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락볼트 적게 넣고 시공 적발/ 조선일보>
일부 터널 '락볼트(Rock Bolt·붕괴 방지 자재)' 70%까지 빼먹고 시공
락볼트(Rock Bolt)는 지름 2.5㎝에 길이 3~5m의 건축 자재다.
흔히 공사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철근과 유사한 모습이다.
4m짜리는 개당 1만7000원, 5m짜리는 개당 2만1000원가량에 거래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자재가 터널 안전성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안건혁 교수는
"락볼트는 장식을 위한 자재가 아니라 구조재(構造材)이기 때문에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자재"라며
"락볼트를 설계보다 적게 시공하면
자칫 대형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보를 받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시작됐다.
검찰 조사 결과 업자들은 '락볼트 빼먹기'에 바빴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고속도로 주문진~속초 5공구 현장소장을 맡은
구산토건 양모(47)씨는 설계상 락볼트 1만8350개를 시공하게 돼 있었지만,
전체의 32%에 해당하는 5930개의 락볼트만 넣었다.
1만2420개의 락볼트를 빼먹고도
양씨는 설계대로 락볼트를 모두 시공했다며
한국도로공사에 공사 대금을 청구했다.
결국 양씨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8억3681만원을 '공돈'으로 챙겼다.
[사진]
한 고속도로 터널 공사 현장에서 락볼트(위쪽)를 터널 상단에 시공하는 장면.
터널 공사는 발파 후 폐석을 제거한 뒤
암석 표면에 2차례 특수콘크리트 시공을 한 후
볼트형 철근 자재의 하나인 락볼트를 일정하게 삽입해
터널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작업(락볼트 시공)을 한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검찰 수사와 한국도로공사의 자체 점검이 시작되자,
건설업자들은 자료를 위조하는 데 급급했다.
동부건설이 시공한 홍천~양양 11공구 현장소장 김모(48)씨는
지난 6월 락볼트 8390개를 시공하지 않은 사실이
탄로 날 상황에 몰리자
공급업체가 작성한 거래명세표 10장과 세금계산서 10장을 위조해
도로공사에 제출했다.
홍천~양양 6공구를 시공한 대우건설 박모(50) 현장소장도
락볼트 1만4322개를 적게 시공한 사실을 숨기려고
지난 7월 '주요자재검사대장'을 위조했다.
세월호 사고로 온 사회의 관심이 안전에 집중되던 시기인데도
서류위조 범행이 계속된 것이다.
검찰이 도로공사와 함께 조사한 121개 터널은
2010년 이후 도로공사가 발주해 착공한 곳으로 한정됐다.
한정된 조사였지만 터널을 부실시공하고 공사 대금을 과다 청구한 업체는
시공사 22개, 하도급사 49개 등 71개에 달했다.
건설업체들은 부실시공을 통해 터널 한 곳당 1억~8억원씩
총 187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번 수사 결과를 통해
국내 수많은 터널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사용한 일명 나틈(NATM) 공법이
최근의 터널 공사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실시공이 확인된 고속도로 이외에
고속철도, 국도, 지방도 등의 터널 공사에서도
나틈 공법이 많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도로공사와 감리용역 업체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이들은 락볼트 등의 자재 반입 수량과 품질을 검수해야 하지만
아예 검수 자체를 하지 않거나
거래명세표와 같은 송장만을 확인하고
반입 물량은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로공사와 감리용역 업체 관계자는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
건설기술관리법에 뇌물을 받지 않았다면
부실 감리를 하더라도 형사처벌하지 못하고
벌점만 부과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처벌 조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앞으로 적발된 공구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벌여 문제가 발견되면
재시공 또는 보강공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남준 기자
2014/10/10 03:03
출처: 조선일보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4101000115
(터널락볼트적게넣고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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