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23곡】 "여섯 번째 구렁, 위선자"
역청 속에 빠져 구이가 되어버린 마귀들을 구하기 위해 마귀들이 정신이 없는 동안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여섯 번째 구렁으로 가기 위한 다리를 찾습니다.
그런데 생각은 연이어 일어나는 법.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마귀들은 우리 때문에
속고 나가떨어지고 조롱을 받았으니
틀림없이 굉장히 짜증이 났을 테고,
그러니 우리 뒤를 쫓아올 것 아닌가!
단테는 조금 전 소란을 떠올리며 마귀들이 쫓아올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도 같은 생각으로 오른 쪽 경사면을 통해 다름 구렁으로 내려가자고 하는 순간 우리를 잡으러 온 마귀들이 보였습니다. 길잡이는 나를 아기처럼 덥석 껴안고 다음번 구렁의 한쪽을 막고 있는 바위 위에 몸을 눕혀 미끄러지듯 내려갔습니다.
마귀들이 우리를 덮친 것은 선생님의 발이 여섯 번째 구렁을 둘러 싼 둔덕 기슭에 닿았을 때였습니다.
마귀들에게 다섯 번째 구렁을 지키는 임무만 부여하신
지고하신 섭리가 마귀들이 거기서
빠져나올 힘을 빼앗아 두었기 때문이었다.
마귀들이 쫓아오는데 마귀들에게도 지키는 구역이 확실해 다음 구렁에 발이 닿으면 그들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단테 신곡이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이러한 재미있는 비유와 묘사입니다.
'마귀들에게 다섯 번째 구렁을 지키는 임무만 부여하신 지고하신 섭리 덕분이었다.’ 재미있어서 혼자서 웃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구렁에서 일어나는 일에 따른 표현들과 길을 찾는 방법이, 가는 고리와 구렁마다 달라 나도 모르게 궁금해지거나 웃음 짓게 만듭니다.
우리는 그 아래서 금빛으로 물든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눈까지 내리덮는 모자가 달린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양이
쾰른의 수도사들이 입었던 것과 흡사했다.
겉은 사람을 현혹할 정도로 화려한 금빛이었지만
안은 완전히 납이어서 굉장히 무거웠다.
페데리코가 입히던 외투는 차라리 지푸라기 같았다.
무게 때문에 지친 그들의 걸음은 매우 느렸습니다. 단테가 스승에게 혹시 알만한 망령을 찾아보도록 하자고 부탁했습니다. 이런 나의 말을 듣고 토스카나 말을 알아들은 한 망령이 말을 걸어 왔습니다.
두 망령이 말하고 싶은 강한 희망을 보이며 서두르고 있었으나 납 외투의 무거움과 많은 죄인들로 길이 좁아 걸음이 더디기만 했습니다. 그 망령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라고 했습니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아름다운 아르노 강가에 있는 대도시였소.
거기서 가졌던 육신을 지금도 갖고 있지요.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아름다운 아르노 강가에 있는 대도시였소.” 단테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름다운 아르노 강가 대도시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리고 단테는 신곡에서 빛나는 토스카나 말(자기가 태어난 곳의 언어)로 자랑스럽게 노래합니다. 이곳에서도 토스카나 말을 알아들은 망령이 말을 건다고 합니다. 단테의 피렌체에 대한 사랑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단테가 당신들은 누구이며 이 금빛으로 번쩍이게 하는 벌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들 중 하나가
"이 금빛 망토는 밝은 금빛인데 안은 아주 무거운 납으로 되어 있어 우리에게 무거운 무게로 벌을 주고 있다오. 우린 볼로냐 출신 '향락을 즐기는 교단' 수도사들로 '카탈라노와 로데린고'이지요. 우리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세속적이고 평안감에 빠져 이곳에서 무거운 망토의 벌을 받고 있다오."라고 말했습니다.
종교의 가르침을 배반하고 불화를 조장한 두 수도사는 위선의 죄로 지옥에 서 죄를 받고 있는 망령들입니다.
이 위선자들에 맞게 겉은 사람을 현혹할 정도로 화려한 금빛이지만 속은 완전한 납이어서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위선자들답게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다른, 무겁고 힘든 무게로 고통 받는 위선자다운 벌입니다.
이러한 죄인들과 그 죄과에 맞는 벌들과 그 벌에 맞는 괴물이나 악마들이 벌을 주는 방식도, 그 죄인과 딱 어울려 이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신곡이 이해해야하는 범위가 깊고 넓어, 읽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읽히게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테의 신곡을 처음 읽을 땐 왜, 이 작품이 위대한 작품인지 갸웃거리다가 몇 번 읽고 이해가 되고 또 다시 음미하며 읽으면서 과연 단테의 <신곡>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들 위선자의 죄인들과 이야기 중에 바닥에 십자가에 못 박혀 누워있는 망령을 보았습니다. 카탈라노 수사가 그는 유대인 제사장 가바야였는데 예수를 순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으로 바닥에 누워 누구든 밟고 지나가는 형벌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가 카탈라노 수사에게 오른 편에 어떤 통로가 있는지 말해주라고 합니다. 수사가 돌다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 돌다리가 이곳에서는 깨져버려 구렁을 가로지르지 못하니 바닥과 기슭에 쌓인 바위 조각들을 밟고 구렁을 건널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악마 대장이 거짓말을 했구나 하시며 노기를 띤 채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습니다.
단테는 사랑스러운 발길을 따라 갔습니다.
베르길리우스가 악마가 길 안내를 거짓말로 한 것에 대해 노한 것은 마귀들에게 속아서 길 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길 안내자이며 영적인 안내자이고 그는 인간의 이성과 지혜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과 지혜는 한계가 있고 신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림보에 들어 갈 때와 지옥의 디스의 입구에 들어올 때 베르길리우스의 힘으로 하지 못하고 하늘에서 천사(전령)가 내려와 도와준 것이 그런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