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확률의 법칙에 따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확률의 법칙을 기초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 Stephen Jay Gould
휴리스틱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가능성(가용성)’이다. 이용가능성(또는 가용성)이란 어떤 사상(事象, event)이 출현하는 빈도나 확률을 판단할 때, 그 사상이 발생했다고 쉽게 알 수 있는 사례(최근의 사례, 현저한 예 등)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기억, 특히 장기기억이다. 저장된 기억으로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사례가 떠오르고, 그 사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다.
기억한 내용이 다양한 원인의 영향을 받아 변하거나, 일부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일상에서 자주 경험한다. 이때 머리에 쉽게 떠오르는 기억이 반드시 그 대상의 빈도나 확률을 올바르게 나타내지 못할 경우 ‘바이어스’가 생기게 된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실험 대상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①소설의 4쪽 분량(약 2,000 단어)에서 7문자로 된 단어 중 어미가 ing로 끝나는 것은 몇 개인가?
②소설의 4쪽 분량(약 2,000 단어)에서 7문자로 된 단어 중 6번째가 n인 것은 몇 개인가?
①번에서는 평균 13.4개, ②번에서는 4.7개라는 반응이 나타났다.
답변자가 ing로 끝나는 단어가, 6번째가 n인 단어보다 많다고 추측한 것은, 전자 쪽의 단어(예를 들면 running, evening)를 생각해내기 쉽기(즉 기억인출이 용이하다) 때문이다. 그러나 ①번에 적합한 단어는 당연히 ②번의 조건을 채우고 있고, 반대로 ②번을 만족하고 있지만 ①번을 만족하지 않는 예(예를 들면 day long, payment)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②번 단어 수가 많다. 그러나 답변자의 대답은 그 반대였다.
이 실험 결과는 확률이 만족해야 할 성질 중에서 결합법칙(compound event) 규칙에 반하는 것이다. 즉 A, B를 2개의 사상(event)으로 하면 A인 동시에 B가 생길 확률은 A가 생길 확률과 B가 생길 확률의 어느 쪽보다도 클 수 없다. 예를 들면 집을 나올 때 맨 처음 만난 사람이 안경을 낀 여성일 확률은 맨 처음에 만난 사람이 각각 여성일 확률과 안경 낀 사람일 확률보다 높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이어스’는 종종 결합오류(comjunction bias)로 불리며, 확률에 관한 바이어스 중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Richard Thaler 역시 이용가능성에서 발생하는 ‘바이어스’의 사례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살과 타살, 어느 쪽이 많을 것 같으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타살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이 ‘바이어스’도 이용가능성이 원인이다.
타살사건 기사는 매스컴을 통해 매일 접하기 때문에 곧바로 머리에 떠오르지만, 자살의 예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고 매스컴에 보도되는 기사도 타살에 비해 훨씬 적다. 세일러에 따르면 1983년 미국에서 발생한 자살 건수는 연간 27,300명, 타살 건수는 20,400명이라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 자살 증가가 사회문제로 떠올라 매스컴 보도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 같은 착오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나 새로운 친구, 가족, 권력자 등으로부터 초래된 정보와 자신의 감정에 호소하는 일 등은 깊은 인상을 주어 기억에 남기 쉽고, 정보의 신뢰성으로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런 식으로 친숙성(familiarity)은 사건의 이용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저성(salience) 역시 중요하다. 테러리스트 공격을 찍은 TV 영상은 워낙 생생하고 현저하여, 그 공격을 다룬 신문 기사에 비해 시청자들에게 훨씬 더 큰 충격을 준다. 이 점은 인간 행동에 대한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연 재해에 대비해 보험에 드느냐 마느냐는 최근의 재난 경험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지진이 발생하면, 갑자기 지진에 대비한 보험 가입자가 급증하지만, 생생한 기억이 사라져감에 따라 보험에 들려는 사람도 서서히 줄어든다. 일본에서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견된 직후에 소고기 기피 소동이 발생했다. 이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 확률의 추측을 증가시켜 행동을 변화시킨 사례이다.
도모노 노리오의 행동경제학 / 캐스 R. 선스타인 ․ 리드 헤이스티의 와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