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장 구속사 강해
시내산 언약의 회복과 갱신
시내산에서 하나님은 모든 이스라엘의 회중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한 언약 체결식을 행하신 바 있다(출 24장). 그리고 언약 체결의 증표로 율법과 계명을 친히 기록한 두 개의 돌판을 주셨다. 그러나 산 아래에 있던 이스라엘 회중 안에서 발생한 금송아지 사건으로 말미암아 시내산 언약이 파기되고 말았다. 이에 하나님은 심히 진노하셨고 이스라엘 회중으로부터 회막을 옮기셨다. 그 결과 오직 모세만이 이 회막에서 여호와를 알현할 수 있었고 이스라엘은 모세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통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모세는 자신의 중보 사역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음을 중시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여호와의 백성(출 33:16)이라고 호칭하면서 관계 회복의 길을 부단히 모색한 결과 마침내 언약의 회복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1. 여호와의 성품 안에 담겨 있는 긍휼
두 번째 언약 체결식은 첫 번째와 달리 이스라엘의 중보자인 모세만이 참여했다. 하나님은 그의 임재의 상징인 구름 가운데에서 여호와의 이름을 선포하신다. 여호와의 이름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또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출 3:14) 말씀에서 이미 계시된 바 있다. 이 이름은 여호와의 성호에 대한 본체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본문은 여기에다 여호와의 성호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계시해 주고 있다. "여호와께서 그의 앞으로 지나시며 반포하시되 여호와로라 여호와로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로라 인자를 천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나 형벌 받을 자는 결단코 면죄하지 않고 아비의 악을 자여손 삼사대까지 보응하리라"(출 34:6-7).
이 말씀 속에서 하나님은 여호와의 성호가 가지고 있는 본성을 계시해 주신다. 이것은 시내산 언약을 파기한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해 준다. 아울러 "여호와께서 뜻을 돌이키사 말씀하신 화를 그 백성에게 내리지 아니하시니라"(출 32:14)고 말하는 긍휼의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모세는 여호와의 위엄 앞에 엎드렸다. 그는 이 순간 여호와를 대면하는 유일한 사람임과 동시에 죄악을 행한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는 중보자로 그 앞에 서 있다. 목이 굳은 이스라엘이 언약을 파기한 죄에 대해 중보자로서 여호와의 긍휼에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9절).
"주여 내가 주께 은총을 입었거든 원컨대 주는 우리 중에서 행하옵소서 이는 목이 곧은 백성이니이다 우리의 악과 죄를 사하시고 우리로 주의 기업을 삼으소서"(출 34:9)라고 한 모세의 청원은 하나님이신 '여호와'와 '하나님의 택한 백성' 이스라엘과의 관계(출 19:4-6)를 재확인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시내산 언약을 체결하시기에 앞서 이스라엘을 가리켜 열국 중에서 택한 내 '소유'( :이 말의 뜻은 '특별한 보물'이다)라고 하신 바 있다(출 19:5). 따라서 지금 모세는 여호와의 특별한 보물로서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기업( )으로 삼아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즉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소유로 삼아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출애굽기 19장 4-6절을 상기시키는 발언이기도 하다.
모세의 청원은 받아들여졌다. 하나님은 재차 언약을 세우시고 성결한 백성으로서 살아야 할 도리에 대하여 다시 말씀하신다(10-26절). 여기에 언급된 내용은 이미 시내산 언약의 내용에 상세히 기록된 것이었다(출 20-23장). 모세는 처음과 같이 40일을 시내산에 머물렀다.
2. 시내산 언약의 갱신
본문의 10-28절은 출애굽기 32-34장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송아지 사건 이후 재차 언급함에 있어 여호와에 대한 순결한 충성의 요구와 우상 숭배에 대한 경고 그리고 결코 우상 숭배의 불순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하나님의 의지가 본문에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 '질투하시는 하나님'으로 묘사된 본문에서는 가나안 7족속과 어떤 형태의 언약도 맺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11-12절) 그들의 신들을 제거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13절). 이 명령을 수행함에 있어 그들과의 혼인과 그들의 우상 숭배의 축제에 참여하는 행위들을 금하고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순수성과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순결한 믿음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님의 요구였다. 특별히 신상을 부어만들지 말라(17절)는 명령은 금송아지 사건을 기억하게 한다. 신상( )이란 단단한 나무로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도금한 것으로 금송아지를 만든 일을 의도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불순종 사건을 되돌아보며 전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견고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월절과 초태생을 여호와께 드릴 것과 안식일을 지킬 것에 대한 규례(18-21절)와 더불어 3대 절기마다 여호와를 찾아 경배하도록 한 것은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나타내는 이스라엘의 독특한 문화라는 점에서 충분히 언급할 가치가 있다(20-23장 구속사 강해를 참고하라). 특히 "너의 토지 소산의 처음 익은 것을 가져다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전에 드릴지며 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출 34:26)는 말씀은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나타나는 긍휼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긍휼은 하나님 나라의 특성, 곧 하나님의 통치가 보여주는 특성을 표시하는 중요한 단어 중 하나이다.
모세가 다시 새긴 언약의 돌판을 들고 시내산을 내려와 이스라엘 회중으로 돌아왔을 때 모세에게는 현저한 변화가 발생했다. 그것은 모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이스라엘 백성은 감히 모세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없었다. 이것은 처음 모세가 시내산에서 내려 올 때와 현저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금송아지를 만들고 축제를 벌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언약을 파기한 행위였다. 그리고 그 행위는 이스라엘이 여호와 하나님을 배척한 것이지만 동시에 모세를 배척한 것과도 같다. 이미 이스라엘 회중으로부터 배척을 받은 바 있던 모세는 하나님에 의해 이스라엘의 중보자로 세움을 입었다는 점에서 모세와 회중과는 구별되어야 했다. 그 얼굴의 광채만으로도 회중은 모세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회중과 각별하게 구별하셨음을 보여준다.
또한 회중으로부터 배척을 당했던 모세의 권위는 이제 하나님에 의해 재확립되었다. 모세가 이스라엘의 회중으로 돌아올 때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하나님의 대변자였다. 모세는 하나님의 권위를 가지고 시내산에서 받은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다시 온 회중에게 선포하였다. 그리고 모세의 중보 사역을 통해 이스라엘의 신분은 예전과 같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었다. 언약의 중보자였던 모세는 하나님의 대리인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그 중보자를 통해 하나님과 맺은 언약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출처: 기독신학공동체 글쓴이: 송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