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내재적 감상 이해와 적용
<<문학작품의 내재적 감상의 이해와 적용>>
매년 출제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외적/내적 관점에서 올바르게 문학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문제죠. 그것에 대해 체계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싶네요.
강의 4) 내재적 관점에서 시 감상하기
1. 내재적 관점(內在的 觀點)이란?
내재적 접근(→관점)이란 외재적 접근의 상대 개념이다. 그렇다면 먼저 외재적 접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시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작품 내의 본질적 요소에 의존하여 파악하기보다는 작품 외부의 비본질적 요소에서 구하는 감상의 관점을 말한다. 예컨대 삶, 역사, 현실, 작가의 의도,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문학 작품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예를들면 표현론적 관점(작품-작가), 반영론적 관점(작품-현실), 수용론적(작품-독자) 관점에 의거한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내재적 접근이란 시 작품 자체가 지니고 있는 내적 요소에 의해서 문학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감상의 관점을 말한다. 예컨대 작품의 언어적 요소(운율, 어조 등), 형식, 구조 등이 문학 작품의 내적 요소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작품 그 자체의 구조를 중시하는 관점이라 말할 수 있다. 작품을 그 자체로 자족적(自足的)인 세계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절대주의적 관점이라고도 하고, 작품 자체의 구조를 분석하는 일에 주안점이 두어진다는 점 때문에 분석주의적 관점이라고도 한다.
2. 내재적 관점에 따른 감상의 예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 머언 바다로 / 배를 내어 밀 듯이, /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 베갯모에 놓이듯한 풀꽃 데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서정주, <추 천 사--춘향의 말 일(壹)> 중에서
(가) 이 작품은 그 부제가 말하고 있듯이 춘향의 독백으로, '춘향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춘향전'의 이야기 전체를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중략) 그러면 이 작품에 있어서의 춘향의 괴로움은 어떤 괴로움일까? 작품 자체가 그 괴로움의 내용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것을 춘향의 사랑에 관련된 그리움으로 보아야 한다. 설사, '춘향전'에서 그네 타는 장면이 춘향이 이도령을 만나기 전에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왜냐하면 시인의 상상력은 반드시 작품의 배경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있어서의 춘향의 번민을 단순히 기생의 딸이라는 춘향의 사회적 신분에만 결부시키는 것은 작품의 의미를 옹색하게 만들 뿐이다.(중략)
(나) 이 작품을 두고 특히 주목할 점은 그 형태이다. 시작품의 형태란 주로 운율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형태란 대부분의 경우 운율의 악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경우, 처음 4행, 특히 둘째 행에서 넷째 행까지가 짧은 행으로 되어 있는 것은 그 부분의 템포를 느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운율은 그 자체만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것은 말뜻이나 이미지나 어조(語調)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짐으로써 작품의 의미에 이바지한다. 이 부분의 경우, 먼 바다로 배를 내어 미는 힘차고 느린 동작의 이미지가 느리고도 힘찬 운율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길, <'추천사'의 분석> 중에서-
(가) : 작품 외적 요소의 배제
이 작품은 '춘향의 말'이라는 부제(副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평자는 그것이 작품 이해에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견지한다. 춘향전의 내용을 시인이 받아드린 것으로 간주하더라도, 이 시의 중심 내용을 춘향의 사랑과 관련된 갈등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평자가 밝힌 바와 같이, 춘향이 그네 타는 장면은 이몽룡과 만나기 이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평자는 춘향의 고뇌를 기생이라는 신분적 제약에 따른 것으로 보는 관점에도 반대한다. 시인의 상상력이 작품의 배경에 얽매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 자체의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평자는 내재적 관점(內在的 觀點)을 취하고 있다.
(나) : 내적 구조의 파악
평자는 제 1연에 나타난 힘있고 느린 동작의 이미지와 운율과의 연관성을 밝히고 있다. 제2연과 비교할 때 제1연은 시행의 길이가 짧다. 각 시행이 대체로 시간적 등장성(時間的 等長性: 각 행 전체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는 것)를 지닌다고 볼 때, 제1연은 좀더 느린 속도로 읽는 것이 옳다. 물론 속도가 느려지면서 그 동작은 가벼운 느낌보다는 웅장한 즉 힘찬 느낌을 주게 된다는 평자의 주장이다. 이러한 감상의 방법이 보편 타당한 것이냐와는 별개로 작품의 내적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하겠다.
(연습)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는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1. ㉠, ㉡의 대비적 양상에 대한 지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것은?
㉠ - ㉡
① 지상적(地上的) - 천상적(天上的)
② 육체적(肉體的) - 정신적(精神的)
③ 외면적(外面的) - 내면적(內面的)
④ 시간적(時間的) - 공간적(空間的)
⑤ 일시적(一時的) - 항구적(恒久的)
(해설) 1연과 2연을 살펴보면 봄은 지상적 이미지를 가을은 천상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연을 살펴 보면 봄은 꽃잎을 이겨 살을 빚는다고 했으니 육체적인 성숙을 도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가을은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고 했으니 정신적 성숙을 도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마지막으로 봄은 '숨결', '꽃잎', '살', '노래' 등으로 이미지화 되고 있는데 모두 머지 않아 소멸되는 일시성을 지닌 것들이다. 반면 가을은 '별', '보석' 등으로 이미지화 되고 있는데 모두 영원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한편 '㉠ 시간적(時間的) ↔ ㉡ 공간적(空間的)'이라는 대립 구도는 올바른 것이 아니다. 만약 앞에 언급한 봄의 이미지를 두고 '시간적'(=한시성)이라고 했다면 일단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가을의 경우를 두고 공간적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가을의 이미지의 특성은 '공간적 무한성의 시간적 영원성'으로의 환치로 보는 것이 옳다. 즉 '머나먼 하늘', '별'이 내포하는 공간적 무한성이 시간적 영원성의 이미지로 전화하고 있는 것이다.
답 : 4
<참고사항>
주제 : 정신이 지향하는 영원성의 세계에 대한 소망
1 연 : 대지에 온기를 불어넣는 봄의 기운
2 연 : 먼 하늘에서 차가움을 몰고 오는 가을의 기운
3 연 : 육체적 성숙을 도모하는 봄과 영혼을 성숙시키는 가울
4 연 : 봄의 화려함과 가을의 침묵
5 연 : 봄의 가벼움과 가을의 견고함
해제 : 봄과의 대비를 통해 가을의 그윽한 이미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직설적인 대비가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의 대조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봄이 육체적이고 외면적이며 순간적인 이미지를 준다면, 가을은 정신적이고 내면적이며 영원한 이미지를 환기하고 있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출전 : 김현승 시초(1957)
*이 글은 게시판에 올린 방문자 글을 여기에 올린 것입니다. 수험생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군요.
2001 수능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