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규 뒤로 손가락 펼치는 여자.
양쪽으로 손가락 흥정하는 환규.
민 뒤로 싸우는 여자.
환규 뒤로 싸우는 여자.
웃으며 고개 돌리는 민.
오만 원 여자.
[오리지널 사운드: "만 삼천 원" /다른 쇼트의 "오만 원"으로 대체]
오만 원 박수치는 환규.
일어서는 여자.
손바닥 맞추는 환규와 여자.
옷 잡는 여자들.
로미, 수표를 흔들면서 가격을 부른다.
로미: 십만 원.
돌아보는 여자들.
로미 뒤로 민과 환규의 반응.
놀라는 환규.
환규: 십만 원?
민 반응.
(환규): 십만 원! (앞쇼트 대사 넘어옴)
여자들 반응.
여자아이: 야! 니들 판 테이블에 넘기는 게 어딨어!
환규: 억울하면 더 배팅……. 하던지.
불평하는 여자들.
여자들: 말두 안 돼.
환규: 셋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미에게 달려오는 환규.
돈 낚아채는 환규.
환규: 축하 합니다. 어서 가져가세요. 야, 너 팔렸어. 빨리 와.
민 반응.
민에게 손가락질하는 로미.
웃는 민.
춤추는 아이들. <음악 바뀜: PRINCE의 댄스곡>
춤추는 로미, 민.
로미: 너 몇 등급이야?
로미 어깨 걸고 민.
민: 뭐라고?
로미: 몇 등급이냐구? 내신 말이야.
로미 귀에 입대는 민.
로미: 그래 가지고 대학 갈 수 있겠어?
민: 넌 공부 잘하니?
로미: 일등급, 일학년 때부터 주욱…….
춤추는 환규. 크레인 업. 로미, 민 2인 풀샷
민, 로미 2인 측면 샷.
민: 난 비틀즈를 좋아해. 그냥 좋아.
로미: 솔직히 너 맘에 들어, 하지만 명심해 넌 내 노예야.
웃는 민.
삐삐 꺼내는 로미.
삐삐 내미는 로미.
로미: 아무 한테도 번호 가르쳐 주지 마.
받는 민.
로미: 내가 콜하면 언제든 달려와 알았지.
끄덕이는 민.
일어나는 로미.
로미: 학원갈 시간이다 안녕.
씬 8. 민의 집.
앉아있는 민 BS.
창문 여는 민.
담배 무는 민.
민, 연기 뿜으며 밑으로 시선을 준다.
굳은 얼굴 민.
포옹하는 어머니와 백사장.
문 닫고 들어가는 민.
민 뒤로 옷 벗는 엄마.
엄마: 이 애미는 너하나 대학 보내려고 발바닥이 부르튿록 보험 팔러 다니는데.
볼펜으로 노트를 찢는 민.
(엄마): 너 니 애비처럼 되는 안 돼.
삐삐.
로미음성: 나야 로미.
씬 9. 야구장.
로미음성: 내일 잠실구장에서 엘지하고 롯데의 플레이오프 삼차전이 있어. 직접 가서 보고 게임 내용을 자세히 적어와. 경기장 분위기까지 상세하게. 만일 내용이 틀리거나 빈약하면 당장 노예자격 박탈이야.
야구장 필드.
관중 사이로 걸어가는 민 측면.
달려가는 주자.
박수 치는 사람들.
외야 계단으로 내려오는 민.
박수치며 응원하는 사람들.
자리에 앉는 민의 뒷모습.
공 던지는 투수.
공 던지면 스트라이크.
소리치는 관중.
수첩에 노트하는 민.
공치는 타자. 달린다.
씬 10. 피자헛.
인경, 애선 측면.
애선: 다음 주부터 모의고산데.
인경, 애선 사이로 로미.
애선: 마음도 편하다 얘.
로미: 바이올린도 연주 않할땐 줄을 느슨히 풀어 놓는데. 휴일에도 온종일 책만 붙들고 있는 애들, 정말 밥맛 아니니? 그래 가지고 대학가면 뭐하니?
로미 뒤로 인경.
인경: 너 정말 대단하다.
빨대 무는 로미.
문 열고 들어오는 민.
고개 돌리는 로미.
다가오는 민.
로미: 왔어?
인사하는 민.
일어서는 로미.
로미: 나 먼저 갈게.
인경, 애선 앞으로 와이프 되는 로미.
나가는 민과 로미.
씬 11. 시립도서관.
책들 사이로 보이는 민과 로미의 눈.
민: 네가 그렇게 야구광인지 알았으면 같이 가는 건데.
돌아보는 로미.
로미: 난 야구별로야. 섹스, 스포츠 스크린 그거 다 사람들 바보로 만드는 수작이지.
로미 뒤로 민의 반응.
로미: 휴일에 야구장이나 다니는 애들, 대학 갈수 있을 것 같애?
책 빼는 로미.
로미: 어림없어.
로미 프레임 아웃. 쳐다보는 민.
씬 12. 놀이터 언덕.
정글짐 위에 앉아있는 로미, 민.
로미: 내 친구들 모두 1등급이야. 전체 석차 3% 우리 학교에서만 12명이지. 남은 시험 결과에 따라.
돌아보는 민.
로미: 내가 탈락할지도 몰라.
민: 탈락하는 게 두렵니?
로미 (민 걸고)
로미: 아니 그렇지만 개들한테 질수 없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다시 돌아보는 민.
로미: 모든 게 다 생존 경쟁이야. 비열하고 치사해 질수록 승자가 되는 법이니까.
민.
로미: 나한테 정 떨어지니?
민: 아냐 솔직히 난 너처럼 목표가 확실한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워.
민 걸고 로미.
로미: 노예는 당연히 주인을 존경해야지.
정글짐에서 내려가는 로미. 프레임아웃.
쳐다보는 민.
정글짐 전경으로 걸리고 의자에 앉는 민과 로미.
책 보는 로미를 쳐다보는 민.
민 내레이션: 로미는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그 어떤 여자아이와도 달랐다.
그 애에게서는 늘 좋은 냄새가 났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언제나 자신만만한 모습에서 온통 향기가 진동했다.
로미 얼굴로 트랙인.
책 덮는 로미.
