로소 경찰노조추진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하다.
먼저 북유럽 발트해 동부에 위치한 라트비아 개요를 보면, 수도는 리가, 화폐는 라트(LVL), 언어는 라트비아어, 인구는 2,231,503명(2010년, 140위), 면적 64,589㎢(123위), 습윤대륙성과 해양성기후, 종교는 러시아정교 루터교 로마가톨릭 등이고, 라트비아계 58% 러시아계 30% 벨로루시계 등이며, 중앙집권공화제, 대통령과 총리가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378달러(2009년, 55위)이다.
아래에서는 라트비아 학술원 회원이자 우리나라 KDI격인 경제연구소 소장(2006년 당시 직함)인 라이타 카나이트(Raita Karnite) 여사가 쓴 “라트비아 경찰노조 설립과정”이라는 보고서를 소개한다.7)
경찰노조 설립
라트비아는 법개정에 따라 2006년 1월 1일부터 경찰노조를 합법적으로 설립하며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당기간 준비과정을 거쳐 출범한 라트비아 경찰노조(The Latvian United Police Trade Union, LAPA)가 2006년 6월 공식 출범하였다. 경찰노조를 허용하게 된 것은 크게 보아 경찰노조가 경찰에게 과연 혜택이 되는가를 둘러싸고 오랜 동안 지속되어온 논의 결과에서 그렇다는 판단과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라트비아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과 일련의 개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가공무원법은 일반직과 특정직으로 구분한다(LV0409104F). 특정직이란 외교영사업무, 국세업무, 일반경찰, 보안경찰, 내무부 연락센터와 정보센터, 국경수비대, 일반소방과 구조구호기관, 교정직, 과학수사연구소 등을 가리킨다.
특정직 업무는 경찰법, 국경수비대법, 국세청법, 외교영사법, 소방안전법, 교정법 같은 개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동시에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전반적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직도 준용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직은 ‘이중적 위상’을 갖는다. 특정직 관련법체계는 특정직의 개별근무조건을 규정하고 있지만, 일반직의 보수와 사회보장 규정이 특정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경찰법은 계급과 근속연수에 따른 추가수당, 생계수당, 위험수당, 순직시 특별유족수당 등을 추가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출산과 휴가수당 같은 일반직 수당은 경찰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여겨졌으며 실제로 이런 수당은 경찰에겐 지급되지 않아왔다.
경찰노조 설립 움직임
2004년 말 많은 경찰관들이 내무부장관에게 사회보장 성격의 각종수당 등을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처우에 해당하고 사회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연명으로 시정을 청원하였다(LV0510101N, LV0508102N, LV0505101N and LV0412101N). 경찰은 일반직 수당이 자신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최소한 출산과 휴가 수당은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2004년 82명의 특정직이 내무부에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라며 진정하였다. 이중 57명이 소송에 돌입했으며 법원 측은 그중 4건에 대해 특정직 승소판결을 하였다. 판결문은 법적 모순으로 인해 경찰의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이 이처럼 진정과 청원을 하기 시작할 때 경찰법을 보면 경찰노동자의 이익을 지키며 파업을 벌이거나 노동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경찰노조 설립이나 다른 경찰이익 대변단체를 금지하고 있었다. 결국 경찰의 진정과 청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는데다가, 불안한 소요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을 막기 위하여 라트비아 정부는 경찰노조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의회 측은 경찰노조 설립과 가입을 허용하는 경찰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개정안은 통과되어 2006년 1월 1일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서 2004년 말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헌법재판소에 경찰법이 총연맹 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무효라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실상 2006년 1월 이전에도 벌써 경찰노조총연맹 설립이 가능아 하게 되었다.
2005년 4월, 경찰노조 설립이라는 경찰측 입장을 지지하기 위하여 라트비아경찰협의회(1923년 설립)가 재창립하는 형식과 절차를 밝기에 이르렀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이미 이 경찰협의회가 경찰의 이익을 대변해 왔었다. 경찰협의회 재창립은 경찰노조총연맹 설립이라는 과제를 위한 것이었다. 경찰협의회 재창립을 통해 2006년 1월 1일 설립하게 된 경찰노조를 위한 조직적 동력을 유지하면서, 준노조 활동 경험을 제공하였다. 경찰협의회는 사실상 수많은 노조기능을 수행해왔지만, 사회적 대화(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것임) 시스템 상의 경찰노동자 대표성, 요컨대 단체교섭권은 없었다. 2006년 1월 1일 이후 이 경찰협의회는 자연스럽게 경찰노조로 전환하였다. 당초 3천여 경찰관들이 이 경찰협의회 지지를 표명했지만 실제로 가입은 약 5백여 명에 불과하였다.
