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한 참 유행하던 시기 열화상 카메라 설치와 관련된 공문이 왔다. 우리 학교에 그 공문이 오기 전에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이미 열화상 카메라 설치를 완료한 상태였다. 애초에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예산을 배부하고 학교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사는 형식으로 일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각종 교원 단체에서 반발하여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구입하겠다는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교육청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업체를 선정해 설치 날짜를 학교에 알린 후 업체가 학교에 나와 설치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만약 학교에서 열화상 카메라 업체를 선정하여 직접 설치하는 형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다면 나는 열화상카메라 기종부터 업체까지 알아봐야하는 수고로움으로 더 빨리 코로나 업무에 지쳐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열화상 카메라 설치와 관련된 공문이 나에게 배정되었을 때 'cctv같은 건데 왜 나에게 배정됐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 당시 내 상황은 코로나 관련 다른 업무들로 인해 열화상 카메라 설치까지 신경 쓸 수 없었다. 관리자에게 열화상 카메라 설치 관련 업무는 지금 현 상황에서 하기 힘들다고 말씀드렸더니 행정실로 업무를 배정해 주었다.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는 날, 나와 교감선생님은 업체 직원에게 열화상 카메라 설치 장소를 선정해서 알려주고 카메라 작동하는 방법, 주의사항을 배웠다.
맨 처음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이동식으로 본관 현관앞에 설치했었는데 나중에는 현관 벽면에 고정식으로 변경했다.
열화상 카메라 설치가 완료되고 본관 현관 앞을 지나가는 교직원이나 외부 방문객, 학생들 모두 열화상 카메라 옆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체온을 확인했다. 교육 지원실에는 본관 현관 앞 열화상 카메라와 연결된 또 다른 모니터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간혹 교육지원실에서 모니터를 보면 학생들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체온측정은 뒤로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물론 대놓고 현관 앞에서 춤추는 학생들도 있긴 했다. 차마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춤추지 못하고 혼자 섰을 때 춤추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교육 지원실에 있던 선생님들은 많이 웃었다. 열화상 카메라는 .37.5도 이상인 경우"삐"하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비상 상태임을 알렸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햇빛에 조금만 나갔다오면 "삐, 삐"소리가 울렸다. 그럼 보건실에서 현관 앞까지 달려 나가서 그 학생의 체온을 측정하고 열화상 카메라가 표면 온도를 측정하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알려주었다. 나중에는 햇빛에 있다오면 "삐'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이 햇빛에 있다가 교실로 들어갈때는 현관 앞 그늘 진 곳에서 열을 식히고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갔다.
간혹 열화상 카메라에 체온이 안 찍히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경우 학생들은 대체로 당황해 하곤 했다. 나는 "너하고 너는 유령이라 안 찍히는 거야.", "너는 귀신인가보다."라고 놀리며 장난하기도 하고 난 후 진지하게 학생들에게 앞 머리를 위로 올리고 모니터가 아닌 열화상 카메라를 보라고 말 했다. 학생들은 시키는대로 한다. 그럼 체온이 측정된다. 학생들은 체온이 측정된 다음에는 당당한 눈 빛으로 날 바라본다.
어느 날은 아침 갑자기 열화상 카메라가 오류가 나서 측정이 안 되었다. 그래서 그날은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다.
열화상 카메라에 온도 표시가 잘 안되거나 화면이 번지거나 하는 등의 오류가 발생하면 모두 나만 찾았다. 그럼 나는 업체에 전화하여 오류를 찾아 재 작동 시켰다.
열화상 카메라가 없었다면 아침마다 5명 정도의 교직원이 신종플루 때처럼 돌아가며 학생 발열검사를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을텐데 열화상 카메라가 생겨서 동원되는 인력은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지원실 부장샘들과 교육공무직 샘들이 도우미로 날 도와주다가 나중에는 보건지킴이가 뽑히면서 보건 지킴이와 내가 등교시 발열검사를 하게 되었다. 중간 중간 간호대 봉사학생, 보건 교육 실습생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는 열화상 카메라를 학교 현관 안쪽에 부착시켜 날마다 열화상 카메라를 재설치 하는 일은 없었다. 현관 안쪽에 부착하기 전에도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한 번 설치한 후 재설치는 하지 않았다. 행정실 주무관과 배움터 지킴이 샘께서 열화상 카메라의 상태도 날마다 체크해 주셨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일부 학교는 열화상 카메라를 이동식으로 유지해 놓고 분실의 위험이 있다고 아침마다, 아이들 점심시간마다 보건교사에게 설치하라고 하고 그 곳을 지키게 하면서 발열체크과 관련된 모든 일을 보건교사에게 떠맡기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내 일이 아니여서 다행스럽다는 생각보다 코로나 자체로 긴장되고 업무도 많은데 그 곳에 보건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이 앞섰다.
열화상 카메라는 다른 교직원을 등교시 발열체크에 많이 동원하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을 하나하나 접촉하지 않아도 되며 빠른 시간 에 많은 학생들을 측정할 수 있어 좋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업무도 많은데 열화상 카메라 구입부터 설치, 유지, 보수까지 보건교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나의 경우 열화상 카메라가 있어 신종플루 때 보다 등교시 발열체크가 수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