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클라이밍클럽이 해마다 여는 등반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2년 여가 다 되어갑니다.
목클 등반학교 11기를 졸업하고 시작하게 된 클라이밍, 참으로 재밌고 멋진 스포츠입니다.
게다가 같은 취미 활동을 통해 좋은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의 또 하나의
보람 있고 뜻 있는 일이었습니다.
각설하고, 등반학교 입교를 희망하는 하는 이들에게 입교를 결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늦게나마 예전에(2013년 등반학교 졸업 후) 써 놓았던 등반학교 졸업 후기를 올려 봅니다.
산을 좋아하고 산에 오른 지 십여 년이 넘었습니다. 주로 주말을 이용한 워킹 산행을 합니다.
그런데 워킹 산행에 익숙해질 때쯤 암벽 등반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월출산이나 대둔산, 설악산 등을 오르는 도중에 암벽 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암벽 등반을 꼭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저런 이유로 자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수 없는 법입니다.
이러구러 세월은 흐르고 암벽 등반에 대한 꿈마저도 퇴색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목포클라이밍클럽에서 등반학교 11기 학생을 모집한다는 말을
지인에게서 듣고 고민 끝에 등반학교 입교를 결심했습니다.
목클 11기 등반학교에는 모두 7명의 동기생들이 입교했습니다.
등반학교는 총 4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등반학교 교육생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이었습니다.
수요일은 목클 실내 암장에서 매듭 매는 법, 트레이닝 방법, 장비 사용법 등의 이론 교육이 실시되었고.
토, 일요일 주말에는 자연 바위에서 실전 교육을 받았습니다.
특히 목포를 상징하는 유달산에 암벽 등반 훈련을 하기에 좋은 바위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쌍룡길, 무명길, 볼트길, 코끼리 바위 등이 그런 곳입니다.
쌍룡길의 교육 모습
무명길을 오르는 백현규 강사님의 멋진 모습
무명길, 볼트길의 교육 모습
그 중에서도 코끼리 바위는 모두 11개의 루트가 개척된 곳으로 초보자는 물론 중급자들까지도
하드플레이를 연습할 수 있는 최적의 암벽입니다.
특히 이름도 아름다운 ‘일몰과 함께’, ‘봄의 환희’, ‘가을의 전설’ 루트에서 실전 교육을 받았습니다.
코끼리 바위 교육 모습
암벽 등반에는 근력과 근지구력, 순발력, 유연성 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50 중반을 넘은 육체에 이런 조건들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또한 바위를 잘 오르기 위해서는 체력과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력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몸이 받쳐 주지 않으니 정신력과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몸을 곧게 세우고 다음 홀드를 찾을 때의 그 막막함과 추락에 대한 공포는 극복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직의 벽에서 홀드를 잡고 마지막 발을 딛고서 탑 볼트에 로프를 걸었을 때의 그 쾌감과 성취감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동기생들의 격려와 강사님들의 열정적인 가르침으로 3주차까지 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4주차 등반학교 마지막 날 교육은 졸업등반으로, 크랙, 슬랩, 페이스 등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
이제까지 배운 실력을 다 발휘해야 한다는 월출산 사자봉 릿지 등반입니다.
새벽 6시 어프로치를 위해 월출산 바람폭포까지 워킹 산행을 시작합니다.
바람폭포 밑 국립공원 암벽 이용 수칙 안내판 위에 사자봉 오르는 들머리가 있습니다.
강사님들로부터 안전수칙과 등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곧바로 등반에 나섰습니다.
월출산 사자봉 릿지 산행 개념도
모두 아홉 피치를 올라야 하는데 첫 번째 피치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강사님들의 말에 의하면 ‘찌릿찌릿’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재 피치를 오를 때마다
더 어려운 루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침니(chimney)를 통과할 때는 등에 맨 배낭과 한 몸이 되어야 했고,
크랙(crack)의 좁은 틈으로 손을 넣고 다음 착지점을 찾을 때에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한 피치 한 피치를 끝낼 때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교차했습니다.
암벽화를 벗고 바위 앉아 쉬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마저 생겼습니다.
시원한 한 줄기 바람에 땀을 들이면서 다음 등반자가 올 때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바라보는
초여름 월출산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신록과 어우러져 햇빛을 튕겨내며 눈부시게 빛나는 천왕봉, 장군봉, 육형제 바위, 매봉 등의
그 완강한 화강암 암봉들. 장난감처럼 보이는 월출산 명물 구름다리를 건너는 일반 등반객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듭니다.
사자봉 릿지 산행 중 바라본 월출산의 풍경
월출산 사자봉 릿지 산행
시간이 흐를수록 햇살은 점점 더 따가워지고 몸은 체력적으로 거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사자봉 정상을 향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인공등반 구간인 여덟 번째 피치에서 슬링에 손목을 걸고 트래버스를 건너면서 내려다보니
밑은 천인단애(千仞斷崖)! 극도의 공포감! “밧줄 당겨”를 외칩니다.
밑에서 보고 있던 강사님이 “줄 당기면 등반이 아니지요.” 합니다.
드디어 악전고투(惡戰苦鬪) 끝에 사자봉 정상에 오릅니다.
제법 넓은 정상에는 꼭 사자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습니다.
사자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윱니다.
월출산 사자봉 릿지 산행 중 한 컷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잘 정비된 능선 길에는 탐방객들이 분주히 오고 갑니다.
이제 하산입니다. 하산은 60미터 직벽을 한번에 하강하기로 합니다.
8자 하강기에 자일을 걸고 하강을 시작합니다.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교육생들과 강사님들 모두 무사히 하강을 마쳤습니다.
오늘 하루 평생 잊지 못할 대단한 등반을 했습니다.
이제 등반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이 끝난 것입니다.
목클 암장으로 돌아와 졸업식을 하고 '빛나는 졸업장'을 받습니다.
함께 수고해 주신 강사님과 동기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집에 와서 보니 팔꿈치와 무릎은 상처투성이입니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마음만은 평생의 원을 풀었다는 만족감으로 뿌듯했습니다.
11기 등반학교를 마치고 목클 실내 암장에서
첫댓글 아~~~~! 그 뿌듯함 담아보겠습니다.
등반하시는데 도움이 돼셨다니
함께했던 저도 웃었네요 ^^
새삼 그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또다른 새로움, 그리움,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