2004~5년, 치솟는 인플레와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소방과 국경수비대도 상황이 어려워졌다. 예산부족으로 인해 소방당국은 구조업무와 기술적 지원업무를 중단 제한하며, 대신 단지 민간인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만 지원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하였다. 경찰 • 소방 • 국경수비대 등은 자동차 연료비로 빚을 잔뜩 지게 되었다. 연료비 인상분이 이들 기관예산에 미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들 기관은 봉급수준도 2005년 8월 당시 매월 335유로(한화 67만원, 1유로=2,000원)으로서 매우 열악했다(공무원 평균월급은 약 402유로). 이로 인하여 많은 특정직들이 사표를 냈다. 특히 2005년 한 해 동안 경찰은 330명 이상 사표를 냈다.
특정직이 2005년 정부예산에서 봉급인상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협의회 측은 항의 데모를 개최하였다. 그중 2005년 8월 15일 라트비아 수도인 리가 집회는 피켓시위 형태로 열렸으며, 이 날은 정부측이 2005년 정부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하기로 한 바로 그날이었다. 비번 중인 경찰만 그날 피켓시위에 참석하였다. 왜냐하면 특정직이 근무시간에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행정벌이 내려지는 규정위반사항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경찰은 다음 세 가지 핵심요구사항을 내걸었다.
1. 봉급인상.
2. 특정직에게 출산과 휴가 수당 지급.8)
3.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는 기타 법정수당의 지급.
수백 명의 경찰들이 라트비아 전국에서 모여들었으며 전국의 모든 경찰서들이 모두 대표자를 보내 자신의 피켓을 들었다.
경찰노조 출범식
2006년 1월 7일, 라트비아 경찰노조(LAPA)가 지역별 대의원 77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위원장 부위원장 집행위원 등을 선출하였으며 13명으로 이루어지는 집행위원 중 6명은 광역단위 경찰관서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합의하였다. 2006년 6월 현재 경찰협의회 역시 경찰노조와 더불어 나란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노조 출범을 통해 일선경찰은 사회적 대화기구에 주체로서 참여할 권리를 갖추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이해관계가 100% 보장되는 제도는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새로 출범한 경찰노조 지도부는 전체 경찰의 90~95%를 조합원으로 확보할 목표를 가지고 조직화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협의회(LPS) 소속의 자치경찰은 100% 경찰노조에 가입토록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 소속은 정원이 9,900여 명이며 결원이 약 8백 명으로 되어 있다.
경찰노조의 1차 목표는 단체협약을 맺는데 두고 있으며 그 다음엔 경찰고용조건을 면밀히 검토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경찰노조 출범 당시 경찰은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입직해오고 있었으며, 그래서 경찰노조의 목표는 경찰이 경찰청과 고용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벌인 결과를 가지고 라트비아 경찰노조는 경찰에 사표를 내고 민간경비회사로 옮기거나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현상을 종식시키며, 경험이 축적된 직업경찰이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2006년 2월 11일 임시총회가 열려 정관과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유로캅의 지원
라트비아 경찰노조 설립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으며, 유로캅(유럽경찰노조연맹 EuroCOP) 측이 라트비아 경찰노조를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2005년 2월 라트비아에서 대규모 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9) 당시 라트비아는 EU 회원국이지만 경찰노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없는 상태였다.
유로캅총회 이후에도 유로캅에서는 라트비아 정부측에 대해 경찰노조허용을 하라며 계속 압박을 가했다. 2005년 4월 마침내 라트비아 정부 측이 경찰노조를 허용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 1월 7일 라트비아 경찰노조가 공식출범하였다.
이때부터서야 비로소 라트비아 정부는 국가경찰정책 결정시 경찰노조가 논의과정에 참여토록 하며 단체협상권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라트비아 경찰노조 초대 위원장은 아그리스 수나(Aivars Sūna, Agris SUNA)이었다. 2005년 11월 라트비아 경찰노조는 출범 전이었지만 유로캅 정식회원국이 되었다. 웹사이트는 www.lpb.lv이다.
남아프리카 경찰노조가 ILO 및 네덜란드와 스웨던 경찰노조 지원을 받았다면 라트비아 경찰노조 출범에 일조한 것은 유로캅의 적극적 지원이었다. ICPRA라는 국제경찰노조연맹이 만들어져 남부아프리카에 속한 스와질랜드 경찰노조 출범을 재정 및 법률 지원을 한 바 있기도 하다.
경찰노조 출범을 둘러싼 이슈들
라트비아 정부가 경찰노조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청신호를 켜기로 결정한 이후, 광범위한 차원에서 논의가 촉발되었다. 특히 빈번한 논의가 이루어진 주제는 예산 측면이었다. 경찰이 특정직에 대한 사회보장 처우를 그대로 놔둔 채 다시 추가로 일반직이 받는 수당을 주기로 한다면, 경찰예산이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안보 측면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주로 파업권 허용 여부와 관련해서이다. 그리고 경찰노동에 대해 노동법(LV0405103F) 준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문제도 논의 주제로 등장하였다. 왜냐하면 예컨대 초과근무시간에 대해 수많은 법규들이 있는데, 경찰노동의 특성상 이를 곧이곧대로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경찰관들 측이 개최한 피켓시위는 경찰청 측에 대해 보수지급 차별에 대해 광범위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예컨대 경찰고위직 봉급은 월 2,560유로(한화 약 512만원)를 능가하며, 관리자급은 결원 경찰에게 지급해야 할 예산에서 매월 보너스를 받기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2006년 1월 일단 경찰노조가 설립 이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이르기까지는 큰 논란거리는 새로 등장하진 않았다.