로미: 안 돼.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나도 내 페이스를 잃을지 몰라.
고개 젖힌 민을 보는 로미.
민과 로미의 2인 바스트 샷.
로미: 난 네가 좋아. 그러니까 너도 대학 가야돼.
씬 13. 자율학습실.
학생들 뒷모습 트랙킹.
앞에서 뒤로 트랙킹. 민보임.
오토바이 불빛.
창 밖 보는 아이들.
헬멧 벗는 태수.
태수: 이 민!
친구가 어깨 치면 일어나는 민.
학생: 야, 누가 니 이름 부른다.
태수 뒷모습으로 교실 창문들.
태수: 이민.
웃는 민.
민 내레이션: 넉 달 만이었다.
씬 14. 소주방.
민 내레이션: 그런데. 태수는 별로 말이 없었다.
술 마시는 태수.
잔 내리는 태수.
술 마시는 민.
태수 얼굴.
태수: 나 학교 때려치웠다. 벌써 두 달 됐어.
고개 떨구는 민.
찌개 내려놓는 환규.
환규: 야, 민아, 이것 좀 봐라. 주방장한테 사리 좀 신경 써 달랬더니 아예 산 이다. 산! 어쩜 좋냐. 야, 한잔 주라.
술 마시는 환규.
환규: 야, 그리고 좀만 기다려. 좇나리 이쁜 댓삐리 계집애한테 삐삐 쳐놨거든.
술잔 내려놓는 환규.
환규: 오늘 술 진짜 잘 들어간다.
민: 환규야.
환규: 응?
민: 환규야, 미안한데 자리 좀 비켜줘.
3인샷. 프레임 아웃되는 환규.
환규: 응, 너 계산할 때 나 불러라.
술병 드는 손, 술따르는 민, 마시는 태수
민: 무슨 일이야?
태수 측면.
태수: 그냥, 너 보고 싶어서 왔어.
민 얼굴.
태수 얼굴.
일어서는 태수 뒷모습.
민 뒤로 일어서 태수.
태수: 그만 갈래.
일어나는 민 앞모습.
일어난 민, 뒷모습.
태수 뒤로 민.
민: 많이 마셨어. 오토바이 타면 안 돼.
신선 밑으로 떨구는 태수.
씬 14-1.
오토바이를 탄 태수, 민.
민, 태수 바스트 샷…….
씬 15. 일식집.
일식집에서 멈추는 태수와 민.
내리는 태수.
태수: 넌 내리지마.
돌아보는 민.
다가오는 태수.
태수: 오토바이 오늘 산거야. 내가 안타면 이걸 누가 타야할지 생각해봤어.
고개 돌리는 민.
태수: 씨발, 답이 너무 빨리 나오더라.
이야기하는 태수와 민.
태수: 바로 너야.
측면 2인 미디엄 샷, 돌아서는 태수.
태수: 이건 내일이야. 끼어 들어마. 절대로.
일식집으로 다가오는 태수.
펼 잼의 SOMETIMES.
민 트랙 인.
일식집으로 다가가는 민 뒷모습.
창밖의 민.
일식집 안 풍경.
우……. 좌 팬. 태수 등장.
칼 빼들고 올라서는 태수. F. S.
놀라는 민 C. U.
튀어나오는 태수 F. S.
칼 맞는 두목 X2.
넘어지는 두목 F. S.
칼 휘두르는 태수 M. S X2.
던져지는 태수 F. S.
의자 던지는 태수.
붙잡혀 넘어지는 태수 F. S.
밟히는 태수 BS. X2.
놀라는 민. 좌―우 팬. X2.
밟히는 태수 X2.
들어오려는 민 X2.
밟히는 태수. 오블 리크 X2.
몸부림치는 민 BS. X2.
밟히는 태수 C. U. X2.
민 뒤로 경찰차 등장 X2.
밟히는 태수. 오블 리크 X2.
들어오는 경찰 X2.
태수 일으키는 형사 X2.
끌고 나오는 형사 X2.
끌고 나오는 형사 (각도 다름) X2.
차에 태워지는 태수 X2.
출발하는 차. 타고 있는 태수 X2.
민 트랙 인 X2.
씬 16. 대입학원.
카메라 팬, 프레임 되는 민과 오토바이.
민 내레이션: 짐승처럼 끌려가는 태수를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헬멧 쓴 민. 측면.
민, 헬멧 쓴 눈.
나가는 학생들, 뒷모습.
로미, 인경 보임.
학원 문 나오는 로미, 인경, 애선.
라이트 켜짐.
눈부셔하는 로미.
헬멧 벗는 민.
헬멧 벗는 민 바스트 샷.
웃으며 프레임 아웃 하는 로미.
민에게 다가서는 로미. 헬멧 받고 탄다.
예선, 인경.
민 등에다 기대는 헬멧 쓴 로미.
시동.
라이트.
엑셀.
마후라.
옆으로 트는 몸체.
출발하는 오토바이.
씬 17. 남부순환도로.
커브 도는 오토바이 뭉샷.
민, 로미 바스트 샷.
오토바이 뒷모습.
민, 로미 측면 B. S.
시점. 도로.
민, 로미 측면 프레임 아웃.
오토바이 질주 뒷모습. 오른쪽 커브.
오토바이 질주 뒷모습. 오른쪽 커브.
근접.
시점, 도로.
헬멧 쓴 로미.
시점, 도로 << 표시.
오토바이 장면 도로질주, 오른쪽으로 프레임 아웃.
씬 18. 로미의 집.
부감, 프레임 인 되는 오토바이.
헬멧을 민에게 던지는 로미.
로미: 너하고 이 오토바이 성능하고 혼돈하지 마. 저능아같이 보여.
로미 와이프 되고 뒤로 민.
인터폰에 이야기하는 로미. 그 뒤로 민.
로미: 엄마, 나야.
(엄마목소리): 왜 이렇게 늦었어? 영어 선생님이 30분 넘게 기다리고 계시잖아.
로미를 붙잡는 손.
민 어깨 걸고 로미.
로미: 놔.
민: 넌 나한테 아무 감정도 없니?
로미. 공부하는 기계야. 들어가는 로미.
닫히는 문. 다가서는 민 측면.
민: 로미야.
