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요산을 올라 逍遙의 뜻에 맞게 悠悠自適했다. 혼자 하는 산행이라 구애받을 것이 없이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면서 자연을 즐긴 하루였다.
9시34분 소요산역 도착 신천천에 물이 졸졸 흐른다. 등산복 차림들이 대부분이다. 단풍소풍왔나보다.
10시17분 원효굴 구경하고 본격적으로 산행 시작한다. 자재암으로 가고 있다. 백팔 계단을 올라 금강문을 지나 자재암으로 간다.
자재암을 둘러보고 힘차게 흘러내리는 원효폭포 물줄기를 보고 하백운대로 간다. 10시 37분이다.
화강암 지대라서 칼바위길이다. 종이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칼바위들이 걸음을 더디게한다.
11시20분 하백운대440고지에 도착했다. 삼천배하는 마음으로 수백계단 올라오니 하백운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마에 땀이 흐른다. 저멀리 나한대 의상대 봉우리 능선에서 붉은 단풍이 손짓하며 오라 한다.
11시 40분 중백운대에 도착해서 숨고르기한다. 중백운대에 있는 소나무들이 온갖 풍상에도 꿋꿋하게 자라 품격을 유지 하고 있다. 수령이 이백년도 더 되었을 것같다. 이소나무는 내가 겪지 않은 더 많은 세상사를 품고 있으리라. 장하다.
12시08분 상백운대(587) 도착했다. 단풍이 붉게 물들었고 옆으로 기운 소나무가 명품이다.
12시20분 상백운대 근처 불타는 단풍나무 아래에 자리 잡고 점심식사 한다. 신선놀음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건가 하노라!
12시58분 상백운대에서 식사하고 나한대로 간다. 날이 좋다. 파란하늘에 빨간단풍 조화롭도다.
칼바위능선을 넘고 있다. 13시10분이다. 바위들이 사람 발걸음에 반질반질하다.
13시40분 칼바위능선을 지났다. 능선에서 만난 소나무들이 다 명품이다. 소요산의 百美는 이 칼바위능선 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선녀탕하산길에서 의상대로 가는데 흙길이라 심심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던가 의상대 오르는 수백의 계단이 힘들게한다. 하여튼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 봉우리란 없다는 생각이다.
14시30분 의상대에 도착하니 천하풍경이 물들어가는 색색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다. 끝간데없이 뻗어나가는 산줄기들에서 신의 손길을 느낀다.
14시40분 공주봉으로 고고!
15시 샘터길 하산길에서 공주봉으로 고고 450미터 남았다.
15시14분 공주봉(526)에 도착했다. 수고 많았다. 공주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의상대 모습이 아름답고 우람하다.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에서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동두천시내가 한눈에 조망되는 아주 좋은 터가 공주봉이라는 생각이다. 이곳에 신라시대 요석공주가 살면서 자재암에서 정진하는 원효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이 둘의 아들이 이두를 창조한 설총이다.
공주봉에서 소요산역까지 3.7키로 가야한다. 먼길 남았다.
공주봉에서 계곡에 내려와 맑은 물보고 그냥 갈 수 없어 탁족하고 세수하고 한모금 마시니 정말 좋다. 이맛에 산행하는 거다. 아직 다시 한번 오를 힘이 남아 있는 듯 하니 탁족으로 피로가 싹 가신 거겠지. 16시 22분이다.
계곡물 소리는 그 어떤 교향곡보다 듣기 좋다. 자연의 소리이다. 계곡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오늘 소요산이 진짜 좋은 산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이들수록 산을 닮아가는 것같아 좋다.
16시30분 자재암 일주문에 도착 오늘 소요산 산행 끝냈다. 멋진 산행이었다.
소요산은 산이 갖출 것들을 다 갖춘 산이다. 높은 봉우리들이 계속 이어지고 곳곳에 폭포도 있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도 있고 칼바위능선도 있고 멋진 소나무들도 있고 가을이면 만산홍엽이라 더 멋진 산이다.
오늘도 단풍에 취해 정신을 잃을 뻔 했다. 특히 봉우리마다 탁트인 시야로 천지사이의 세상을 다 내려다 볼 수 있으니 이에 뭘 더 바라면 도둑놈 심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