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부처님께서 보명에게 말씀하셨다. |
“가려거든 네 뜻대로 하되, 적절히 때를 알거라.” |
그리고 보적 부처님께서 천 개의 잎이 달린 금색 연꽃을 보명보살에게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
“선남자야. 그대는 이 꽃을 석가모니부처님의 머리 위에 뿌려 드려라. 그 사바세계에 태어난 보살들은 이기기 어렵고 미치기 어려우니, 그대는 지극한 마음으로 그 세계를 다녀오너라.” |
[論] [문] 부처님은 어찌하여 말씀하시기를 “가려거든 네 뜻대로 하되, 적절히 때를 알거라”라고 하셨는가? |
[답] 부처님은 제자에 대하여 애착이 끊어졌기 때문이며,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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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보살은 아직 일체지를 얻지 못했고, 부처의 눈[佛眼]을 얻지 못했으므로 마음속으로 약간 의심하기를 “석가모니부처님은 공덕이 크게 이롭거나 혹은 수승하리라” 하나니, 그러므로 뜻대로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
또한 이 보살은 멀리서 석가모니부처님의 몸이 작은 것을 보고 작은 교만심을 내어 “저 부처님은 이 보적불과 같지 않다”고 말할 수 있기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가더라도 부처님의 몸을 보지 말고 세계도 생각하지 말며 오직 부처님의 설법만을 들으라”고 하신 것이다. |
또한 이 세계는 사바세계에서 가장 멀리 동쪽으로 떨어져 있는데, 이 보살이 석가모니부처님이 설하신 여러 법의 모습[相]이 보적부처님의 설법과 똑같은 것을 들으며 말하기를 “세계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으나 설하신 법의 모습[法相]은 다르지 않다”고 하며 큰 믿음이 더욱 늘어나고 마음이 더욱 굳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
또한 전생의 인연 때문에 비록 먼 곳에 태어났지만 응당 와서 법을 들을 수 있나니, 비유하건대 노끈으로 참새의 다리를 묶어 놓으면 아무리 멀리 날아가더라도 당기면 다시 돌아오는 것과 같다. |
또한 이 사바세계에 있는 보살들은 보명보살이 멀리서 와서 법을 듣는 것을 보고는 ‘저 분은 멀리서도 왔거늘 하물며 우리들은 이 세계에 태어나서도 법을 듣지 않을 수 있으랴’고 생각하나니, 이와 같은 갖가지 인연 때문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가려거든 네 뜻대로 하되, 적절한 때를 알라” 하셨다. |
[문] 부처님들의 힘은 균등하여서 더 복을 구하지 않아도 되거늘 어찌하여 꽃으로 신표[信]를 삼으시는가? |
[답] 세간의 법을 따라 행하시기 때문이다. 마치 두 나라의 왕이 세력이 같지만 역시 서로 선물을 보내는 것과 같다. |
또한 착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보이기 위하여 꽃으로 신표를 삼으셨다.
세상 법에도 사자(使者)가 멀리서 왔으면 반드시 신표가 있는 법이니, 부처님께서는 세상의 법을 따르시기 때문에 신표를 보내신 것이다. |
또한 부처님들은 법을 공경하기 때문에 법에 공양하고 법으로 스승을 삼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3세의 부처님들은 모두 법의 진실한 실상으로써 스승을 삼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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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어째서 자기의 몸 안의 부처님께 스스로가 공양하지 않고 남의 법에 공양하는가? |
[답] 세상의 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마치 비구가 법보(法寶)에 공양하려면 자기 몸 안의 법에다 공양치 않고 법을 지키는 이, 법을 아는 이, 법을 이해하는 이에게 공양하는 것과 같다.
부처님도 이와 같아서 비록 몸 안에 법이 있으나 다른 부처님의 법에 공양하는 것이다. |
[문] 부처님은 복덕을 구하지 않거늘 어찌하여 공양을 올리는가? |
[답] 부처님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가운데 모든 공덕을 닦아 항상 모든 선을 행했다. 단지 과보를 구하거나 공덕을 위하여 공양하지는 않는다. |
부처님 당시에 어떤 눈이 먼 비구가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지 못하면서 옷을 꿰매다가 바늘의 실이 빠지고 말았다. 그러자 이렇게 말했다. |
“누가 복덕을 사랑하시어 내 바늘귀를 꿰어주시겠습니까?” |
이때 부처님께서 그곳에 가셔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복덕을 좋아하는 사람이니라. 내가 그대의 바늘귀를 꿰어 주러 왔느니라.” |
그러자 그 비구는 부처님의 음성임을 알아듣고는 얼른 일어나서 옷을 걸치고 부처님의 발에 절한 뒤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
“부처님께서는 모든 공덕이 이미 만족하신데 어찌하여 또한 복덕을 사랑한다 말씀하십니까?” |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
“나는 비록 공덕이 이미 충만하지만, 공덕의 은혜와 공덕의 과보와 공덕의 힘을 깊이 아노라. 나로 하여금 모든 중생 가운데서 가장 으뜸감을 얻게 한 것은 바로 이 공덕 때문이니라. 이런 까닭에 나는 공덕을 좋아하느니라.” |
