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매화가 피어야 진정한 봄이 왔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광양매화마을에 매화축제가 시작되면서 봄이 왔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애석하게도 구제역과 AI 여파로 매화축제가 취소되었다. 매화축제는 취소되었지만 청매실농원은 정상적으로 일반에게 개방하기에 봄기운을 느끼기에 문제는 없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강 건너편의 하동에도 숨겨진 멋진 매화마을이 있지만, 마을 주민들 외에는 아는 이가 없다. 하동읍 목도리에 자리한 하저구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필자는 하동에 내려온 이듬해인 6년 전에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국도변을 따라가다 보니 섬진강변에 소담스럽게 핀 매화가 매혹적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가 내려다 보이는 빼어난 전망과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마을에서 좋아하는 매화를 가꾸며 펜션을 운영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의 2번째 펜션 후보지로 좀찍어 두었던지라 이곳은 아무에게도 공개를 하지 않고 땅을 알아보면서 그동안 계속 사진을 촬영했던 곳이다.
지금은 필자가 처음 마주한 하저구마을에 비해 훨씬 매력적으로 변해 있다. 6년 사이 새로 심은 매화나무도 많이 늘었고, 나무가 자라면서 훨씬 풍성해진 꽃을 보여준다. 거기다 경전선 복선화 공사로 인해 섬진강교가 놓였다. 하동-광양을 잇는 2번국도의 교각도 섬진강을 가로지르며 세워져 전망이 훨씬 좋아졌다. 이제는 매화와 기차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멋진 포인트까지 생겼다. 복선화로 이전한 하동역에서 1.8km 거리라 기차를 이용해 접근하기에도 한결 좋다.
하저구마을은 섬진강을 대표할 수 있는 매화마을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광양매화마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마을을 관광객이 찾지 않는다는게 의아할 정도다. 하저구마을은 국내 최대 재첩산지로 알려진 마을이다. 5~10월 사이 재첩잡이철에는 간혹 사진촬영을 오는 이들이 있다. 다른 때는 몰라도 5~6월 사이에 방문해보면 매화나무가 많다는걸 알 수 있을텐데도 필자 외에는 매화를 촬영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촬영포인트가 되는 곳은 하동읍 부두길 77번지에서 출발하면 된다. 입구에 차량 2대 정도 주차할 수 잇는 공터가 있고, 50m 정도 안쪽에 10여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강변도로에서 계단을 올라 좌측길로 들어선다. 소나무 뒤쪽으로 올라가서 뒤돌아서면 2번국도 교각과 섬진강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만개한 매화 뒤로 섬진강과 섬진강교를 함께 담으면 멋진 사진이 된다. 기차를 함께 담으면 작품사진으로 손색이 없다. 기차는 하루 4회 왕복 운행이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후 1시 15분과 1시 22분 사이에 2대의 기차가 연속으로 지나가기에 점심을 먹은 후 방문하면 좋다. 다음 기차는 오후 4시 34분에야 지나간다. 오전에는 9시 10분과 9시 46분에 2대의 기차가 지나가기에 이 시간대도 촬영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