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비만인구로 분류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업화에 따른 육체활동 부족과 함께 칼로리가 높고 먹기 쉬운 가공식품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점점 뚱뚱해지고 있습니다. 비만은 당장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심장병, 당뇨병, 암, 그리고 관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국민들의 비만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비만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몸에 지방이(체지방) 정상 이상으로 많아진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그냥 체중만을 가지고 비만을 분류한다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요즘은 체질량지수(BMI)라는 방법을 쓰는데, 키와 몸무게로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체질량지수 = 체중(㎏) / 키(m)의 제곱
예를
들어 키가 165㎝이고 체중이 70㎏이라면 70÷(1.65×1.65)=25.7입니다. 서양사람은 체질량지수가 30이 넘으면 비만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동아시아는 25를 넘으면 비만이라고 합니다. 체질량지수가 체중에 키를 보정했기 때문에 단순히 몸무게로 비만을 분류하는
것보다는 정확합니다.
비만 역설그런데
최근 연구를 보면 체질량이 아주 낮은 사람은 오히려 암이나 뇌출혈이 더 잘생기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히려 비만할수록 좋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군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심장병·당뇨병·암·신장질환·폐질환이 있는 환자는 체질량이 높을수록, 즉 비만할수록 생존율이
더 좋은 것으로 여러 차례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기관인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전국 데이터를 모아 비만과 질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비만할수록 나쁠 것이라는 직관적 믿음과 달리 과체중 그룹에서 가장 생존율이 높았습니다. 이 논문은 미국 최고 권위의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309호(2013년 1월 2일)에 발표되었습니다. 약 228만명의 질병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계인데, 그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정상체중인(BMI 25 이하)의 사망을 1로 볼 때 과체중BMI(25 이상~30 이하)인의 사망이 의미있게 더 적다는
것입니다.(왼쪽 그림) 종합해 보면 살이 찔수록 건강이 안 좋을 것 같은데, 환자의 경우 살이 찔수록 생존율이 높고, 일반인은 살이 적당히 찐
것이 보통 체형보다 좋다는 약간 이상한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비만 역설의 이유는 무엇일까?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만 역설을 믿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상체중 또는 마른 체형으로 분류된 사람 중에 일부는 지병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살이 빠져 있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술 이야기를 하면
훨씬 이해가 잘되실 겁니다. 술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줍니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에 비해 심장병 사망이
높습니다. 그래서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엉뚱한 권고가 나왔습니다. 이제 전문가들은 그런 권고를 하지 않지만 잘못된 사실이
너무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퍼져서 아직도 건강을 위해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카더라 통신’이 만연해 있습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경우가
심장병에 더 잘 걸린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로 금주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부유해서 규칙적인 운동, 좋은 식사, 좋은 일자리, 낮은 흡연율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술을 적당히 잘 마셔서 좋았던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정상 또는 마른 사람으로 분류된 그룹에 지병으로 아파서 살이 빠진 사람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그 설명입니다.
체중과 체질량지수가 말해주지 않는 것둘째,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됩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비만을 정의하는 그 방법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체질량지수입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체질량지수로 분류한 정상체중인 가운데 진짜로 건강한 사람은 26%에
불과하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8%나 됩니다. 과체중을 포함한 비만 중에 10% 정도는 실제로는 건강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왜냐하면
체질량지수는 내 몸의 지방과 근육의 비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즐겨 해서 근육이 많고 배는 쏙 들어간 사람과 허벅지도 가늘고 근육이 전반적으로 없어서 배만 나온 사람 중 누가 더 건강할까요? 당연히 근육이
많은 사람이겠지요. 그러나 두 사람이 키와 체중이 같다면 체질량지수 분류법으로는 근육맨과 배불뚝이맨을 구별하지 못하고 다 동일한 값을 매기게
됩니다. 이런 복잡한 단면을 단순히 키와 몸무게로 산출한 체질량지수로는 반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서울 성동구 보건소가 개최한 ‘건강 업(up), 질병 제로(zero)’ 비만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비만체험복을 입고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마른 비만이 있다여러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가 동일한 비만인 중에서도 이들의 지방량은 거의 3배 차이가 날 수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근육맨도 있고 정상인도 있고 배불뚝이도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체질량지수로 비만하다고 분류된 사람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방이 많고 근육은 없는 비만(근육감소 비만으로 진정한 비만), 근육량이 정상적으로 있는 비만, 그리고 근육이
아주 많은 비만. 이들은 체질량지수만 같았지 완전히 다른 사람들입니다.(오른쪽 그림) 심부전증 환자 중에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이 더 생존율이
좋았다는 연구를 보면 그 중에 근육이 많은 비만 환자만이 오래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체질량지수가 정상인 사람들에게는 또 어떤 일이
생겨 있을까요?
체중과
체질량지수는 정상이지만 그 중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올챙이배가 대표적입니다. 마른 비만이라고 합니다. 체중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높은 사람입니다. 우리 주변의 김 대리, 박 과장, 이 부장 등 많은 직장인이 그렇습니다. 사람은 정상적으로 체중의 40~45%를
근육이 차지합니다. 침팬지는 사람보다 근육이 많아 50% 이상의 몸무게가 근육에서 옵니다. 그래서 그 작아 보이는 침팬지가 힘도 세서 사람을
넘어뜨리고 끌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올챙이배인 우리의 김 대리는 어떨까요? 반대의 경우입니다. 김 대리는 아마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는 넘을 것입니다. 근육은 상대적으로 더 적습니다. 그러니까 체중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고 대신 체지방이 많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마른 비만이라고 하는데, 사실 더 위험한 상황입니다. 체질량지수는 대단히 부정확해서 실제로는 건강한 사람을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분류하고, 반대로 전혀 건강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정상인으로 분류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정확한 방법을 극복하고
누가 정말로 위험한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