연대 파트너 입장
라트비아 자유노조총연맹(LBAS) 측은 초창기 경찰피켓시위에는 직접 관여하진 않았다. 그러나 경찰노조 설립을 지지하면서 설립준비과정에서 전반적인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찰노조 출범은 매년 조합원이 감소하던 자유노조총연맹 측에게도 매우 중요한 진전일 수밖에 없다. 경찰노조 출범은 노동기본권 보장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노조운동의 참여계층을 가일층 확대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다.
라트비아경총(LDDR) 측은 경찰노조 출범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공개적으로 끼어들지는 않았다.
내무부 측은 경찰관 요구사항에 대해 이해를 표하면서도 예산부족 때문에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입장이었다. 내무부 관리들은 경찰노조 설립에 대해 각자 입장을 달리 하였다. 당시 드진타스 자눈체이카스 내무부장관은 경찰노조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면담에서 장관은 기꺼이 건설적 협력을 다짐하면서 가칭 ‘공직발전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법안은 경찰 및 여타 기관에 대해 일관된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며 임명 • 해임 • 특권 • 사회보장수당 • 기타권리 등에 대한 절차상의 근거를 두고 있다. 내무부장관은 경찰도 2006년분 미지급 수당을 모두 지급토록 하자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예컨대 내무부소속 노동자의 봉급이 직업군인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경찰봉급인상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라트비아 중앙정부는 경찰청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내역에 근거하여 내무부 및 경찰청측에 대하여 2005년 9월 13일까지 경찰봉급 인상방안을 포함하여 각종 보수와 수당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구체화되지 못하였으며 경찰관들 쪽 요구 역시 단지 부분적으로만 충족되었을 뿐이며, 수당지급은 점진적으로 시정하기로 했을 따름이다.
결국 2004년 말에 이르러 경찰보수 문제는 라트비아 연립정부 내에서 중대한 이견을 초래하고 말았다. 인민당(TP), 녹색농민연합당(ZZS), 신기원시대당(JL) 등은 내무부 소속기관 공무원 보수문제는 2006년분에 국한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라트비아제1위당(LPP) 측은 법원최종판결이 내려지고 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로 경찰봉급 지급을 위한 추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시 에릭스 제캅슨스 내무부장관의 입장을 지지하였다. 연립정권을 구성하던 나머지 정파들은 이 문제를 정국불안으로 내몰려는 기도라며 비판하였다.
한편 라트비아 사회적 대화기구의 관점에 보았을 때, 라트비아 경찰노조 출범은 매우 중요한 발전에 속한다. 2006년 6월 경찰 및 경찰과 유사한 기관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킬 수단이 없었으며, 결국 이로 인해 경찰노동사용자 즉 국가 쪽의 직무유기를 초래한 것이 되고 말았었다. 요컨대 국가가 법을 지키지 않는 모순상황이었다. 즉 법에는 일반직과 특정직 모두 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법집행기관에 대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당시 라트비아 언론보도에 따르면 열악한 저임금 구조로 인하여 대국민 접점지대에서 근무하는 특정직의 부패가 만연해 있으며, 특히 경찰과 국경수비대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상황이 지극히 위험천만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하였다.
라트비아 경찰노조 출범은 이런 부패를 일소하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파트너십의 발전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라트비아 경찰노조 출범은 구성원들의 단결과 결집된 행동이야말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노조 출범은 이제 그 제1보를 내디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트비아 경찰노조 출범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측 입장과 태도는 와해된 모래알 조직의 경찰공무원 노사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근 내무부장관-경찰노조 단체협상 시작되다
2010년과 2011년 라트비아 경찰노조는 마침내 내무부장관과 단체협상을 개시하였다. 경찰노조가 여러 해 동안 줄곧 내무부장관 사퇴를 요구해왔던 이유로 인해 단체협약안 합의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타 카나이트는 경제전망연구소 소장으로서 유로캅 홈페이지를 이와 관련된 소식을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단체협상 진행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0)
라트비아 내무부 소곡 공무원노동자 즉 경찰과 단체협상은 마침내 2010년 12월 시작되었다. 린다 뮈니스(Linda Mūrniece) 내무부장관은 정부가 봉급삭감, 장기수당삭감, 50세 조기퇴직 등을 시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있지만 경찰노조측과 협력하기 위해 단체협상에 임하게 되었다. 그간 이처럼 단체협상이 개시되기까지 내무부와 경찰노조는 장기간에 걸쳐 분쟁을 벌여왔으며, 경찰노조측은 장관직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린다장관은 아이바스 펜키스(Aivars Pencis) 전 소방청장을 지명하여 내무부소속 각급 공무원노조 측과 단체협상에 임해주도록 요청하였다. 경찰청 역시 경찰노조 및 내무부소속 공무원노조측과 단체협상을 개시하였다.