부처님께서 그 비구를 위해 공덕을 두루 찬탄하시고 이어 알맞게 설법해 주시니, 그 비구는 법의 눈이 맑아졌으며 육안도 밝아졌다. |
또한 부처님께서 공덕이 이미 충만해서 더 필요치 않으시지만 제자들을 교화하시기 위한 까닭에 “나도 공덕을 짓거늘 너희들이 어찌 짓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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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광대의 집안에서 백 살 먹은 노인이 춤을 추는데, 옆의 사람이 “늙은이가 나이 이미 백 살인데 무엇하러 이런 춤을 추는가?”라며 질책해서 말한다면, “나는 춤이 필요치 않지만 다만 자손들을 가르치기 위해서이다”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공덕이 이미 충만하지만 다만 제자들에게 공덕 짓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공양을 올리신다. |
[문] 만약에 그렇다면 부처님은 어찌하여 스스로 멀리서 석가모니부처님 위에다 꽃을 뿌리지 않고 사람을 보내어 공양케 하는가? |
[답] 이쪽의 보살들이 보명을 믿기 때문이다. |
또한 부처님께서 보내신 사자는 물․불․병(甁)․독(毒) 등 백․천 가지 재앙으로도 끝내 해치지 못하지만 길이 매우 머니 편안히 다녀오게 하기 위해서이다. |
[문] 무슨 까닭에 좋은 보배, 의미 깊은 경전, 혹은 부처님 보배[이 보배는 하늘 무리들도 보지 못하며, 갖가지 묘한 물건을 내되 마치 마니 구슬과 같기에 불보(佛寶)이다.]나 보살의 보배로써 신표를 삼지 않고 연꽃으로 신표를 삼는가? 연꽃은 작은 물건이거늘 어찌 신표가 될 수 있으리오. |
[답] 부처님은 물건이 필요치 않으시다. 불보(佛寶)나 하늘의 보배[天寶]조차 필요치 않으시거늘 하물며 사람 보배[人寶]이겠는가.
필요치 않으므로 보내지 않으셨고, 또한 부처님들이 원래 균등히 가지고 계시므로 보내지 않으셨다. 의미 깊은 경전 역시 그러하다. |
또한 모든 경전이 매우 깊다는 말은 부처님에게는 해당치 않는다.
매우 깊다는 말은 범부들에게서 나왔으니, 범부들에게 의문나는 일이 부처님에게는 걸림이 없으시고, 범부들에게 어려운 일이 부처님에게는 모두 쉬운 일이다. |
또한 꽃과 향은 맑고 묘해 공양에 적합하다. 마치 사람들이 선물을 보낼 때엔 반드시 특이한 물건을 쓰는 것과 같다. |
[문] 무슨 까닭에 꼭 연꽃으로 하고 다른 물건으로는 하지 않는가? |
[답] 공양에는 오직 꽃․향․번기․일산으로 한다. 꽃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곧 빛과 향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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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다른 꽃에도 향취와 빛이 있거늘 어찌하여 오직 연꽃만으로 공양하는가? |
[답] 『화수경(華手經)』에서 설하는 바와 같다. |
“시방의 부처님이 모두 꽃으로써 석가문(釋迦文)부처님께 공양하신다.” |
또한 연꽃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인화(人華)요, 둘째는 천화(天華)요, 셋째는 보살화(菩薩華)이다. |
인화는 큰 꽃이니 여남은 잎새요, 천화는 백 잎새요, 보살화는 천 잎새이다. 그 세계에는 금빛나는 천 잎새 연꽃이 많이 있다.
사바세계에도 비록 천 잎새의 변화한 꽃이 있지만, 물에 나는 것은 없다. |
그런 까닭에 이 천 잎새의 금빛나는 연꽃을 보낸 것이니, 앞에서 혀 모습[舌相]을 풀이한 데서 설명한 바와 같다. |
[문] 부처님은 어찌하여 보명으로 하여금 꽃을 부처님의 위에 흩게 하였는가? |
[답] 공양하는 법에 꽃․향․번기․일산이 있으니, 번기와 일산은 위에 덮고, 마른 향은 사르고, 젖은 향은 땅에 바르고, 가루향은 흩어야 한다. |
[문] 어째서 받들어 올리지 않고 직접 위에다 흩으라 하였는가? |
[답] 손수 공양하는 것은 몸의 업이요, 부드러운 말로 문안하는 것은 입의 업이요, 몸과 입의 업을 일으키는 것은 뜻의 업이다. 이 세 가지 업으로 얻어지는 공덕은 견고하여서 불도에 인연이 된다. |
[문] 어찌하여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삼가라. 사바세계의 보살들은 미치기 어렵고 이기기 어렵다” 하셨는가? |
[답] 부처님․벽지불․아라한과 일체의 성현들은 모두가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삼가나니, 마(魔)와 마의 백성과 안몸의 번뇌와 갖가지 전생 죄보는 모두 도적이다.
이런 도적들에 가까이 가기 때문에 응당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삼가라 하셨다. |
비유하건대 도적 속에 다니는 이가 스스로 삼가고 보호하지 않으면 도적에게 잡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삼가서 그 세계를 다녀오라” 하셨다. |
또한 사람의 마음은 흐트러지는 일이 많아서 미친 듯하고 취한 듯하니,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삼가는 것은 모든 공덕의 첫 문호인지라 마음을 거두어 선(禪)을 얻으면 문득 진실한 지혜를 얻는다.
진실한 지혜를 얻으면 문득 해탈을 얻고, 해탈을 얻으면 문득 괴로움이 다하나니, 이와 같은 일들이 모두가 지극한 한마음에서 얻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