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부마항쟁문학상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 이봄희
봄, 막무가내로 뚫고 나오는 것들
정말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어디 눈 똑똑히 뜨고 보고 말 거야, 겨울의 은닉술들이 예상치 않은 보도블록 틈에서, 나뭇가지 끝에서, 양지에서 허락도 없이, 선전포고도 없이 막 나오겠다 이거지
생의 고수들 앞에서 하수에게나 통할 감언이설로 구구절절 허투루 야멸찬 앞날을 논하겠다 이거지
두고 보자는 말 무섭지 않지
어디로 갈지, 말도 않고
제풀에 자취를 끊고 꽁무니 뺄 것 다 아는데
뾰족한 수도 없이 고작 따뜻한 햇살 하나 믿고
대책 없이 밀고 나오는 봄의 앞잡이들
그 최후의 순간을 아는지 몰라
과신은 때로 낭패의 원인이기도 하지
무지하게 변덕 심한 햇살이 열백 번 쨍쨍해도
발등 한번 안 찍히는
저 꿋꿋한 혈기와 두둑한 배짱
왠지 그것들에게 코를 얻어맞거나
멱살을 잡히고 싶은 날이지
어이없이 멍하니 감탄만 할 뿐인
봄날의 현란한 시비 같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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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깊이 사유하고 오늘의 가치로 계승하고자 하는 진지하고 훌륭한 작품이 다수 응모돼 부마항쟁문학상의 성장을 볼 수 있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