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올해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박찬호는 거액의 몸값을 받으며 텍사스로 이적, 명실상부한 '스포츠 재벌'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서는 두산이 삼성을 누르고 6년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300만 관중시대를 다시 열며 프로야구 부흥기를 맞이했다.
메이저리그는 애리조나가 '원투펀치' 랜디 존슨-커트 실링을 앞세워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올해 야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국내외 10대 뉴스를 선정, 한해를 다시 정리해본다.
1. 박찬호 텍사스 이적
'코리안 특급' 박찬호(28)가 8년간 정들었던 LA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박찬호는 5년간 7,100만달러에 계약, 메이저리그 투수 중 5위에 해당하는 몸값(평균 연봉 1,420만달러)을 받게 됐다. 투수진이 허약한 텍사스에서 제1선발로 뛸 박찬호는 미국 남부의 무더위와 먼저 전쟁을 치러야 할 판.
2. 두산 기적의 우승
페넌트레이스 3위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이 1위팀 삼성의 20년 우승 염원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정상에 올랐다. 해태시절 9차례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면서 불패신화를 일궜던 삼성 김응용 감독은 처음으로 고배를 마셨다. 올시즌 한국시리즈는 유래없는 타격전이 이어지며 '핸드볼 시리즈'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3. 김병현 월드시리즈 무대에
'핵잠수함' 김병현(22ㆍ애리조나)이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다. 플레이오프에서 3세이브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김병현은 월드시리즈 4ㆍ5차전 9회말에서 잇따라 동점홈런을 허용하는 등 세이브에 실패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팀이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 챔피언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4. 이종범 복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일본 진출 4년만에 다시 한국무대에 복귀했다. 해태를 인수한 기아에 복귀한 이종범은 3억5,000만원의 연봉으로 이승엽(3억원)을 제치고 프로야구 최고 연봉선수가 됐다. 8월2일 이종범의 복귀전이 열린 인천구장에는 만원관중이 들어서는 등 이종범은 연일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한국 프로야구의 부흥을 이끌었다.
5. 프로야구 다시 300만 관중시대
매년 감소세를 보이던 프로야구 관중이 올시즌 다시 300만명에 육박했다. 지난 2년간 양대리그로 진행됐던 프로야구가 올시즌 다시 단일리그로 복귀, 4위팀까지 받을 수 있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기 위한 하위 5개팀의 치열한 다툼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프로야구 관중 증가에 한몫했다.
6. 삼성-SK 사상 최대 빅딜
삼성과 SK가 선수 8명과 현금 11억원을 포함한 사상 최대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은 김기태 김상진 김태한 김동수 이용훈 정경배를 내줬고 SK는 오상민 브리또에다 현금 11억원을 얹으면서 빅딜을 성사시켰다. 또 자유계약선수(FA) 중 최대어였던 양준혁은 '±옵션'을 포함, 최대 27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3년만에 다시 삼성에 입단했다.
7. 신윤호의 뒤늦은 투수 3관왕
94년 고졸신인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던 신윤호가 김성근 감독의 집중 조련을 받고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중간ㆍ마무리를 오간 신윤호는 15승18세이브, 승률 7할1푼4리로 다승ㆍ구원ㆍ승률 3관왕에 올랐다. 신윤호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물론 연봉 2,700만원에서 2002년 1억원을 보장받으며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8. 김명성 감독 급서
롯데 김명성 감독이 시즌이 한창이던 7월24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특별한 지병이 없었던 김감독의 급서는 팀 성적 부진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것으로 밝혀져 프로야구 감독이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 지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현역 프로야구 감독이 시즌 도중 사망하기는 20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
9. 선수협 포스트시즌 보이콧
포스트시즌을 사흘 앞둔 10월4일 선수협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포스트시즌을 보이콧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선수협은 여론에 떠밀려 이틀만에 이를 철회했지만 외국인선수 보유한도 문제는 선수들의 생존과 직결돼 언제든지 다시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10. 드림팀Ⅳ 야구월드컵 4강 실패
구성 당시부터 '군면제팀'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한국대표팀은 대만 야구월드컵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들의 불성실한 플레이와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 등 대회 기간 내내 삐그덕 거렸던 대표팀은 8강전에서 일본에 완패한 데 이어 순위결정전에서도 파나마에 패해 6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