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 작가를 만나다 / 임정자

[임정자]

정은혜 작가를 만나다 / 임정자

전남도립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지혜의 숲 도민 강좌 신청 안내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출현한 정은혜와 엄마 장차현실 모녀의 책이야기마당 강연한다는 내용이다. 정은혜는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이다.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궁금해 바로 신청했다. 10월12일 목요일 19시, 핸드폰 달력에 입력해 놓고 알람설정했다.

누구나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소할 방법을 시도했지만, 외부 환경을 버티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내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되지도 않은 글들을 자주 썼다. 일기에 불과하지만, 글을 쓰면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취미로 글을 쓰고있다. 마음의 근육을 만들 수 있어 좋다. 서툴더라도 꾸준히 쓰려고 노력한다. 나를 건강하게 해주니까. 그래서 시설 사람에게도 한가지 집중 하는 취미를 갖게 해 주고 싶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정은혜 작가처럼 행복하면 되지.

남자 스물다섯 명, 여자 다섯 명의 지적장애인들과 함께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신체는 스스로 걷고 먹는다. 하지만 인지는 3.4세 아이와 같다. 떼쓰고 어리광 부리고 화나면 집어 던지고 아기 같은 언어로 욕구를 표현한다.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 은광학교를 다니는 별(가명)은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학교에서 커피와 빵 만들기를 배운다. 곁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직업활동 하면서 자립을 꿈꾸어도 될 듯하다. 하지만 선임은 배움이 의미 없다고 말하곤 했다. 그녀는 남학생을 너무 좋아한 서른여섯 살 아가씨다. 이성 앞에서 예뻐 보이려고 화장도 하고 몸을 비틀어 애교를 부린다. 천생 여자다. 연애 세포가 살아있다. 산책하다 들꽃을 꺾어 와 남자친구 달(가명)에게 주면서 "너랑 결혼 할 거야" 수줍게 말하고 뒤돌아 뛰어간다.

시설 주변 해안도로가 있어 이용자와 함께 산책할 때마다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어느 날, 별도 사진을 찍고 싶다 했다. 핸드폰 카메라를 열어 주고 방법을 알려 주었다. 처음엔 심하게 흔들렸고 자기 손이 카메라 렌즈에 닿아 찍히지 않을 때가 잦았다. 어떨 때는 꽃만 있든지 사람만 있든지 서로 어우러진 사진을 찍지 못했다. 별이 찍은 사진과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다시 시도하게 했다. 그렇게 몇 달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자, 꽃과 사람이 어우러진 사진이 나왔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별이도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좋아했다. 해냈다는 기쁨이 있었는지 자주 핸드폰 카메라를 열어 달라고 했다. 귀찮았지만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법 인물 사진도 잘 찍는다. 시설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가정에 통화 할 수 있게 해준다. 별은 동생에게 사진 찍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수요일에 택배가 왔다. 장난감 카메라를 들고 남자친구를 찍어준다고 난리다.

도서관 다목적 강당 지하 1층은 한산했다. 강의실 들어가는 문 앞에 작가 그림책이 네 권 진열해 있었다. 그 중 '은혜 씨의 포옹'을 집어 들고 읽었다. '용기'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그릴 수 있었던 건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큰 용기를 내 그렸다는 말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사실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으려 했다. 마음 다잡고 공부하다가도 게으른 아이가 고개를 들곤 했다. ‘포기하지 않고 쉬어가면서 할 거예요.'라는 부분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저장해 두었다. 은혜씨도 그림 그리는 것이 행복했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나 보다. 쉬어가면서 하겠다는 마지막 구절을 곱씹게 한다.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다 되어서야 강연장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도서관 담당자가 은혜씨 가족을 짧게 소개하고 아버지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가족의 이야기를 이끌어 갈 사회자로 인사 한다. 아내가 쓴 '은혜씨 덕분입니다.'를 소개한다. 무대에 대형 스크린을 걸어 놓고 딸이 활동했던 사진을 띄웠다. 관객은 그 앞에 앉아있는 가족을 향해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은혜씨가 일명 스타가 되어 어디를 가든 환대해 준단다. 엄마 아빠보다 수입이 많아 이전보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며 은혜씨 덕분이다 말한다. 이 책은 딸의 성장과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 놓았다. 장애인이라서 넘을 수 없는 벽을 수도 없이 맞닥뜨리게 된 이야기를 한다. 은혜씨가 알면 상처 될듯 해 말하지 않았단다. 딸의 그림을 모아 첫 개인전을 할려고 전시할 공간을 찾아 계약했는데 주인이 뒤늦게 장애인 그림이라는 걸 알고서 계약을 해지해 당황했다는 말을 듣자. 어눌한 말투 느린 어투로 그녀가 말했다. "내 돈으로 계약하세요" 말 한마디에 관객은 박장대소했다.

계속해서 작가는 이야기한다. 딸을 정규학교로 보냈지만, 비장애인과 친하게 지낼 수 없는 학교 시스템에 분노해 집에서 교육(홈스쿨)했다는 것,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자 은혜씨는 뜨개질하게 되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 모두가 힘들어졌다는 것, 딸이 사회와 소통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이 하는 미술학원으로 그녀를 불러 청소하게 했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것, 딸이 제법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재능 있다는 걸 알고 경기도 양평 리버마켓에서 얼굴 그림을 그리는 곳에 데리고 가 작가들과 함께 그리게 했다는 것 등 지금의 정은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조력자 엄마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자인 아버지가 은혜 씨에게 질문했다. 사람들이 은혜씨 그림을 보고 안 예쁘다고 한다. 사람들이 예쁘게 그려 달라고 할 때 그려줄 수 있어요? 묻자 “저는 보이는 대로 개성 있는 얼굴을 그려요”​

[솔향]

솔직한 은혜씨! '우리들의 블루스'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저도 가고 싶었는데 일 때문에 못 갔네요. 그 드라마 때문에 이번 겨울에 한라산에 가기로 했답니다.

[황선영]

10년도 더 전인 것 같아요. 어디 월간지에 장차현실 작가 만화 연재를 재밌게 봤었거든요. 참 대단하죠. 저도 알았으면 갔을 텐데 아쉬워요

[이팝나무]

저도 <우리들의 블루스> 재밌게 봐서 이 작가가 기억납니다.
어디서든 당당한 은혜씨를 응원합니다.

[황성훈]

저도 지혜의 숲 단골이었답니다. 목포에 내려가면 여러 선생님 뵐 수 있겠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