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을 왜 그렇게 유심히 보세요?”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뿐이야.”
삶이 조금만 더 달았으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라야키 한 입에 담긴 가슴 뛰는 위로
칸 영화제 초청작 영화 〈앙〉 원작 소설
단팥을 만들며 알게 된 달차근한 삶의 맛
도라야끼는 빵 반죽을 납작하게 구워 그 사이에 단팥(일본어로 ‘앙’)을 끼운 일본 화과자로, 단팥이 그 맛을 좌우한다. 시판 단팥으로 그럭저럭 도라야키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센타로는 알바 모집 벽보를 보고 찾아온 고령의 여성 도쿠에가 난감하기만 하다. 그러다 그녀가 주고 간 단팥을 먹어보고는 생각을 바꾸고 단팥을 만드는 그녀의 다정한 자세를 곁에서 배우게 된다. 함께 만든 도라야키의 맛을 보며, 내일의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게 되는 센타로. 그렇게 팥알 하나하나를 소중히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낸 깊은 단맛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도 그대로 스며든다. 그의 변화를 바라다보는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센타로가 애써 모른 척했던 사실에 발목이 잡힐 때, 그의 행동은 전과 같을 수 없으며, 독자들 역시 다른 시선으로 그를 좇는다.
소외된 고통으로부터 배운 ‘살아간다는 것’의 대견함
무기력한 중년 남성 센타로의 상대역으로 작가는 한센병을 앓은 인물을 그린다. 그 병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은 잊혔지만 혐오와 편견은 여전한 모순된 상황 속에서 생을 ‘살아낸’ 도쿠에는 센타로에게, 또한 독자들에게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끊임없이 존재의 의미를 의심받는 상황 속에서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견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벚꽃이 지면 잎 구경하기 좋은 때라는,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라는 그녀의 말들 속에서 우리는 힘든 일상을 버티고 사는 현재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렇게 센타로를, 또한 독자들을 변화시킴으로써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은 먹먹한 감동으로 남는다.
칸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
독특한 행보의 작가가 길어낸 사람 이야기
작가의 필명 두리안 스케가와는 ‘과일명으로 이름을 짓자면 이왕이면 제일 고약한 것으로 하겠다’는 심산에서 나왔다고 한다. 스스로를 ‘이야기를 짓고 시를 노래하는 광대’라고 칭하며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늘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온 작가다. 이는 그가 ‘두리안 스케가와의 정의 라디오! 장벨장’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백혈병 소녀와의 인연에서 출발한다. 소녀가 죽고 아픈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그는, 이 소설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의 고통을 돌아본다. 그의 시선을 통해 고통 속에서 생을 완수해낸 사람들은 동정이 아닌 경이의 대상, 건강한 본보기가 된다. 그 따뜻한 메시지가 크게 호응을 받아 가와세 나오미 감독, 기키 기린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영화가 칸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원작자로서 레드카펫에 섰을 때,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을 준 한센병 환자와 동행한 일화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