뒤돌아보는 로미.
민 뒤로 들어서는 로미.
문 열고 나오는 로미. KISS!
KISS하는 로미.
로미 아웃. 문 밖에서 바라보는 민.
민 미소 지으며 이도. 카메라 민 앞을 스쳐간다.
TRACKING.
민 내레이션: 저애를 정말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씬 19. 모의고사.
앞. 뒤 트랙킹 민보임. 선생님.
민을 툭치고 나간다.
민 내레이션: 수능고사가 다가왔지만 머릿속엔 태수와 로미에 대한 생각뿐이었고. 책상 앞에 앉아 잇는 것이 무의미 했다.
민 얼굴.
가방 들고 나가는 민.
민 내레이션: 기다려지는 건 로미의 호출뿐이었다.
씬 20. 지하철역.
로미 측면.
로미 풀 샷, 책을 보며 걸어감.
정면으로 책을 덮으며 다가옴.
인경, 애선에게 다가감. 로미 뒷모습.
앉는 로미. 3인 샷.
로미: 너 모의고사 망쳤다며?
애선: 너 따라 한다고 남자들 만나 한 눈 좀 팔았더니 집중력이 떨어졌나봐.
약 부감. 인경이를 힐끔 보며 말하는 애선.
로미: 인경이도 많이 떨어졌니?
애선: 앤 나보다 심해.
로미에게 부러운 듯 말하는 애선.
애선: 넌 정말 신기해. 놀거 다 놀면서 1등 지키는 거 보면.
로미: 힘내. 수능만 잘 보면 되지 뭐.
열차 도착을 알리는 보드 판에 불이 들어옴.
애선에게 이야기하는 로미.
로미: 정 안되면 재수하면 되잖아.
애선: 이 짓을 일 년 더하라구.
돌아보는 애선, 아웃되는 인경.
애선: 엄마 얼굴 보기 무서워. 서울대 못 가려면.
인경 발.
(애선 대사): 집안 망신시키지 말고 나가 죽으래.
애선 로미 2인 클로즈업.
걸어 나오는 인경 측면.
(로미대사): 너희 집 언니, 오빠 다 서울대니까.
다가오는 전철을 바라보는 인경.
오브리끄 들어오는 전철.
돌아보는 로미 클로즈업.
눈감고 뛰어드는 인경.
뛰어드는 발.
C. G 뛰어드는 인경.
지하철 로미 애선 앞으로 와이프.
전철 바퀴.
일어서는 애서 프레임 아웃.
모여드는 사람들 풀샷.
일어나는 로미.
로미 클로즈업 양각.
무릎 끓는 로미.
로미 클로즈업.
씬 21. 민의 집.
부감. 민, 엄마, 백사장. 민을 꾸중하는 엄마.
민의 어머니: 어미가 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데 이놈은 그것도 모르고.
백사장: 김 여사, 진정하세요. 앞으로.
오블 리크. 벽에 걸린 사진을 보는 민.
백사장: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성적문제로 민을 혼내는 엄마. 말리는 백사장. 민 냉정하게 대꾸한다.
민의 어머니: 인석아, 칠 등급이 뭐냐, 칠등급이…….
민: 아셨으니까 맘이 편하네요. 전 졸업장이나 딸래요.
민의 어머니: 당장 자퇴해. 검정고시 보는 거야. 니 머리면 충분히 대학가고도 남아.
백사장: 너무 다그치지 마세요. 자네도 어머니가 하는 말씀을 좀 이해하게.
백사장을 몰아붙이는 민. 엄마의 만류. 백사장, 민이 말에 아무 말도 못한다.
민: 아저씨. 우리 엄마 데리고 살거예요?
민어머니: 저 녀석이. 어른 앞에서 말버릇이 그게 뭐야!
민: 잘해 주세요. 우리엄마.
아버지 사진 떼는 민의 손.
계단 내려가는 민. 풀샷.
민어머니: 민아, 민아, 어디 가는 거니 민아.
씬 22. 도로.
헤드라이트. 팬 업. 민.
우수에 찬 민의 눈.
엑셀 당기는 손.
빠르게 지나가는 오토바이 풀샷.
민 측면 샷.
놓는 손.
팔 놓고 타는 민.
팔 놓고 타는 민 바스트 샷.
오토바이 후면 모습.
눈감은 민 얼굴.
중앙선 넘는 바퀴.
다가오는 트럭 풀샷.
양각, 손 놓고 타는 민.
지나가는 트럭, 측면.
민 얼굴. 눈감은 민.
오블 리크. 다가오는 트럭 풀샷.
오토바이 바퀴.
오블 리크. 다가오는 트럭 깜박거린다.
빛을 받는 민의 얼굴.
깜박이며 다가오는 트럭.
눈뜨는 민.
지나가는 트럭 측면.
오토바이 바퀴 걸고 트럭이 다가오는 모습.
핸들을 트는 운전수.
핸들잡고 트는 손 클로즈업.
오브리끄 피하는 민 풀샷.
시점샷.
교차되는 오토바이 풀샷.
교차되는 오토바이 풀샷 근접샷.
피하고 나서 자리 잡는 민.
오토바이 탄 민 측면.
삐삐 꺼내는 민.
A
8월의 크리스마스
씬 1. 거리.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정원.
정원이 스쿠터를 타고 동네 거리를 지나가고 피아노와 오보에의 선율이 돋보이는 잔잔한 "사진 속의 기억들(정원의 Theme)"이 흐른다.
씬 2. 타이틀.
8월의 크리스마스
씬 3. 정원의 방.
페이드인 잠에서 깨어나는 정원.
씬 4. 거리.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정원.
씬 5. 병원복도.
병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원. 앞에 앉아있는 꼬마와 장난을 친다.
씬 6. 운동장.
철봉 하는 정원. 운동장에 앉아있는 정원.
운동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반쯤 박혀 있는 타이어 위에 정원이 앉아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의 선율과 함께 옛날을 얘기하는 정원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정원의 옆에서 모래집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내레이션: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있기를 좋아했다. 그곳에서 내 곁에 없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씬 7.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한 여자가 들어온다.
정원: 어서 오세요.
머리 큰 여자: 사진 찾으로 왔거든요.
정원: 성함이…….
