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도올 일기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도올 김용옥 님의 <난세일기>를 읽었단다.
도올 김용옥 님의 쉬운 듯 어려운 철학 강의를 가끔씩 보곤 하고,
그의 직설적이면서 시원한 비판에 속이 뚫리는 기분을 같이 느끼곤 했단다.
더욱이 무능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거침없었고,
시대를 보는 눈을 배우기도 했단다.
그래서 아빠는 김용옥 님의 글과 영상을 즐겨 보곤 한단다.
이 말도 안 되는 시대, 김용옥 님은 가만히 계시지 않고,
행동하는 지식으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신다.
검사 권력에 의해 소환되실까 걱정이 들기도 하더구나.
이 시대에 대한 비판을 <난세일기>라는 책에 쏟아부으셨단다.
읽다 보면 다 시원하면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마저 들더구나.
우리나라 권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소불위 권력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김용옥 님은 이 시대를 난세(亂世), 그러니까 어지러운 세상으로 보고 계신단다.
2023년 4월 24일부터 2023년 5월 24일까지
한 달 간의 일기 속에
권력의 비판이 담겨 있고,
옛 선인들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김용옥 님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한 삶의 교훈도 담겨 있었단다.
김용옥 님의 책들이 그러하듯
어려운 부분들도 있어서 쉽게 읽어나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과 주장에 많이 공감을 했단다.
1. 비판들
시작은 우리나라 현정부에 대한 비판이 실려 있단다.
얼마 전 녹색평론에서도 이야기되었던
양곡관리법을 거부한 대통령을 비판하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가는데,
농민들은 여전히 보수 정당에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였단다.
아빠도 그 점이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역시 보수 정권에서 농민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편 정부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 농민들은 보수 정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는지 말이다.
연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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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
일정수준 이상 초과생산된 쌀의 정부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을 대해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가뜩이나 쌀농사가 위축되고 있는 판에,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식량이 무기화되고 있는 이런 중대한 시기에 돈많은 정부가 가난한 농부의 주머니를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요, 졸렬한 시책일 뿐이다. 본시 비토라는 것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농민은 아무리 눌러봐야 끽소리 못한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에 비토권 행사의 최적대상으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내가 시골에 강연 나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은 나의 비토비판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태는 농민의 대다수가 보수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사실에 있다. 뻔히 자기를 죽일 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즉 자기를 억압하는 자를 지도자로 모시는 것이다. 무지의 광란일까?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민주”라는 이상은 인간세에 있는 것일 것? 벼라별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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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역사의식도 비판했단다.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 용서를 안 받겠다고 하질 않나,
과거를 잊겠다고 하실 않나. 말문이 막히는구나.
역사를 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했는데,
역사를 잊겠다고 하는 자가 대통령 자리에 있다니,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일제의 침략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데
일본의 용서 하지 않는 역사의식에 지지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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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일본의 강점(强占)은 과거지사, 지나간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50년의 역사일 뿐 아니라, 해방 이후 우리민족의 모든 역사를 지배하는 현존사(現存史)인 것이다. 끊임없이 역사의 의미를 묻게 만드는 현존재의 역사인 것이다. 일본의 강점통치가 없었더라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하여 등장한 미소 양숙의 분할점령도 없었을 것이고, 빨갱이색출도 없었을 것이고, 반공이념도 국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6.25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의 냉전질서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요, 오늘날 소위 말하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쓰레기이념도 이 역사에 발붙일 곳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태극기부대”니 뭐니 하는 보수이념은 결국 반민특위의 좌절로 살아남은 친일파세력이 대간을 이루는 비극적 흐름일 뿐이다. 이런 떳떳치 못한 슬픈 몸부림도 일본의 강점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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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역사의식 까짓 것 생각의 차이라고 통 크게 봐 주자꾸나.
하지만,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왜 우리나라 정부가 옹호하고 지지해 주어야 하는가.
무슨 약점들을 잡힌 것인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구나.
그런데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린다고 하고서는
태평양 어디에 버리는지도 안 알려준다고 하더구나.
정말 괘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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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방사성 오염수의 방류는 코로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구원한 해악을 이 지구 온생명에게 끼칠 것이 분명한데, 지금 윤석열은 키시다의 손을 잡고 아무 대책 없이, 걱정 말라고 하면서 시찰단만 보내면 끝나는 문제라고 웃음짓고 있는 형국이다. 시찰단의 명단조차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잊었는가? 19세기 말, 일본 시찰한다고 파견된 신사유람단 사람들이 결국 나라 팔아먹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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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역사의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고 하는구나.
