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이 미치는 인적 범위(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판결)
<사실 관계> A는 Y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면서(이하 ‘이 사건 차용금 채무’), 그 담보로 A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제1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A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Y에게 이 사건 차용금채무에 대한 그때까지의 미지급 이자 등을 3000만원으로 확정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2004. 4. 20. Y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제2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했다. 그 후 X는 A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했고, X는 Y를 상대로 이 사건 차용금 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를 청구했다. X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해설> 민사상의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행사할 수 없게 된다(민법 제162조 제1항). 이 때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됨으로써 채무를 면하는 이익(이른바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이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시해 왔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100098 판결 등). 이 사건에서 X는 종래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A가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그 포기의 효과는 제3취득자인 X에게는 미치지 않으므로 X는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원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다음,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뤄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X의 주장을 배척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상대적 효과’의 취지를 합목적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기존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할 당시에 이미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해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제3자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