머리 큰 여자: 최명숙이예요. 그저께 저녁에 맡겼는데…….
정원: 예, 여기 있어요.
머리 큰 여자: 저 아저씨 사진이 좀 이상하게 나왔는데요.
씬 8. 촬영실.
사진 찍으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
여자 큰 얼굴을 머리칼로 쓸어내려 감추려고 든다.
정원: 저, 잠깐만 만져 드릴게요. 예, 훨씬 더 좋으네요. 그러믄요 밑에 것만.
머리 큰 여자: 괜찮은데.
정원: 괜찮으세요. 찍을 게요. 찍을게요.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찰칵
씬 9. 사진관.
영상기가 작동되고 있다. 전화를 받는 정원.
정원: 예, 여보세요. 어, 철구야. 언제 돌아가셨는데…….
씬 10. 화장터.
울부짖는 철구 식구들을 바라보는 정원.
정원이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가족들이 "산사람은 살아야지요."하며 식사 재촉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 프레임 오른쪽으로 정원이 빠져나간다.
웬 어린 여자아이가 "슈퍼맨!"을 외치며 지나간다.
씬 11. 사진관 밖.
다림 기다리는데 정원 다가온다.
다림이 닫힌 문 앞에서 "출장 중"이라는 팻말을 쳐다본 후, 오른쪽에 놓인 여고생 2명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림이 쳐다보는 사진의 두 여고생은 정원의 동생 정숙과 정숙의 친구이자 정원의 옛 여자 친구였던 지원입니다.)
정원이 다가와서 다림을 놔두고 사진관의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온다.
다림: 한참 기다렸어요. 저 이거 빨리해야 되거든요. 얼마나 걸려요. 아저씨?
정원: 저 미안하지만 좀만 이따 오면 안 될까요?
다림: 안돼요. 아저씨 저 여기 동그라미 친 부분만 빨리 확대해 주세요.
다림 나가고 정원 멍하니 앉아있다.
씬 12. 정원 공간.
약을 먹는 정원, 세수하는 정원.
씬 13. 사진관.
일을 하다가 밖에 있는 다림을 발견하는 정원.
씬 14. 사진관 앞.
다림에게 하드를 건네는 정원.
정원: 아까 저 때문에 화났었죠? 날씨도 덥고 아침부터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다림: 사진 언제 나와요?
정원: 좀만 있으면 다돼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드를 먹다 웃는 두 사람.
씬 15. 정원 집.
아버지와 정원 요리를 하고 있다.
정원: 아버지 감자요.
아버지: 냄비에 넣어. 정관아, 파 좀 뽑아올래?
정원: 파요?
아버지: 응.
씬 16. 정원 마당.
파를 씻는 정원. 비가 내린다.
씬 17. 주유소.
정원, 주유소에서 스쿠터 기름을 넣고 있는데 다림의 주차단속차량이 들어온다.
주유원: 얼마나 넣어드려요?
정원: 가득이요. 얼마예요?
주유원: 만땅 삼천 원입니다.
(효정/다림 차안에서 웃는다.)
정원: (효정과 다림을 보며) 안녕하세요?
주유원: 잠깐만 기다리세요.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효정: 가득이요.
씬 18. 사진관.
고만고만한 소년들이 정원 앞에 단체사진을 놓고 떠들고 있다.
정원: 동원이, 동원 이는 얘?
아이1: 예, 아저씨. 얘는요 내가 찍은 건데 예쁘죠?
아이2: 아니요. 얘가 더 예쁘죠, 아저씨
아이1: 어떻게 얘가 예뻐? 얘는 키도 작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아이2: 얘가 더 예쁘지?
아이1: 얘가 더 예뻐.
정원: 야, 야, 야. 조용히 해! 시끄러 죽겠네. 장근이 장근이 너는?
다림, 사진관 들어와 소파에 앉는다.
아이3: 저는요. 좀 많아요. 얘하고요. 앤데요
정원: 세 명?
아이3: 그중에서 얘가 제일 예뻐요.
정원: 이름이 뭔데?
아이3: 서은지라는 앤데 가장 예뻐요.
아이1: 야 너 내 여자 건들지 마.
정원: 야 근데 니들 얘네들한테 말 걸어 봤어?
아이들: 아니요.
정원: 못 걸어봤어? 근데 이 사진 크게 확대하면 좀 흐리게 나올 텐데.
아이들: 괜찮아요.
정원: 괜찮아? 그러면은 내일 저녁 6시까지 와. 아저씨가 해둘게.
아이들: 아저씨. 이것 좀 잘 해주세요.
정원: 알았어. 알았어.
아이들: 안녕히 계세요.
정원: 옳지.
애들 나가자 소파에서 일어나 정원 쪽으로 오는 다림.
다림: 어른이나 아이나 남자들은 다 왜 그래요?
정원: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게 잘못 됐나요. 뭐? 발개 벗은 사진 갖고 와서 확대해 달라는 것 보단 낫죠.
다림: 그런 것도 해줘요?
밖에서 싸우는 아이들, 정원 아이들 싸움을 말리려 한다.
씬 19. 거리.
지원 이와 만나는 정원.
정원: 오랜만이다.
지원: 응.
정원: 집에 왔니?
지원: 응.
정원: 하나도 안 변했네.
지원: 오빠도. 나 갈게.
정원: 엉 그래. 잘 가라.
씬 20. 사진관.
지원의 액자를 떼는 정원.
씬 21. 정원마당.
정숙, 빨래를 걷고 있는데 정원 들어온다.
정숙: 왔네.
정원: 어, 언제 왔어?
정숙: 방금 왔어. 뭐 그렇게 사왔어?
정원: 아이 이거.
씬 22. 정원 집 부엌.
부엌에서 김치 보자기를 푸는 정원.
정숙: 빨간 뚜껑은 열무김친데 냉장고에 넣고 3일 있다 먹고 하얀 뚜껑은 배추김친데 그냥 익혔다 먹어.
정원: 얼마나?
정숙: 뭐, 한 삼일이면 익겠지.
씬 23. 정원 집 마루.
수박을 썰고 있는 정숙. 정원 프레임 인
정숙: 낮에 지원이 만났어. 오빠 만났다고 하더라.
