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전도사 한세종씨
- 선풍기 할아버지로 알려져-
평생을 교단에서 몸 바쳐온 나눔의 전도사 선풍기 할아버지로 소문난 전주시인후동 한세종(85세)씨가 있다. 허름한 단층 옥상을 공장처럼 차린 조그만 방에 많은 고장 난 선풍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구순을 바라보는 분이 선풍기를 고치고 고물을 주워 쌓아둔 것이 마치 금은보화를 가진 것처럼 흐뭇해하며 사는 나눔의 전도사로 이름나 있다.
전북대 화학과를 나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석사를 받고 안천중, 위도중, 장수군 장학사, 동향중, 칠보고(교장) 등에서 43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을 했다.
퇴직 후 어려운 이웃을 도와줄 생각으로 전주 그린 골프장에 관리직으로 재취업을 했다. 그러던 중 캄보디아에 6박 7일간 단기선교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어렵게 사는 그들을 보고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이 없어지는 국제화 시대에 옛날 도움을 받고 자랐던 시절이 생각나 베트남 아이들도 도와주어야 하겠다고 했다. 한국군이 월남전에서 베트남인들에게 진 죗값을 다소나마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베트남에 건축기금 500만 원, 캄보디아에 장학금 120만 원을 보냈다. 그리고 몽골MKS 자녀교육학교 교사봉급 월 20만 원씩을 몇 년간, CBS 후원금 10 만원, 월드비전 12 만 원 등을 전달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조금씩 도와주고 어려운 독거노인에게 매년 7~8대의 선풍기도 나눠주었다.
그린 골프장에서 일을 그만둔 뒤부터 수입이 없어 나눔의 길이 어려워졌다. 하여 묘안을 찾은 것이 고물 선풍기를 수리하여 판매하려고 한 것이다. 한세종씨는 길가에 버려진 선풍기는 보석보다 값진 물건이었다. 그것을 주워 집에 가지고 가서 고쳐 1만5천 원씩 팔아 재원을 마련하였다. 버려진 선풍기는 길가에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물상에 가서 사다가 고쳐서 팔기도 하고, 길가에 내놓은 종이 상자도 주워 모으면 돈이 되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는 것이다.
지금도 걷거나 자전거로 다니며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일주일에 한 두 번 노인복지관에서 한글서예, 수필공부 등을 하며 심신도 수련한다.
후세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겠다 싶어 평소의 생각을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단다. 깨어있는 민족의 자긍심과 서로 돕고 화합하자는 “민족의 횃불”과 인생의 길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여 삶의 지표가 되자는 의미의 “인생종합 가이드”라는 책을 펴냈다. 최근에는 자서전적인 수필집“느티나무”도 출간했다.
“나보다 어려운 이를 돕고 사는 것이 보람이지요. 사지가 멀쩡하면 항상 움직이고 남을 돕고 산다는 것이 저의 평생 신조이지요.”라고 말한다. “혼자라고 생각 말고 이웃이 있어 내가 행복하다는 맘으로 살면 세상은 더 밝게 될 것이다”라고 웃으며 얘기한다.
자신의 공적을 나타내기를 싫어하고 근면 성실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오는 동안 허리가 굽어 환자처럼 보였다. 허리가 굽어지게 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묻지 마란다. 고장 난 선풍기, 폐지, 폐 전자제품 등을 리어카에 싣고 다니는 한세종씨는 이웃을 위하여 몸에 배어있어 나눔의 정신만은 젊은 청년이었다.
(나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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