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돌봄교실' 교육갈등 부추긴다
도교육청, 다음달 1일부터 운영...학교-지역아동센터 업무 정면 충돌
작성 : 2009-06-28 오후 8:21:17 / 수정 : 2009-06-28 오후 9:27:32
이성원(leesw@jjan.kr)
교과부가 일선 교육 현장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유사 정책을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내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오는 1일부터 시작되는 종일돌봄교실의 경우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와 업무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예산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학교와 지역아동센터간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주 송천초와 북일초, 군산동초 등 도내 16개 학교 초등학교에서 오는 1일부터 방과후학교 종일돌봄교실이 시범실시된다.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정 학부모들을 위해 특기·적성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밤 9시까지 제공하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지역내 아동센터들은 오래전부터 교육과 돌봄사업을 실시해온 민간부분을 잠식하고 민간단체들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장수 산서지역아동센터의 경우 현재 산서초등학교 전교생 88명중 36명이 이용하고 있으나 학교내에 종일돌봄교실이 설치될 경우 이들 대부부을 학교에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진안 백운초등학교 학생 70여명중 30명이 이용하고 있는 예솔지역아동센터의 경우에도 백운초등학교가 종일돌봄교실을 시작하게 됨에 따라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이에따라 지역아동센터들은 "민간단체의 존립을 뒤흔들 수도 있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상학교 선정에 충분한 사전조사나 고민이 없었다"며 "민간단체와 중복되지 않는 꼭 필요한 지역으로 사업대상을 한정하거나, 학교와 지역아동센터가 연계해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도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민간단체와 충분히 협의해서 대상학교를 선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연중돌봄학교 등 성격이 유사한 사업에 선정된 학교들을 배제하다보니 일부 학교의 선정에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며 "민간센터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지 못하도록 하고, 내년에 사업을 재선정때는 센터와의 업무 충돌여부를 반드시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갑작스럽게 사업이 시작되면서 시간부족으로 행정추진에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예솔지역아동센터 김창국센터장은 "센터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하지만 학교의 신인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일단 종일돌봄교실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학교로 옮겨갈 소지는 많다"며 "도시와는 달리 농촌지역은 많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서지역아동센터 정영덕 센터장은 "교사수도 많지 않은 소규모 농촌학교에서 밤 9시까지 학생들을 데리고 있겠다는 것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창살없는 감옥을 만드는 것"이라며 "돌봄은 학습만이 아니라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성장을 돕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으며 도내 224개 센터에 6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한편 교과부는 지난해부터 연중돌봄학교, 종일돌봄교실, 학력향상 중점학교, 전원학교 등 성격이 비슷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나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교사의 업무과중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