정원: 응.
정숙: 걔 생각하면 속상해 죽겠어. 남편이 또 놀음을 했데. 이젠 아예 때리기까지 하나봐.
정원: 너 하는 일은 잘 되니?
정숙: 정신없지 뭐. 애들 월급 주느라고 허리가 휘어져. 오빠 아직도 지원이 좋아해?
정원: …….
정숙: 오빠 생각나. 옛날에 오빠 학교 다닐 때 지원이 사진 책갈피에 끼워 놓고 다녔잖아.
수박을 먹다 마당에 씨를 동시에 뱉는 두 사람. 서로 쳐다보며 웃는다. 갑자기 울먹거리는 정숙.
씬 24. 거리.
정원 일을 하고 있고 다림 들어온다.
정원: 아유, 어서 오세요.
다림: 사진기 좀 고쳐 주세요. 아저씨가 쓰는 카메라 얼마예요?
정원: 왜요?
다림: 그냥요. 그런 거 갖고 다니면 사람들이 무시 못 할 것예요. 아저씨 나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 돼요?
정원: 예. 그래요.
다림: 더운 건 이젠 아주 지겨워.
정원: 힘들죠?
다림: 아저씨 사자자리죠? 생일이 팔월 아녜요. 사자자리가 나랑 잘 맞는 다던데, 근데 아저씨 몇 살이에요?
정원: 나? 나 이십대 후반.
다림: 에이, 삼십대구나. 그렇게 얘기 하는 거 보니까 완전히 아저씨네. 결혼은 안했죠?
정원: 에이. 벌써 애가 둘이야.
다림: 옷 입는 거 보면 알아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저 지금부터 이제 잘 테니까 말 시키지 말아요. 근데, 아저씨.
정원: 엉.
다림: 오늘은 왜 반말해요?
씬 25. 수산시장.
회를 뜨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와 정원.
씬 26. 거리.
아버지와 아들, 짐을 들고 걸어간다.
씬 27. 정원 집 마루.
식사하는 식구들.
정숙: 아버지 찌개 솜씨는 여전하시다.
정원: 나도 꽤 연구하는데 이런 맛이 안 나와.
정숙: 나도 그래.
아버지: 이게 뭐 아무나 되는 건줄 아냐? 정성이 모자라서 그래.
석희: 이 사람은요. 살림은 야무진데 음식솜씨는 완전히 꽝이에요.
아버지: 지 에밀 닮아서 그래.
정숙: 그럼 얘도 꽝이겠네?
아버지: 당연하지.
정원: 아버지도?
정숙: 오빠 내일 병원 갈 때 나한테 전화 좀 해.
정원: 됐어 혼자 가도 도. 종래 밥 좀 먹여. 과자만 먹는다. 야.
씬 28. 정원 집 마당.
가족사진을 찍는 아버지.
정원: 아버지, 제가 찍을게요?
아버지: 됐어 인마. 아직은 니 기술보다 내 기술이 나. 하나, 두울 셋 찰칵.
씬 29. 사진관 앞.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다림, 정원 스쿠터를 타고 다가오다 그냥 지나친다. 실망하는 다림, 어느새 스쿠터 소리 다시 들려온다.
정원: 어디가요?
다림: 구청에요.
정원: 그건 뭐예요?
다림: 숙녀가 이렇게 무거운 걸 들고 가야 되겠어요?
정원: 에유, 단골손님인데……. 어유 무거워. 뒤에 타요.
다림을 태우고 달리는 정원의 스쿠터.
정원: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다림: 없어요. 다들 시시해요.
정원: 좋아하는 남자 친구 생기면 달라질걸…….
다림: 모르죠. 뭐.
정원: 꽉 잡아요. 이렇게.
씬 30. 사진관 앞.
청소를 하고 있는 정원.
지원이 다가온다.
지원: 오빠.
정원: 어, 지원아.
지원: 청소해?
정원: 어 나 지금……. 하하하 들어가 있을래?
씬 31. 사진관.
정원, 지원에게 커피를 준다.
정원: 지원아 너 생각나니? 국민학교 때 너 일기보고 날씨 빼낀거.
지원: 정숙이 꺼 보고 배끼지 왜 내꺼보고 배끼냐고 싸웠잖아. 오빤 이 동네 에서 이십년이 넘게 지냈는데 지겹지도 않아?
정원: 모르겠어.
지원: 왜 아직 결혼 안 했어?
정원: 너 기다리느라고. 지원이 너 애가 둘이라고 그랬나?
지원: 응 여기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오빠 많이 아프다면서?
정원: 아냐 야 나 멀쩡해.
지원: 심각해?
정원: 멀쩡해.
씬 32. 버스 안.
달리는 차 창밖을 내다보는 정원.
정원이 버스에 앉아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다.
산울림의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가 흐른다.
정원의 내레이션이 흐릅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습니다……. "
이 씬 이후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긴팔 옷을 입고 등장.
씬 33. 병원 복도.
긴 복도를 걸어가는 정원.
씬 34. 병원 앞.
병원에서 나오는 정원.
씬 35. 정원 집 마루.
발톱을 깎다 눕는 정원.
씬 36. 운동장.
바람이 몹시 부는 운동장.
씬 37. 사진관 앞.
출장 가려는 정원. 다림 뛰어오며.
다림: 어머, 아저씨 어디 가세요.
정원: 어 나 출장 가는 길인데.
다림: 어머 어떻해? 이거 너무너무 급한데.
씬 38.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다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정원 소파로 다가가며.
정원: 맛있어? 아냐 아냐 나 많이 먹었어.
다림: 아저씨 외아들이죠?
정원: 아니 왜?
다림: 그렇게 먹는 거 보면 알아요. 우리 집은 아이스크림 먹을 때 난리를 쳐야 되거든요.
정원: 먼저 먹어? 형제가 많아?
다림: 우리 엄만 뭐할려구 그렇게 많이 났는지 모라. 정말. 아저씨 저기요. 선을 딱 이렇게 긋는 것부터 전쟁의 시작 이예요.
정원: 하하하.
다림: 지겨워.
정원: 사진 다 나왔겠는데?
씬 39. 음식점 앞.
다림, 효정 식당에 들어가려하는데 쫓겨난다.
