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해의 산을 찾아서........
이곳 진해(鎭海)는 내가 젊었던 시절 군(軍)생활을 하였던 곳이며 한때의 꿈과 혈기(血氣)를 발산했던 곳이기도 해 고향을 찾는 그런 기분으로 다시 찾은 곳이다.
전국에서 모인 상춘객(賞春客)과 함께 장복산을 오르는 벚꽃터널은 그야말로 꽃과 함께 어우러진 인산인해(人山人海)였겠지만 계절이 바뀌어 가는 순간이라 지금의 산길은 많이도 조용한 편이었다.
1965년도 3월 18일부터 1967년 9월 2일까지 군 생활을 이곳 진해에서 마쳤지만 다시 찾은 진해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워져 어리둥절하기만 했었다.
하긴 강산(江山)이 변해도 몇 번이고 변했을 당시의 추억 속 진해를 찾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지리산 영신봉(1,652m)에서 시작하여 김해의 동신어산(457.6m)까지 내려뻗은 낙남정맥의 산줄기가 김해시와 창원시의 경계를 이루는 용지봉(743m)에서 곁가지를 내린 줄기가 불모산(802m)과 웅산9703m)을 거쳐 천자봉(502m)을 끝으로 남해바다에 잠기는 의미 있는 산줄기를 오늘 어우러진 꽃들을 추억하며 정다운 회원님과 함께 답사(踏査)해 보는 것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2번국도이기도 한 대발령에서 천자봉으로 오르는 산길이다.
시작부터 계단길이라 많은 힘도 들었지만 대신 시원한 해풍(海風)으로 다스려 주는 기분만은 정말 짱 이었다.
일망무제(一望無際)란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주고 간간히 올라오는 해무(海霧)는 산 높이를 더욱 높게 무대장치를 하는 것 같았다.
정상에서 진해를 바라보며 진해의 옛날 모습을 순간순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말끔한 20대의 군인이었는데......
해군통제부와 해병교육 사령부가 있는 진해만엔 많은 배가 정박해 있었으나 군함은 보이지 않고 유람선 같은 큰 배가 보이기도 했었다.
깨끗한 등산로에 문화 시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아주 기분이 좋다.
앞쪽 철탑과 시설물이 있는 웅산(709.9m)의 위용과 진해 쪽의 짙은 숲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주변의 등산로는 무슨 방갈로입구 같이 나무로 만든 계단이 품위 있고 운치 있게 만들어져있어 아름다운 산을 더욱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었다.
약간의 바윗길이라 조심해 가면서도 멀리 보이는 시루봉이 모성애를 느끼게끔 어머니의 젖꼭지 같았으나 가까이 갈수록 크고 웅장하여 그 위압감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그 무슨 중압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주변으론 나무계단으로 통로도 만들고 쉼터도 잘 갖춰진 도시근교의 공원같이 잘 꾸며 놓았고 치성을 많이 드리는지 양초와 향, 소금 등이 많이 있어 환경을 저해하는 것 같아 약간 언짢았다,
또한 이곳부터 아래정자(대피소)있는 곳까지는 아방궁의 입구처럼 지그재그로 만든 나무계단이 아주 고급스럽게 만들어져있어 그 좋은 산에다 1경(볼거리)을 더 보탠 것 같기도 했다.
아주 많은 돈을 들인 같긴 한데 호화스럽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부족해 보이지도 않으며 고상하게 장식한 진해시에 찬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힘겹게 오른 천자봉(506.8m)은 이름에 걸맞은 바위들이 많았으며 빠르게 사진 한 장 찍고는 선두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혀 보기위해 안간힘으로 따라 가기도 했다.
옛날 남해화학의 융성했던 그 시절을 그려보며 옛날 철부지 시절이 한편 그립기도 했다.
지금도 약간의 그런 경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이제는 인생을 조금씩 정리해야할 때가 차츰 가까워지고 있는 무렵이니 어느덧 놓쳐버린 나의 시간을 이어볼 욕심으로 오늘도 산을 찾는 초로(初老)의 나를 발견하곤 그나마 산을 찾을 마음이라도 갖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흐뭇해하기도 하는 것이다.
상대의 칼날 같은 조언(助言)이 나를 괴롭혀도 그 말을 오히려 아름답게 다듬어 영원한 내 것으로 만들며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으로 양심을 주고받을 때 진정 살아가는 재미를 한결 더 느끼게 될 것이다.
맥 산행을 다 하고나면 산줄기에 대한 행복에 흠뻑 젖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허전하고 그렇게도 강했던 그 의욕(意慾)은 어디가고 초라한 모습으로 산행도 많이 게으르진 그런 모습에 자신을 책망해 보기도 하지만 지난날의 그런 나를 찾아볼 모든 지수가 없어 오히려 일찍 마친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오늘의 산행은 연기신청을 해 놓았지만 너무 많은 자리가 비어 있어 한 자리라도 채워볼 심정으로 담담 의사 모르게 나 왔던 것이다.
사실 임플란트 시술을 했는데 병원 측에서 산행을 극구 말려서 듣는 척 했지만 산과의 거리를 둔다는 것 도저히 갑갑해서라도 참을 수 없었다.
덕분에 하루 재미나게 남쪽 남해바다 구경과 옛 추억속의 한때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회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감사합니다.
아름다운강산 정병훈 하문자.
첫댓글 추억어린 군시절 진해의 천자봉 산행이 즐거웠네요. 경치가 정말 좋습니다. 진해의 벗꽃도 유명하지만 높지 않은 명산들이 많아 좋습니다. 덕택에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당일 명산 산행으론 최고 명소였습니다.
진짜 힐링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