미의회 연설이 잘 짜여진 연출에 의한 연설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단다.
그 내용을 끄집어 분석을 하면
선교사의 자유와 연대가 한국 헌법의 기초라고 기술한 것은
미국 의회에 아부한 것이지,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단다.
6.25에 대해서는 편협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했어.
적어도 브루스 커밍스가 주장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유도된’ 전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어.
트루먼 대통령의 트루먼 독트린에서 냉전이 시작되었고,
그 연장선상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단다.
…
케네디의 명연설도 인용하면서 비판을 했는데,
김용옥 님의 비판을 읽다 보니 수긍이 갔고,
케네디의 명연설은 명연설이 아니라 막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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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케네디는 말한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
- 취임연설문 중-
너무도 유명한 명언이지만,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다! 그 조국이 어떤 조국인데, 무엇을 하려는 조국인데! 우리 조선땅에서만해도 미군정시기에 정의롭지 못한 족적을 남겼고 또다시 월남땅에 100만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하려는 조국을 위하여 먼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달라구? 초기에는 영장을 받으면 서로 가려고 다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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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올의 생각들
일기 형식의 책이라서,
지은이 김용옥 님의 주변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에 대한 글들도 많이 실려 있단다.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니,
동서양 고전과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현재를 배우자는 이야기도 했단다.
유명한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다신 정약용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사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동학의 기틀을 마련한 수운 최제우와 동학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했단다.
아빠가 알기로는 김용옥 님께서
예전에도 최제우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빠도 최제우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어.
백제의 멸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의자왕이 말년에 사치와 타락에 빠져 백제가 멸망한 것이 아니라,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멸망했다고 하는구나.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니 의자왕을 안 좋게 기록했을 수도 있겠다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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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백제의 멸망을 두고 의자왕 말년의 사치와 타락을 운운하는 것은 사가들의 상투적 근인(近因) 지어내기에 불과한 짓이다. 그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영민한 결단으로 국력을 신장시켰던 해동증자 의자왕이 갑자기 타락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실상에 와닿질 않는다. 그러나 그가 말년에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적대해서는 아니 되는 국가를 적대하여 패망일로로 직입하는 오늘날의 꼴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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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민족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고 하면서
풍류(風流)에 대해 많은 지면을 통해서 이야기를 했단다.
풍류라는 것이 그냥 즐길 줄 아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아빠였는데,
김용옥 님께서 좀더 철학적으로 정의를 내려 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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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풍류”는 하나의 로칼한 종교단체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고유한 현묘한 도, 즉 길(way)이다. 그 도는 그렇다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종교와 같은 조직적 힘을 가지며, 군생(群生)을 접화(接化)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유•불•도라는 종교철학의 핵심내용을 다 포섭하는 우리민족 원래의 철학이요, 문화요, 삶의 방식이다. 외래종교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풍류는 이 민족에게서 사라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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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용옥 님이 일본인 친구와 전화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그 일본인과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양국의 정치판에 대한 비판도 했단다.
그러면서 키시다 일본 총리에 대한 평가를 한 부분이 있는데,
방사성 오염수의 폐기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니,
키시다 총리가 악랄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공감이 가더구나.
어쩌다 같은 시기에 일본과 한국의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지 원…
하늘은 동아시아를 버리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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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키시다는 아베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물입니다(여기 번역을 ‘악랄하다’라고 했는데 그가 쓴 표현은 “히도이”였다). 아베는 순진한 데라도 있어요. 이념적인 경직성은 있어도 그렇게 교활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키시다는 매끄럼하게 생겼지만 악랄합니다. 도덕적 판단이 없이 가지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취하고 마는 인물이지요. 일본인들은 그의 영도 아래 더욱더 타락하게 생겼습니다. 소수의 입장에서 일본의 대세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기력하게만 느껴집니다. 저도 답답하게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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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도 열불내면서 읽었는데,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쓰면서도 또 화가 나는구나.
좀 진정 좀 해야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오늘 오전 11시에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연구자들 248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책의 끝 문장: 상향~
책제목 : 난세일기
지은이 : 김용옥
펴낸곳 : 통나무
페이지 : 360 page
책무게 : 468 g
펴낸날 : 2023년 06월 15일
책정가 : 18,000원
읽은날 : 2024.01.22~2024.01.24
글쓴날 : 2024.02.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