손님1: 아 밥 좀 먹자. 밥 좀
주인아줌마: 아유 가요. 도대체 왜 그래요? 장사도 못하게.
효정: 밥 먹으러 왔어요.
주인아줌마: 안 팔아요. 가요, 가.
씬 40. 나무그늘.
나무그늘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효정과 다림.
효정: 어디 가서 밥 먹니?
정원 스쿠터를 타고 프레임 인.
정원: 너 여기서 모하니?
다림: 더워서 쉬고 있어요. 어디 다녀오세요?
정원: 나 시장에.
다림: 아저씨가 시장엘 가요?
정원: 나 음식 잘해 야.
다림: 어 이게 뭐야? 어머 당면이잖아. 시금치도 있네. 이런 것도 할 줄 아세요?
정원: 먹을 만해 나 갈게.
다림: 집으로 가세요?
정원: 어 (효정에게) 수고하세요.
다시 햄버거를 먹는 효정과 다림
씬 41. 사진관.
문고리를 고치는 정원. 그 뒤로 티코를 타고 들어오는 효정과 다림.
효정: 아저씨, 아저씨 뭐하세요?
정원: 퇴근하는 길이예요?
효정: 예. 이거 내일 찾으러 와도 되죠?
정원: 예.
효정: (다림을 보며) 오늘 좀 피곤한 가 봐요. 일이 좀 많았거든요. 갈게요.
정원: 가세요.
멀어지는 티코에서 손을 흔드는 다림.
씬 42. 태권도장.
태권도를 지도하는 철구. 정원 프레임인 되어 철구와 인사를 한다.
씬 43. 일식집.
회를 먹고 있는 정원과 철구.
정원: 정말 오래간만이다. 이렇게 술 마시는 거.
철구: 그래.
정원: 너 그 제대하고 쫓아다니던 여자 생각나니?
철구: 복덕방집 딸.
정원: 너 왜 여자 쫓아다니다가 노태우 선거운동까지 했잖아. 어유, 그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십 년 전이다.
철구: 아줌마 술 한 병 더요.
씬 44. 일식집 앞.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정원과 철구.
정원: 빨리 나와. 계산 맞아. 빨리 와. 철구야. 나 한잔만 더 먹고 시포.
철구: 안 돼. 나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그래 가지고.
정원: 모퉁이집 가서 한잔만 더 하면 되잖아.
철구: 그만해. 이 새끼 술꾼 다 됐네.
정원: 너 스물아홉 살 마지막 날에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철구: 내가? 몰라.
정원: 몰라?
철구: 저 새끼 이상하네.
정원: 술 먹고 죽자.
철구: 이히힝……. 야, 너 어디가? 야 얌마. 야, 너 왜 그래? 엉? 무슨 일 있냐. 너? 안 먹던 술 까지 먹고.
정원: 말 시키지 마.
철구: 말해봐. 에이씨 오줌도 안 나오네. 어유 되게 마려웠는데 안 나오네.
정원 귓속말 한다.
정원: 나 곧 죽는다.
철구: 야 이 새끼 이거 술 처먹으려고 별 수작을 다하네. 그래 인마 먹자. 이 세끼야.
정원: 술 먹어?
철구: 쳐 먹어 그래 이 새끼야.
정원: 술 먹어?
철구: 먹어 이 새끼야.
정원, 철구: 술 먹고 죽자!
씬 45. 파출소.
취조 받는 철구와 남자1, 정원 소파에 앉아있다. 남자2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왔다갔다 한다.
경찰: 어디서 그랬어?
남자1: 공중전화요. 가만있는데 그랬다니까요. 전화 오래한다고.
남자2: (경찰에게 다가오면) 아저씨 솔직히 얘기하는데 내가 민정당 조직책입니다.
경찰: 민정당 없어졌다니 가 가서 앉아있어.
남자1: 저 놈이 발로 찼어요. 가만히 있는데.
철구: (다가오며) 제가 말씀드릴게요…….
경찰: 알았어, 알았으니까 저쪽 가서 얘기해.
남자2: 이 새끼 인상 더럽군.
남자1: 뭐 샤갸 니가 더 좇같다.
남자2: 내가 뭐 틀린 말했냐?
경찰: 조용히 해.
정원: 조용히 해. 내가 왜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씨발. 내가 왜 조용히 해.
정원 일어나서 소리치며 운다. 정원을 말리는 철구. 남자1, 2와 경찰 소란스럽게 떠들어댄다.
씬 46. 정원 집 마루.
전화벨 소리.
전화를 받는 정원.
정원: 어 철구냐……. 어? 파출소?……. 몰라. 포장마차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랬냐? 주차단속원? 그래 내가 있다 연락할게 올 필요 없어.
전화를 끊고 마루에 눕는 정원.
씬 47. 거리.
경고 방송하는 다림.
씬 48.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다림 유리문 앞으로 다가와 유리를 두드린다. 돌아보는 정원.
다림: 뭐해요? (못 알아듣는 정원) 뭐하냐구요?
정원: (일하고 있다는 제스처)
다림: 들어가도 되요?
정원: ?
다림: 나 들어가도 되냐구요.
정원: 커피한잔?
다림: 알았어요.
다림 문을 열고 들어간다.
씬 49. 정원 공간.
카메라를 만지는 다림. 정원 커피를 타 다림에게 건넨다.
다림: 아저씨.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
정원: 허허. 근데 아가씨 전엔 무슨 일 했어?
다림: 그냥 집에서 빈둥거렸어요……. 근데 왜 아저씬 결혼 안했어요?
정원: 바빠서……. 근데 일이 힘들지 않아?
다림: 뭐 그냥 그렇고 그래요. 아저씨는 사는 게 재밌어요?
정원: 나두 뭐 그냥 그렇고 그래.
다림: 저 월급 받았어요.
정원: 그래? 그럼 한턱 써야지.
다림: 아저씨 하는 거 봐서요.
씬 50. 촬영실.
정원, 다림의 사진을 찍는다.
정원: 입에 다림씨, 침 좀. 더 세게 해요. 이렇게 이렇게. 아 좋다. 잠깐만요.
정원, 카메라를 만지다 부품을 떨어뜨린다. 웃는 다림.
