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7-16 7 한적閑適 한적한 것 16 산중山中
산중여원조山中與猿鳥 산중에서 잔나비 새들과 함께
공결세한맹共結歲寒盟 날 추워도 같이 살자 맹세 맺고서
유의망혜예有意芒鞋曳 뜻 있으면 짚신을 질질 끌고
무심죽경행無心竹徑行 마음 없이 대 우거진 길로 간다.
원중과질장園中瓜瓞長 밭 속에는 외 덩굴 길게 뻗었고
장하벽라생墻下薜蘿生 담 밑에는 청미래 덩굴 나 있다
염염백년내冉冉百年內 훌훌한 우리 인생 백년 동안에
도망총약경都忘寵若驚 은총이고 놀라움 모두 잊을진저.
►북치 질瓞 북치(그루갈이로 열린 작은 오이)
‘질’의 本音은 ‘절’ (同字) 질𤫰, 𤫰, 𤫼, 𤬎 (俗字)𤫴
►벽라薜蘿 식물 벽려薜荔와 여라女蘿.
비유 은자隱者의 옷, 또는 은자隱者가 사는 집.
►염염冉冉 ‘나아갈 염, 나라 이름 남冉’
(털·나뭇가지·잎 따위가) 부드럽게 아래로 드리운 모양. 한들거리는 모양.
천천히 움직이는[나아가는] 모양.
●산중山中/서산대사西山大師(1520-1604)
시문종일독배회柴門終日獨徘徊 사립문 종일토록 얼로 배회하니
추우한연수루회秋雨寒煙首屢回 가을비 차가운 안개 머리 위를 도는구나.
지척상사불상견只尺相思不相見 지척에 두고도 생각만 하고 만나지 못하니
모운고조권비래暮雲孤鳥倦飛來 석양에 구름아래 외로운 새는 날아 돌아오네.
●산중山中/율곡栗谷 이이李珥(1536-1584)
채약홀미로採藥忽迷路 약초 캐다 홀연히 길을 잃었는데
천봉추엽리千峰秋葉裏 일천 봉우리가 가을 낙엽 속에 있네.
산승급수귀山僧汲水歸 산중 스님이 물 길어 돌아가더니
림말다연기林末茶烟起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 피어나네.
●산중山中/왕유王維(699?-759)
형계백석출荊溪白石出 형계 물 줄어들어 흰 돌 자태 드러나고
천한홍엽희天寒紅葉稀 날 추워져 붉은 잎 몇 안 남았네.
산로원무우山路元無雨 비 올 기미 하나 없던 산길로 들어서니
공취습인의空翠濕人衣 쪽빛 하늘이 옷을 파랗게 물들이네.
●산중山中/왕발王勃(650-676)
장강비이체長江悲已滯 장강은 흐르는데 오랜 머뭇거림 슬퍼져
만리념장귀萬里念將歸 만리 먼 귀향길 생각하네,
황속고풍만況屬高風晚 하물며 소슬한 가을바람 불어와
산산황엽비山山黃葉飛 이산 저산 누런 낙엽 흩날림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