내무부와 경찰노조는 삼각협력위원회 공안분과 측 중재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기구(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즉 이 기구는 정례적으로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내무부, 경총, 자유노조총연맹 등의 대표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경찰노조 측의 불만은 아주 오래 된 것이다. 결국 라트비아 정부의 긴축조치로 인하여 린다장관과 아그리스 수나 경찰노조위원장은 오랜 전부터 서로 분쟁을 벌여왔다. 린다장관은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내무부장관을 했으며, 경찰노조 측은 재삼 재사 린다장관 사퇴를 요구해왔다.
2010년 10월 총선 후 경찰노조측은 또 다시 린다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압력을 가했으나 불행히도 관철시키지 못하였다. 즉 2010년 11월 2일 새로 구성된 의회가 처음으로 개회하는 날, 경찰노조 측이 린다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였으나, 단지 열 댓 명만이 이 집회에 참석했을 따름이다.
라트비아노총 내무부소속 공무원노조연맹위원장 아만즈 어거스탄스(Armands Augustāns) 역시 린다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데 경찰노조와 함께 하였다. 그러나 아만즈위원장은 몇 명 되지도 않는 사퇴요구 집회 방식으로는 전혀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고 보았다. 더욱이 내무부 소속 경찰청과 소방청은 경찰노조 측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관계를 단절하였다.
린다가 다시 내무부장관으로 공식 복귀한 것은 2010년 11월 3일이었다. 이후 경찰노조 측의 사퇴요구는 사그라들었으며 단체협약안을 둘러싼 양측간 대화와 회담이 재개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경찰노조는 정부측에 대해 반대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요구사항은 축소하였으며 린다장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대화기구의 핵심적 요소 즉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상호협력과 열린 자세가 경찰노조 활동방식에서 실종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린다장관은 단체협약안에 서명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대화기구 테이블에서 일방적인 모습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다른 한편 린다장관의 이런 자세는 경찰과 소방 공무원노동자 측의 정당한 요구를 그저 억누르기만 하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린다장관의 진정성과는 상관없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분규사태를 비켜가기 위하여 사회적 대화라도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6. 글로벌 차원의 경찰노동기본권 획득운동
현대세계에서 경찰노동기본권을 요구하는 결집 현상이란 특별히 민주화 이행단계에 있는 국가들에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나라는 사상 최초로 민주주의 기본권이 전체 시민들에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피안느(Finnane, 2002)가 지적한 대로, 경찰조직이란 하나의 산업체인 동시에 일터이기도 하며, 경찰이란 다른 분야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무조건과 봉급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거의 모든 나라가 노조든 협의회든 연맹체든 지부형태든 막론하고 매우 강력한 경찰대변단체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찰단체는 흔히 경찰기관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서 내부정책결정과정 및 보다 더 전반적인 경찰 거버넌스를 틀 지우는 중추역할을 맡고 있다.
신생민주국가와 심지어 덜 떨어진 민주주의 국가 등에서 경찰노동자들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부르짖기 마련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신생 경찰단체를 과연 어떻게 규제할 것이며, 또한 이들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가? 브레이트웨이트와 드라호스(Braithwaite and Drahos, 2000)는 글로벌 기업규제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글로벌 규제에서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행위자란 바로 그 개별 국가임을 지적하고 있다.
경찰노동기본권에 관한 한, 각국 정부가 그 규제틀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개별국가 차원의 규제틀이란, 경찰활동과 안보, 공공부문 노동법, 일터문화, 전체 민주화 수준, 시민들이 누리는 시민적 권리와 정치적 자유의 수준, 거버넌스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정도 등의 개념들이 어떻게 해석 관철되고 있는가 여하에 달려 있다. ILO 같은 국제기관이 개별 국가차원의 규제틀에 간섭하기를 지극히 꺼려하는 점을 감안할 때, 특히 경찰노사관계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의 이 규제틀과 규제정치야말로 계속해서 결정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단체가 여전히 이른바 국가의 대리자라고 인식하는 비민주국가 내지 신생민주국가의 경우, 경찰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 즉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라는 기본권은 결국 거부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는 경찰기관의 여러 가지 개혁은 물론이고 경찰민주화 추진마저도 방해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처럼 개별국가야말로 경찰노동기본권과 사회적 권리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노동기본권 획득운동과 허용이 과연 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앞서 지적한 바대로 그건 가능하며, 권역별 추세와 국제추세 모두 경찰노동기본권을 진작시키는데 매우 큰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 특히 신생민주국가의 경우 더욱 더 그러하다. 예컨대 스칸디나비아반도 노르딕 국가들의 경우, 경찰노동자는 매우 포괄적인 노동권을 향유하며, 이들의 폭넓은 노동권 향유는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특히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두 경찰노조의 경우, 남아프리카 경찰노조 POPCRU에게 재정 및 프로그램 개발 모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남부아프리카 국가들에 국한시켜 보면, 남아프리카 경찰노동자가 큰 이득을 누리고 있음을 바라보아야 하는 남부아프리카 이웃국가들 경찰노동자들에게 자기 나라의 경찰노사관계 틀과 제도에 대해 이래서는 안 된다며 재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게끔 크게 고취시키고 있다. 심지어 지구 반대편 한국에 대해서까지! 남아프리카 공공노조 및 경찰노조와 우리나라 전국공무원노조는 상호교환방문을 정례화하면서 국제연대를 다지고 있다.
