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앞 유리에 보이는 검은'점'들의 정체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나 혹은 바깥에서 차량의 앞 유리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검은색 테두리도 감싸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창문 가장 자리를 따라 수많은 검은색 물방울무늬나 점들도 가득한데요. 차종마다 디테일한 형태도 다양해서 물방울무늬가 규칙적으로 작아지기도 하고 부드럽게 옅어지는 그라데이션 패턴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수입차에서는 로고나 특별한 형상이 패턴 무늬 대신 자리 잡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수많은 점들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길래 자동차마다 적용되어 있는지, 오늘 이 시간에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은 물방울무늬의 정체: 프릿(Frit)
운전자라면 한 번쯤은 궁금해 볼만한, 차량 앞 유리의 수많은 점들의 정체는 우선 공식적으로 프릿, 프릿 밴드(Frit 또는 Frit Band)라 부릅니다.이게 도대체 왜 있나 싶겠지만, 쓰임이 아주 다양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장치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차량에 적용되어 왔습니다. 주요 기능은 자동차 앞 유리의 안정적인 부착 및 유지이고 그 외에도 자외선 차단 등 부가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라믹 도료로 만들어진 프릿
먼저 이 프릿의 정체는 세라믹 도료입니다. 구체적인 성분은 차이가 나겠지만 도자기 표면에 화려한 색과 무늬, 광택을 낼 때 쓰이거나 불이 닿는 금속 조리기구를 코팅할 때도 널리 사용이 됩니다. 세라믹 도료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고열이 필요한데 자동차 앞 유리의 프릿 역시 고온에 노출시켜 가공한 상태이므로 차주가 긁어 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프릿의 존재 목적은?
1. 프릿 밴드가 있어야 유리가 차체에 부착 가능
기존 '50~'60년대까지 자동차 유리 테두리엔 금속 틀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차차 접착제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이 접착제를 보호하고 접착력을 유지시키는 방법이 필요했는데요. 자동차 유리를 차체에 붙이기 위해서는 유리 표면 가장자리에 액상 세라믹 도료를 실크 인쇄한 뒤 열처리 과정을 거쳐 벗겨지는 것을 막고 강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프릿’입니다.
부착을 할 땐 접착제를 사용해 테두리 전체를 시공하는데 유리가 매끄럽기 때문에 뛰어난 접착제라도 금속에 붙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프릿 밴드는 의도적으로 유리보다 거칠게 표면을 가공해 접착제가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돕습니다.
프릿 밴드의 디자인적 효용
앞유리는 단순한 구조가 아닙니다. 2장의 유리 사이에 투명필름인 PVB(Poly Vinyl Butyral)가 들어가 있는 접합유리로 면적도 넓어서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죠. 최근엔 HUD(Head Up Display)가 적용된 모델이 있어 고가의 편광필름이 사용되는데 가격차이가 5배 가까이 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앞 유리는 단단하게 고정돼야 하며 당연히 접착면은 꾀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불투명한 프릿 밴드는 넓고 지저분할 수 있는 접착면을 훌륭하게 가려줄 수 있습니다.
2. 태양광으로부터 접착제 보호
태양빛에 포함된 자외선, 가시광선, 엑스선 등은 화합물(두종 이상의 원소가 결합된 물질)과 만나 광분해를 일으킵니다. 단단한 플라스틱도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부서지는 것과 같이 접착제 역시 직사광선을 맞으면 그 기능을 빨리 상실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생산된 지 오래된 차라고 해서 갑자기 앞 유리가 빠지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어, 프릿 밴드를 통해 태양광으로부터 접합부위를 보호해 접착 능력을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릿 밴드의 부가적인 기능은?
앞 유리 접착면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프릿 밴드가 필요하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만, 프릿의 전형적 패턴, 물방울 패턴이 작아지는 디자인을 특별히 적용하는 이유가 있을까 생각됩니다. 이 패턴과 디자인에 관련된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론 제조공정의 어려움에 기인했다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정밀도와 연관된 망점(Dots)
해상도가 낮았던 과거 신문을 확대해보면 다양한 크기의 망점을 볼 수 있습니다. 프릿 밴드를 만들기 위해선 유리에 유약을 입히는 공정이 필요한데 정밀도가 떨어졌을 과거엔 프릿 밴드 경계의 품질이 균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나온 것이 ‘망점기법’이었을 확률이 높은데요. 이후 기술이 진보하면서 특정 모양을 망점 없이 넣기도 하고 완전한 그라데이션으로 프릿 밴드 테두리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부터 망점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다면 굳이 이런 디자인으로 변화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룸미러에 유독 프릿이 많고 넓게 분포된 이유: 태양광 차단
앞 유리 상부 특히 룸미러(Rear-view Mirror)에 빛이 닿는 부위는 특별히 프릿 밴드가 넓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운전자가 룸미러를 봤을 때 눈부심이 생기는 걸 방지하고자 함입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망점 또한 아주 촘촘해서 전방 주시를 위한 앞 유리의 기능은 거의 없다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기타 거론되는 기능들
프릿 밴드에 망점 등이 없으면 열전도가 달라 유리 제조과정에서 변형이 생기고 햇빛에 전면 유리가 달궈지면 또한 뒤틀린다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앞 유리 중앙부와 가장자리의 열 분포가 달라 상이 왜곡될 수 있는데 이걸 망점 디자인이 줄여주고 전방 시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언뜻 그럴듯하지만 유리 녹는점이 1,700℃이고 넓은 보닛 등 철판이 유리나 프릿 밴드보다 빨리 달궈진다는 걸 감안하면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다소 떨어집니다.
여기까지 밋밋할 수 있는 자동차 앞 유리를 디자인적으로 보다 특별하게 해주고 기능적으로 효용성도 높은 프릿 밴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70년 동안 자리했던 이 스타일이 미래의 자동차 시장에서도 적용될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단순한 자동차의 앞 유리이지만 프릿 밴드처럼 세심한 기술이 적용된 것을 보면, 자동차는 정말 현대 공학의 결정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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