씬 51. 화장품 가게.
화장품 가게 안으로 들어와 이것저것을 살피는 다림. 물건을 하나 고른다.
씬 52. 다림 방.
거울 앞에서 화장품을 발라 보는 다림.
씬 53. 사진관.
삼대가 모인 가족이 사진을 찍는다.
정원: 할머니, 안경을 벗고 찍으시는 게 나을까요. 쓰고 찍으시는 게 나을까요.
할머니: 안경? 이렇게.
안경을 벗는 할머니.
정원: 아뇨. 쓰고 찍으시는 게 낫겠네요.
할머니: 이거 아들이 해준 건데 쓰고 찍는 게 낫지.(안경을 쓴다.)
정원: 자 찍을게요……. 활짝 웃고 찍으면 잘 나을 텐데……. 하나 둘…….
후레쉬가 터진다. 밖으로 나오는 가족들.
아들이 할머니에게.
아들: 어머니 사진관에 오셨는데 독사진 하나 더 찍으시죠.
할머니: 아니 뭐. 천천히 찍지.
아들: 한 장 찍으세요.
할머니: 찍어?
할머니 자리에 다시 앉는다.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정원.
씬 54. 오토바이 가게 앞.
비 오는 거리. 티코가 지나가다 멈춘다. 티코에서 내린 다림. 가게 앞에 서 있는 정원에게 다가간다.
다림: 아저씨. 여기서 뭐 해요?
정원: 어 다림아. 나 스쿠터 고치려고. 야 너 잘됐다. 나 사진관까지만 바래다줘라. (다림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다.)
다림: 맨 입으로?
정원: 그럼 어떻게?
다림: 좋아요. 이따가 일 끝내고 갈 테니까 술 사줘요.
정원: 알았어.
다림: 정말이요.
빗속을 걸어가는 두 사람.
씬 55. 사진관.
비 내리는 저녁거리를 내다보는 정원.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는 다림을 기다린다.
(김광석의 거리에서)
정원: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드드륵 문소리에 문을 쳐다보는 정원. 낮에 왔던 할머니가 한복 차림으로 들어온다.
정원: 어 할머니. 사진 아직 안 나왔는데요.
할머니: 낮에 찍은 사진……. 그…….
정원: 다시 찍으시게요?
할머니: 다시 찍을 수 있겠지?
정원: 예 다시 찍어 드릴게요.
할머니: 돈은 안 받는 거지?
정원: 예 그냥 거저 해 드릴게요.
할머니: 아유 고마워.
정원: 저쪽으로 가세요.
할머니 촬영실 쪽으로 간다.
씬 56. 촬영실.
거울을 보며 단장하는 할머니. 정원 조명 기를 만지며,
정원: 할머니 준비 다 됐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할머니: (의자에 앉으며) 나 사진 이쁘게 찍어 줘야 돼.
정원: 왜요?
할머니: 아 이거 제사상에 놓을 사진이야.
정원: 예 제가 할머니 잘 찍어 드릴게요. 잠깐만요.
사진기 뒤에 서는 정원.
정원: 할머니 젊으실 때 고우셨겠어요.
할머니: 이쁘긴 뭐가 이뻐…….
정원: 자 할머니 찍을게요. 자 할머니 죄송하지만 안경 한번 벗어보세요. (안경을 벗는 할머니)아유 훨씬 이쁘세요. 자 할머니 찍을게요. 할머니 고개 약간만 오른 쪽으로요. 예, 자, 할머니 한 번 웃어보세요. 예 찍을께요……. 웃으시구요. 하나, 둘, (찰칵)잠깐만요. 할머니 한 장만 더 찍을게요.
정원 다시 필름을 장전한다.
씬 57. 정원 집 마루.
아버지 방에서 담배를 훔쳐 피우는 정원.
씬 58. 정원 방.
천둥소리에 잠을 깨는 정원.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씬 59. 아버지 방.
아버지 옆에 와 살며시 드러눕는 정원.
씬 60. 운동장.
비 개인 운동장.
씬 61. 사진관.
소파에 앉아 자고 있는 정원. 다림 문을 열고 들어와 정원 옆에 앉는다.
잠을 깨는 정원.
정원: 어……. (다림 정원에게 안경을 집어준다.)
다림: 아저씨 저번에 저 안와서 삐졌죠.
정원: 아니 왜 안 왔어?
다림: 그냥 오기 싫어서 안 왔어요. 저 일하러 갈게요.
일어서서 나가는 다림. 다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원.
씬 62. 백숙 집.
고구마를 굽는 정원과 철구. 철구와 친구들 평상에서 화투를 치고 있다.
정원: 철구가 연락했니?
친구1: 어. 이번에도 안 나오면 평생 안보겠단다. 저 자식 웃긴다. 저거.
정원: 그렇지 않아도 나도 연락해서 만나보고 싶었어.
친구1: 그래 인마.
철구: (멀리서) 감자 다 안 익었냐?
정원: 기다려.
친구1: 간다. 가. 저 자식 보채는 건 여전해.
친구2: (고스톱을 치며) 고도리.
철구: 감자 먹고 하자.
철구 감자를 집어 나누어 준다.
친구2: 왜 그래 인마. 고도리에 양박에 쓰리고 까지 최소한 십점인데. 너 같으면 입에 감자가 들어 가냐?
철구: 감자 먹고 해 인마. 감자 먹고.
친구2: 이 새끼 학교 다닐 때 짤짤이 할 때도 그렇더니만.
정원: (철구에게) 너 또 사고 쳤지.
철구: 먹어.
친구2: 저 새끼 매너 더러워요.
웃는 친구들.
씬 63. 촬영실.
친구들 사진기 앞에 일렬로 서 있다. 정원도 함께 선다.
잠시 후 셔터기 터진다.
정원: 하나 더 찍을까?
씬 64. 부엌.
약을 먹고 설거지 하는 정원.
씬 65. 안방
아버지 TV를 보다가 정원을 부른다.
아버지: 정원아.
정원 안방으로 들어온다.
정원: 예 아버지.
아버지: 테이프 좀 틀어줄래?
정원: 테이프요? 빌려 오신 거예요?
아버지: 그래. 지상에서 영원으로야. 옛날에 니 어머니하고 같이 봤잖아.