남아프리카 이웃 국가인 모리셔스와 잠비아 경찰관리책임자 및 경찰협의회 측은 남아프리카 경찰노조 POPCRU를 초청하여 자신들에게 어떤 모델의 경찰노사관계의 자유화가 가능한지 배움을 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 국가들도 이 권역 국가들에 대해 국경을 넘어 경찰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경찰노사관계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며 자국에 맞는 경찰노사관계 틀을 개발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즉 호주와 뉴질랜드 경찰노조 측은 피지, 쿡아일랜드, 파푸아 뉴기니등에 대해 독자적 경찰노조나 경찰협의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찰노동기본권 규제틀의 개정이란 경찰노조간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발전 및 확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마치 다른 분야 국제 규제틀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경찰노사관계 틀에 관한 여러 다양한 모델들에 있어서도, “디스플레이 전시, 상징해석, 복제” 등이 숱하게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Braithwaite & Drahos, 2000, p. 580). 이런 경찰노조 모델 따라 하기란 유사한 세계관, 정치이데올로기, 관습을 가진 나라 경찰들 사이에서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럽, 남아프리카, 환태평양 권역 등지에서처럼 공간적 가까움도 경찰노조 모델 따라 하기를 크게 촉진시킨다. 국제 워크숍, 국제회의, 비공식 서신교환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것 역시 이미 국가와 권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다. 경찰노조와 경찰협의회들끼리 맺어진 각종 네트워크도 정보와 경험을 적극 공유하고 있으며, 국제적 규제틀 개정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럼 이 모든 것들 중에서 ILO 같은 국제규제기구는 어디에 위치하는 걸까? 각국 경찰노동자들의 품위 있는 노동 스탠더드와 노동기본권을 확립하는데 있어서 ILO가 과연 어떠한 규제와 집행 역량을 담보하고 있을까?
ILO의 핵심기능은 국제공인이 이루어진 핵심적 노동 스탠더드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데 있다. ILO는 브레이트웨이트와 드라호스가 노사관계 및 노동기본권 분야에서 ‘영향력의 거미줄’이라고 부르는 네트워크의 핵심 행위자(Braithwaite and Drahos, 2000, p. 7)이며, 어떠한 국제기구로부터라도 준수하도록 보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정교한 컨설팅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다(Biffl & Isaac, 2002). 모범사례로서 벤치마킹 대상을 보여주며 나아가 동경해마지 않는 규범틀을 제공하는데 있어서 ILO 헌장은 개발도상국가에 대해서조차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ILO 같은 국제규제당국이 없는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노동 스탠더드를 실행에 옮기려는 국가들의 경우 자국의 개별입법과 관행을 자유롭게 추진한다고 해도, 그저 면책되고 말 따름이다.
그러나 ILO가 경찰노사관계에 적극 개입하여 증진시킬 수 있는 여지와 역량이란 기존의 경찰관련 헌장과 조문의 제약을 받는다. 개별 국가 측에게 해당하는 노동 스탠더드를 정하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노동자는 해당 국가 정부 측의 정치적 결정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시장경제와 국내역학관계 등으로 인하여 경찰노동기본권 증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단순하게 국내제도와 국내정책에만 의존하는 경우, 경찰노동자들은 매우 불리한 처지에 빠지며 경찰서비스에 중대한 문제점이 노정될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 경찰노조 출범과 좌절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개별국가의 결정 방식이란 경찰에 대해 군대식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그리고 이는 다시 경찰이 경찰민주화에 적극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도록 내몰며, 경찰활동의 대상인 커뮤니티 주민들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일정 기간마다 ILO는 헌장을 개정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회원국가들이 개정안을 수용할 태세를 갖추었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처럼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ILO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실무규정”을 개발하고 나선다. 회원국들은 이에 편승하여 이런 결의안에 기꺼이 지지를 보낸다. 어떤 내용을 담든 개별국가가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괘념치 않는다. 이 실무규정은 경찰을 비롯한 공공분야의 사회적 대화를 촉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긴급대응 공공기관도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2003년 1월 ILO는 제네바에서 ‘긴급대응기관 연석회의’를 개최하였다. 경찰노사대표들도 참석한 당시 회의는 ‘변화하는 환경에 놓여 있는 긴급대응 공공기관의 사회적 대화기구 지침’이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 지침은 결사의 자유 즉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과 같은 노동기본권을 진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ILO, 2003b).
