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느끼려고 합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고 전철에서는 책을 읽고
헬스장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죠.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TV를 틀어 놓은 채로 노트북을 들여다봅니다.
우리의 삶은 마치 자극의 강물 속을 헤쳐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잠깐이라도 자극이 사라져 강물 수위가 낮아지면 불편함을 느끼죠.
대화 도중에 침묵이 찾아오면 할 말을 억지로 생각해 내서 그 공백을 메우려고 노력합니다.
와이파이가 끊기고 브라우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라도 하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해결책을 찾아 헤매죠.
그러니 가만히 앉아 있을 때 권태를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대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싸우는 일이 흔하죠.
마침내 우리는 혼자 놀기 시작합니다.
몽상에 잠기거나 과거 또는 미래에 대한 생각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말이죠.
권태로운 상태에 머물거나 권태와 공존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좀처럼 불가능한 일입니다.
명상 지도자인 '초기안 트룬판'은 권태의 두 가지 종류인
시원한 권태와 뜨거운 권태의 차이점에 관한 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뜨거운 권태란 오락을 찾도록 부추기는 강하고 불편한 감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뜨거운 권태는 벽을 완충해도 둘러싼 방에 갇혀있는 느낌과 같고,
지루함과 답답함, 우울함과 짜증을 유발한다고 했죠.
하지만 수행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시원한 권태에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권태로움을 알아차리기는 하지만 이에 반응은 하지 않는 단계죠.
더는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시원한 권태란 막혀있는 것이 아닌 탁 트인 곳에 있는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권태로운 시기가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안에 작은 공간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우리는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
권태로운 상태에서 머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오락을 찾아 헤매거나, 마음이 동요에 휩쓸리지 않는다면 어떨까?
권태가 어떤 느낌인지 정말 궁금해할 수 있다면 어떨까? 등을 말이죠.
이러한 공간에서는 더 이상 권태를 경험하는 일이 두렵지 않습니다.
반복해서 권태를 경험하다 보면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죠.
침묵과 고요 속에 홀로 앉아 있으면 권태로운 감정이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에 머무르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수행에서 한층 더 높은 경지에서 권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현재의 경험에서 달아나는 게 아니라 그 경험에 정면으로 맞서고
그 자체와 함께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이는 명상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생각과 경험을 아무 판단 없이 관찰하면서 그저 존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수행 중에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던 요소가 점점 편안하게 느껴질수록
실생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겁니다.
지루하거나 불안해서 오락이나 기분전환할 거리를 찾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상황을 인지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는 것이죠.
다음에 명상할 때 지루함이 느껴진다면 그 감정과 함께
머물며 호기심 어린 태도로 그저 들여다보세요.
이렇게 감정을 포용하면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더욱더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존 카밧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루함에 주의를 집중하면 놀랍게도 재미있어진다."
-출처 : Daily Calm(데일리 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