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평균이 4.2%, 대만 자취안지수 4.5%,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 0.67%, 홍콩 항셍지수가 1.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다 AI 버블론, 엔캐리 트레이드 되감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이 3분기에 21%로 정점을 찍고 10~12월에는 18%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AI 산업 투자 랠리는 영원하지 않다. 결국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힘을 잃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21달러(4.36%) 떨어진 배럴당 70.34달러에 거래를 마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이 특정 데이터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 정도로 크지 않다. 가톨릭대 경제학과 양준석 교수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FRB의 실업률 장기 목표 4.1%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직 경기침체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증시 급락은 실제로 경기침체 우려 가능성이 커지기보다는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선은 오는 6일 발표되는 8월 비농업 고용지표에 쏠린다. 이 지표는 지난달 예상치인 18만 5000명을 크게 밑도는 11만 4000건을 기록하며 경기침체 우려를 촉발했다. 월가에서는 신규 고용이 10만 명 이하가 되거나 실업률이 4.4~4.5%로 오르면 FRB가 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 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FRB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41%로 1주일 전보다 5%포인트 올랐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미국 경기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0.5% 금리 인하와 큰 폭의 달러 약세 가능성도 작아져 투자심리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오는 4일 미국 구인·이직 보고서, 5일 8월 ISM 비제조업 PMI, 6일 8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 한국은행 총재, 금리인하 신중한 입장 유지
미국이 0.5%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이는 한은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들은 내수 부진을 이유로 한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그러나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도 "금융 안정 등을 보고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할 때"라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 탓에 금리 인하 카드를 못 쓰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