가까운 장래에 이뤄지기는 힘들긴 하지만 ILO 헌장개정이 언젠가 이루어진다면, 경찰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훨씬 더 강력한 지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설사 ILO가 헌장을 수정하는 경우에조차도 규제역량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Braithwaite & Drahos, 2000, p. 234).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여전히 결사의 자유 즉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ILO 기본헌장조차 준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아르헨티나 경찰노조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ILO 헌장은 노동기본권 배제를 정당화하는데 편의주의적으로 거꾸로 이용당함으로써 “책임전가 우회로”로 전락한 실정이다. 여기에 덧붙여, 근자에 노동권보장이라는 헌장 집행메커니즘 강화노력에도 불구하고 “집행 의지와 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집행이 안 이루어지는 것이야말로 여전히 문제”이다(Elliot, 2000, p. 7). 현실적으로 ILO는 노동 스탠더드 규정과 헌장 집행을 위해 단지 대화, 도덕적 권고와 설득, 법적지원 등에 호소할 수 있을 따름이다. ILO측이 이처럼 경찰노사관계를 규제하는 역량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 결국, 경찰노동자와 경찰관리책임자 양측은 필경 보다 더 공정한 경찰노동관행을 개발하기 위해 경찰대변단체 및 경찰노조의 권역별 국제 네트워크 및 경찰노동기본권을 옹호하는 전문가계층 등에게 주목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ILO은 경찰노동기본권이 경찰민주화는 물론 전체 사회민주화에 기여하는 장점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헌장을 재검토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 기본권을 바탕으로 경찰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술적 법적 지원을 아껴서는 안 된다.
7. 우리나라 경찰노조
부산동의대 민주화 운동 당시 사지로 내몬 과잉진압에 대해 정부와 경찰지휘부에 항거한 것은 학생 측만이 아니었다. 당시 진압에 동원된 전의경 중에서 6백여 명이 부산경찰청 마당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바 있으며 이것이 최초의 경찰데모라는 평가도 한다. 4.19 혁명 직후 모의원이 경찰을 비하했다가 경찰이 집단시위를 벌여 사과를 요구했으나 사과를 받아내진 못했다며 어느 퇴직경찰이 자서전에서 이 내용을 밝히면서 이것이 최초의 경찰데모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군사독재시대 현장경찰의 목소리는 짓눌려야 했으며,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폴네티앙과 무궁화클럽이라는 현직경찰 인터넷동호회 모임이 생겨나 경찰개혁과 수사권독립을 위해 활동하고, 나아가 경위근속승진을 따내는 사실상의 준노조 역할을 다한 바 있다.
그러나 92년 전 상해임정에서 최초로 경무부 즉 경찰을 만들어 백범김구가 독립국의 문지기 역할을 다하겠다며 경찰이 창설된 이래, 해방공간에서 미국이 이승만과 손잡고 친일반공정부를 세우기로 한 상황에서 민족진영은 패퇴한 채 친일파가 득세하였다. 경찰 역시 친일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지금껏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경찰민주화는 물론 자치경찰전환과도 거리가 멀었을 뿐만 아니라, 3.15부정선거 획책과 4.19혁명에서 경찰발포 등과 같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내몰리며 항변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지금껏 이로부터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19혁명 이후 경찰중립화라든가 1987년 시민항쟁과 개헌이라든가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경찰민주화 및 이를 추동할 경찰내부 동력원인 경찰노조 건설의 계기를 경찰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오고 있다.