정원 테이프를 넣고 아버지 옆에 앉는다.
정원: 아버지. 아버지가 한번 해보세요.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테이프 넣으시면 자동으로 플레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티브이 전원하고요…….
정원 아버지에게 설명을 한다. 아버지 정원이 시킨 대로 해보지만 자꾸 틀린다.
정원: 아뇨, 아버지. 전원 먼저 켜신 다음에 채널을 티브이 쪽으로…….
아버지, 다시 한 번 하지만 또 틀린다.
정원: 전원 먼저 키신 다음에 단추를 티브이로…….
다시 해보지만 또 틀리는 아버지.
정원: 단…….
정원,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아버지 혼자 남아 리모컨을 눌러 본다.
씬 66. 정원 방.
하얀 종이에 비디오 작동 법을 적고 있는 정원.
씬 67. 마당.
쌀을 씻는 정원.
씬 68. 권투도장.
연습에 열중인 관원들. 정원 가방을 메고 들어온다. 선수가 정원에게 다가간다.
선수: 안녕하세요?
정원: 예 시합 있어요? 폼은…….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는 선수,(아주 젊고 어린 해맑은 소년)
정원 카메라를 보다가,
정원: 웃으면 안 돼요……. 하나 둘.
찰칵.
씬 69. 사진관.
다림 사진관 안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린다. 정원 다락에서 내려오다 다림을 발견한다.
다림: 안녕하세요.
정원: 어. 너 화장했네.
다림: 네.
정원: 너 화장하니까 아주 예쁘다. 뭐? 커피 줄까? 아, 아이스크림? 어디가?
앉아서 술 마시는 정원과 다림.
정원: 다림 이는 쉬는 날 뭐하니?
다림: 저요? 책도 보고, 그냥 그래요. 아저씬 뭐해요?
정원: 나 나 그냥 잠자.
다림: 하루 종일 잠만 자요?
정원: 아니 빨래도 하고, 그리고 다림질도 하고, 그리고 또 자고 으허허허.
다림: 내 친구도 일요일 날 굉장히 바쁜데.
정원: 친구 뭐하는데?
다림: 어머 내가 얘기 안했나? 서울랜드에서 일하는데, 언제든지 오면 공짜 표준다고 그랬는데.
정원: 근데?
다림: 그냥 그렇다구요. 언제 한번 거기 가야하는데 시간이 나야 말이죠.
씬 70. 롤러코스트.
롤러 코스트를 타는 정원과 다림.
씬 71. 벤치.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오는 다림, 정원 옆에 앉는다.
다림: 어지럽다면서 이제 괜찮아요?
정원: …….
다림 음료수를 따서 정원에게 건네준다, 음료수를 받아드는 정원.
다림: 드세요.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서 다림이 파워에이드를 꺼내어, 따개 부분을 손수건으로 닦은 다음 정원에게 건네줍니다. (참 사소한 동작 하나로 다림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과 파워에이드를 번갈아 먹는 정원에게 다림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앉습니다.
둘의 뒤로 야외촬영을 하러 나온 신혼부부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씬 72. 학교 운동장.
운동장을 달리는 정원과 다림.
다림: 뭐해요?
정원 다림보다 먼저 지쳐 멈춘다.
정원: 다림아, 같이 가.
씬 73. 목욕탕 앞.
목욕탕 앞에서 다림을 기다리는 정원, 다림이 나온다.
다림: 벌써 나오셨네. 남자가 빠르긴 빠르구나.
정원, 다림에게 귤을 건넨다.
정원: 너 이거 먹을래?
다림: 하나만 샀어요? 두 개?
정원: 응.
다림: 어유 참.
정원: 어디 가니?
다림: 귤 더 사게요. 아줌마 천원어치만 더 주세요.
씬 74. 골목길.
정원 다림에게 귀신이야기를 하면서 걷는다.
정원: 왜 옛날에 내 바로 밑에 졸병하고 보초를 서고 있었거든. 이 근데 갑자기 방귀 냄새가 나는 거야. 그래서 그 졸병한테 너 방귀 뀌었지 하니까 자기방귀 안꼈대. 그러면서 자기가 방귀 꼈으면서 자기한테 방귀 꼈다고 덮어 씌고 나한테 막 뭐라고 하는 거야. 둘이 방귀를 꼈네 안 꼈네 하면서 옥신각신 하다가 날씨도 춥구해서 내무반에 들어왔거든. 그래가지고 내무반에 들어와서 막 잠을 청하려고 그러는데 아까 쫄병애가 심각하게 아까 자기 방귀 안 꼈다고 그러는 거야. 근데 황당한 거는 아가 나도 방귀 분명히 안 꼈거든. 근데 알고 보니 그 초소에서 근무하는 병사가 자기애인 죽었다고 따라 자살한 장소래. 그 초소가. 그리고 그 죽은 병사가 평소에 방귀를 그렇게 잘 꼈대.
다림 은근히 팔짱을 낀다.
약간 어색한 듯 약간 놀라고, 말은 더듬는다.
팔짱을 끼고 멀어져 가는 두 사람.
다림: 웃긴다.
정원: 웃겨?
다림: 근데 무서워요. 어떻해요? 나 내일부터 무서워서 이 길 어떻게 다녀요? 아저씨도 귀신 무섭죠? 방귀 냄새까지 맡았는데…….
정원: 뭐 어떨 땐 무섭다가도 어떨 땐 하나도 안 무섭워. 사람이 죽어서 귀신 되는 거 아니니? 다림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구.
다림: 아저씨 얘기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근데 귀신이 방귀를 뀌나?
씬 75. 병원 앞.
걸어 내려오는 정원과 정숙.
씬 76. 사진관.
폴라로이드로 현상기의 사진을 찍는 정원, 하얀 백지에 현상기 작동 법을 적으며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에 번호를 매긴다.
씬 77. 정원 집 마루.
난에 물을 주고 있는 아버지.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씬 78. 정원 방.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는 정원, 아버지 그림자 다가오다 멀어진다.
같이 조깅하던 유지수 회원님 소식 아시죠?
석원: (긴장하며 쳐다보면)
트레이너: (다가오며) 모르셨어요? 교통사고로 사망했대요.
조깅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