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숙 원고
2-고등어
노혜숙
등줄기 물결무늬는
예사롭지 않은 고려청자였어
용왕님의 사주 받아 오신 것 같아
귀하게 모셨지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렀고
청잣빛이 도는 고등어 등처럼
푸른 깊은 바다의 향연은 끝났어
머리에 얹은 왕관과
보석 같은 눈 피 끓는 박동 소리는
마법이 풀린 호박처럼
서서히 변해갔지
비린내 나는 갑판은
최후의 만찬처럼 엄숙했지
수천 년 지켜온 보물이듯
빛나는 그의 생애는 분명
푸른 옥을 휘감은
고려청자 였어
달빛 갈대
어스름한 저녁
강둑을 걷다 보면
흐트러진 백발 나부끼는
갈색 코트의 노신사
비틀거리기보다는 같이 서 있고
흔들리면서도 함께 견디고
혼자이기보다 서로 어울리는
흔들린다는 것은 단단히 익어가는 것
달빛에 인내를 가르치는
바람의 말에
홀로 설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
가을 햇빛에 무르익은
덥수룩한 수염이 멋있게 자란 건
이겨낸 것들에 대한
삶의 지혜가 있음을
노신사는 배웠다.
오후 미용실에서
미용실 앞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도도하게 입술을 내밀고 있는
브로마이드* 아가씨
오래도록 삶을 매만지던
앞치마를 벗고
자동 유리문을 연다
나를 위해 투자를 할 거야
유난히 예뻐 보이는
요술 거울 앞에서
옥수수수염 같은
머리카락에 주문을 건다
꽁꽁 말려 올라가는 헤어롤이
가파른 암벽을 타는 내 삶 같다
살다 보면 가끔 궁색을 보일 때도 있지만
나이 지긋한 주인의
반쯤 벗겨진 메니큐어에
힘을 얻기도 한다
헤어드라이어로 날리는 머릿결
빙글빙글 도는 의자에 앉아
반쯤 감긴 눈 속에서도
슬그머니 입꼬리 올리며
유리창 밖 브로마이드 아가씨
윙크를 해준다.
*브로마이드 : 배우나 가수, 운동선수 등 인기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노 혜숙(시) 추천작 /달빛 갈대
2021~현재 :속초 교육 문화원 문예창작반 수강 중
2021 제20회 전국 여성 환경 백일장 장원 수상
2017 제17회 전국 여성 환경 백일장 차상
1999 전국 요식업중앙회 백일장 우수상 수상
2023 제 49회 신사임당문예 경연대회 장려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