더더욱 신임이든 재직이든 현직경찰의 입학을 금지하는 경찰대학이 설립되고 위헌적 자동경위임용 특채와 병역특혜가 생겨난 지 30여년 지나도록 지금껏 우리나라 경찰민주화와 자치경찰전환은 아직도 저 먼나라 이야기인 실정이다. 병역의무를 다하러 간 젊은이를 강제로 시위진압에 내몰아 부모형제 친구와 맞서도록 강요하며, 유노동 무임금의 전형인 의경을 내세우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경찰제도조차 경찰 스스로 시정하지 못하는 뼈아픈 상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앞서 신생민주국가들도 시도하는 경찰민주화와 경찰노조설립이 우리나라에서는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0년 9월 11일 ‘전국경찰노동조합 추진위원회’가 몇몇 전현직 경찰개혁운동단체 주축으로 출범하여 경찰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과 외국의 경찰노조 네트워크 등의 지원과 연대를 통해 우리나라도 경찰노조 설립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찰 외에도 소방과 교정분야 분들도 노조설립을 위해 여러 가지 방향으로 모색을 하고 있으며, 경찰노조 추진세력과도 연대를 꾀하고 있다. 반가운 것은 최근 제주지법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2011년 5월 소방관에 대해 초과근무수당을 전액 지급토록 하라는 판결을 내린 점이다. 이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은 예산 편성 범위에 관계없이 근무한 만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금지된 소방공무원의 시간외수당과 휴일근무수당 병급(倂給)도 가능해졌다. 약 2만 5천 남짓한 소방공무원들이 2007년 이후분만 해도 총 3천억 원여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을 받게 된 것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전국의 각지방자치단체는 미지급수당지급을 위해 예산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11)
제주지법 판결에 따르면 “지방공무원의 수당은 법령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시간외근무수당 등 초과근무수당이 예산에 계상된 이상 초과 근무한 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할 수 있다. 초과근무시간 인정을 예산범위 내로 한정하고, 시간외 · 휴일근무수당 병급을 제한한 사항 등에 대해 법규성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는 이미 지급한 초과근무수당을 뺀 나머지 금액에 상응하는 미지급 초과수당과 이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번휴무일을 휴가 기간에 포함해 시간외근무수당을 산정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는 2007∼2009년 2교대나 3교대로 근무하면서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상 근무시간을 매달 48∼168시간 초과해 근무하고 야간과 휴일에도 일했지만, 예산상 이유로 월 32∼45시간 한도 내에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았다며 2009년 12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초과근무수당 관련 소송에 참여한 전국 소방공무원은 7천여 명이며, 소송금액은 7백억여 원으로 추산된다. 4천여 명은 애초 소송에 참여했다가 지자체가 ‘제소 전 화해’ 방식으로 수당을 지급하기로 해 소송을 취하하였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기준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또 소송을 내지 않았더라도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5천여 명에게도 형평성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16개 시·도에서 2007∼2009년 미지급한 초과근무수당은 2천 8백여 여 원에 이른다. 여기에 병급 휴일근무수당까지 합하면 4천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재정규모가 열악한 지자체는 막대한 수당을 감당할 수 없어 정부의 지원을 요구할 것이며 다만 시간외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의 병급 부분은 항소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상은 소방발전협의회가 소송 철회를 하지 않는다며 수많은 징계를 당하면서도 전국 소방공무원들이 똘똘 뭉쳐 각지에서 제기한 소송 결과로서 소방노조는 물론 경찰노조 설립에도 청신호를 보여주는 값진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소방발전협의회의 경우 이번에 받게 되는 3천 억여 원 중에서 10% 정도인 2~3백억 원을 소방발전기금으로 적립하여 연구용역이나 소방노조 건설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경찰도 미지급 초과근무수당 소송에 나설 필요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라트비아처럼 경찰노조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다른 많은 나라도 물론이지만 앞에서 소개한 라트비아 사례가 이를 익히 잘 보여주고 있다. 수적으로 소방의 4배를 상회하는 경찰공무원도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약 1조원 대에 달하는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소방 측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아, G20 동원수당을 비롯하여 이런 미지급초과( 및 야간)근무수당 지급 청원운동 및 소송을 통해 경찰노조 설립 추진의 한 계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12)
8. 맺는 말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찰민주화 연구는 경찰조직과 경찰활동론에 집중해 왔다. 경찰의 민주적 책임과 통제제도와 절차, 경찰 문민화, 경찰활동의 성과와 성과평가, 커뮤니티 참여와 파트너십 등이다. 그러나 경찰조직 민주화와 관련, 경찰노동기본권과 사회적 권리에 대한 연구 성과는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경찰이란 “비민주적으로” 움직여 왔으며 지금도 그러하다고 인식하면서, “군림”하지 않도록 책임을 지우도록 민주적 통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긴 하다(Fleming, 2001; Lewis & Fleming, 2003; Moshe, 2004).
경찰은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경찰조직 및 커뮤니티에게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데 동의는 하지만, 경찰노동기본권과 사회적 권리를 확장하여 인정하면서 사회서비스 업무수행을 고무시켜줌으로써 오히려 경찰의 통제와 민주화가 보다 더 깊게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이처럼 경찰노조나 경찰협의회 활동을 허용하면 경찰이 경찰활동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경찰은 민주경찰의 커뮤니티 경찰활동에 사활적인 문제해결과 협상능력과 스킬을 더 잘 연마,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다. 경찰이 경찰노조에 소속하도록 해줌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인가 여부를 판가름하는 토대인 바로 그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경찰에게 더욱 제대로 인식하도록 만든다.13)
경찰민주화 추진에서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단결권 및 근무조건이나 경찰실무에 대한 노조 목소리를 내는 단체교섭권 같은 경찰노동기본권을 부여하면, 경찰사기와 헌신성을 크게 제고하며 경찰노동자가 조직개혁에 적극 참여하도록 촉진시킨다는 점이다. 독자적 경찰노조 허용 및 단체교섭권 부여가 이루어지면 경찰조직의 위계구조와 상명하복 구조에 대해 직접 문제 삼을 수 있도록 기여한다. 단체교섭은 경찰관리책임자에게 경찰조직의 내외부에 걸쳐있는 기득권보호를 위해 일방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속박한다. 따라서 경찰노조는 경찰이 사회적 권리, 노동기본권, 인권 등이 가져오는 혜택과 장점이 무엇인가 직접 부딪쳐보도록 해줌으로써, 설령 아무리 미미한 힘을 발휘한다 할지라도 경찰조직의 야전상황뿐만 아니라 경찰에 관한 문화적 정보와 지식에 대해서도 일대 변혁을 가져오도록 만든다. 또한 경찰노조는 자신들이 직접 접하는 조직 환경을 바꾸어 개혁해낸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경찰에게 어떤 행위를 자신의 통제 하에서 해낼 수 있는 거로구나 하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경찰노조가 가져오는 이런 경찰문화 변동과 개혁은 남아프리카 경찰노조인 POPCRU가 독재경찰에 대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POPCRU는 남아프리카경찰청의 상명하복의 일방적인 위계구조를 문제 삼았으며 경찰지휘부에 대해 감시자 역할을 다해오고 있다. 이들은 경찰노조의 목표를 변혁과정에 두었으며 특히 경찰권익대변, 흑인우대조치, 인권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Marks, 2000b). POPCRU 경찰노조는 새로운 행동과 사고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통제력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경찰노조라는 대변단체는 경찰이 경찰문화와 관행을 스스로 개혁하는 강력한 행위자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찰노동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장점을 더 잘 인식하게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요구는 하지만 쉽사리 관철되진 않는다(Finnane, 2002; Griffin, 2001).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노조가 향후 왕성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경찰노조에 대한 정보와 지식의 대대적인 확산, 모델 따라 하기, 권역별 대륙별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강화되는 각종 네트워크의 활동 때문이다.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긍정적인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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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졸저 『옴부즈맨과 인권』상권 (한국학술정보 2008), 졸역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한국학술정보 2004), 졸고, ‘문성호의 경찰이야기’ 연재물(오마이뉴스), 국회정책토론회 자료집 『경찰노조 어떻게 할 것인가?』(2011년 4월 12일, 주최: 경찰노조추진위원회, 전국공무원노조,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을 참조할 수 있다.
2) 이 점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지극히 불구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민주화인사 수장 ‘죽음의 비행’ 아르헨 법원, 전직 경찰관 구속, 대서양 상공서 추락살해 혐의 <한겨레신문> 2011.5.13.
4) Latinamericapress.org, http://www.communitiesbychoice.org/printme.cfm?ID=1226&print=1.
5) ILO 헌장 제87호 제9조(결사의 자유 및 노조설립의 권리)는 “이 헌장의 이 규정을 군대와 경찰에 적용해야 하는 정도는 각국의 국내법과 시행령에 따르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7) Raita Karnite, Police trade union established(2006. 1. 26),
http://www.eurofound.europa.eu/eiro/2006/01/feature/LV0601101F.htm
8)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최고재판소 측이 경찰이 제기한 소송에서 경찰도 출산과 휴가 수당을 받을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을 한 바 있다는 점이다. 2001년 이미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던 것이다. 당시 판결은 최종심으로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무부 측은 예산이 모자란다며 경찰에게 출산과 휴가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9) http://www.eurocop-police.org/english/2006/06-02-04%20latvia.htm
10) Raita Karnite, Economic Prognosis Centre Ltd., Ministry of the Interior starts talks on collective agreement, 2 May 2011. at:http://www.eurofound.europa.eu/eiro/2011/01/articles/lv1101029i.htm
11) “소방관 초과근무수당 전액 지급” 첫 판결, 세계일보, 2011년 5월 13일자.
12) 1997~8년 여름 대구의 심순보 경장이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문제로 헌법소원을 제기 한 바 있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월 12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는데 경찰 공무원수당규정은 월70시간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하도록 돼있는 점을 들어 그 부당성을 문제삼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경찰간부의 징계압력 및 동조하는 동료 경찰의 부재 등으로 인하여 항소를 접고 경찰을 떠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바 있다. http://cafe.daum.net/policereform/DwVp/2312 반면 지금 소방은 성공하였다. 따라서 이제나마 일선경찰이 결집된 행동으로 다시 소송에 임하면 미지급수당 문제에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 조현오 경기경찰청장 당시 성과주의가 필경 고문수사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하며 비판한 박윤근경사(안산 상록서)가 “전국경찰노동조합추진위원회” 초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은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할 것이다.
첫댓글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듯이 하루빨리 이루려면 모두의 관심에 달려 있습니다.
고생합니다.....
대단히 수고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