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4. - 6. 30. 동덕아트갤러리(T.02-732-6458, 관훈동)
길상화사 네 번째 전시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전
전쟁속에 핀 꽃
2018년부터 매년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하여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전쟁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글 : 전시가이드 편집부
민화를 바탕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길상화사’
요즘 미술시장의 가장 뜨거운 장르는 ‘민화’이다. 그 중에서도 모사와 재현 중심의 ‘전통민화’로 역량을 다진 작가들 사이에서 ‘창작민화’라는 장르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창작은 가시밭길을 맨발로 걷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단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고통을 감내하도록 만든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민화전공자들로 구성된 ‘길상화사’는 민화가 가진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노력하는 단체이다.
이들은 2018년부터 매년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하여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전쟁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회원들 모두 오랜 시간 전통 민화를 그려온 전문성을 갖춘 작가들로 매번 전시를 통해 큰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동족상잔의 아픔이 담긴 한국전쟁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이정은 작가는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을 오마주하여, 기존 작품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우리가 몰랐던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전통 민화에서 불로장생의 이상향과 평화를 상징하는 십장생도를 전쟁의 폭력성과 대비시킴으로서 ‘평화로운 산천에 총구를 겨눈 자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으나, 결국 그 총구는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냉전구도의 패권전쟁에서 같은 민족에게 총을 쏘아야 했던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작품에 담았다.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북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김삼룡 작가는 불화의 감로도를 바탕으로 어수선하고 힘이 없는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젊음을 바친 영웅들의 넋을 위로하는 작품을 구상하였다. 점점 잊혀져가는 전쟁영웅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마음을 담은 작품은 총 5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우측하단 전쟁의 발발과 함께 변변치 않은 무기로 맞서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전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피난행렬을 표현하였으며, 좌측하단에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을 모습을 담았다. 좌측상단에는 장병들과 민간인들의 희생을 외면한 집권자들의 모습, 우측상단에는 죽어가는 전쟁의 희생자들을 표현하고 있으며, 마지막 중앙에는 서민들이 힘을 모아 남북화합과 통일을 이루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
길상화사 회장이기도 한 권매화 작가는 두 개의 해바라기로 각각 낮과 밤을 표현하여 남북간 화합을 상징하였다. 70년간 자연의 질서가 반복되고 순환되는 시간 속에서 겹겹이 쌓인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는 아물고, 새로운 생명들이 잉태되어 세상에 밝은 희망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열망을 작품에 담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해바라기 속 행운의 상징인 무당벌레가 코로나를 박멸하여 힘든 시련과 고통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조명숙 작가는 전쟁터의 잔혹한 참상에서 벗어나 남편과 아들을 군에 떠나보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담았으며, 전쟁의 아픔을 대물림 받은 간접적인 피해자로서의 상처와 불안감을 군복으로 표현했다. 1950년 당시 대립된 이데올로기의 상처와 참혹했던 전쟁의 상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지금은 군복과 서로를 향해 준하고 있는 총구만이 상징처럼 남아 세대를 이어 반복되고 있으며, 여전이 우리의 자유와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넥타이는 크로아티아 병사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목에 걸어주었던 데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작품 속 넥타이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수많은 장병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과 전쟁 없는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자 하였다.
두개의 힘(力)이 충돌 했었다.
쿵~~~쾅~~~악....
음성(音聲)은 공기와 물을 따라 들려온다.
상처, 고통....!
온기(溫氣)없는 나비들의 춤! -이영원 작가노트-
윤영희 작가는 휴전 70년,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을 지척에 두고 있는 현실의 갑갑함과 절박함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자는 의지를 작품에 담았다. 계곡마다 잠겨있는 아픈 역사가 마치 물결처럼 굽이치는 가운데 ‘서조(瑞鳥)’의 큰 날개를 빌린 여인이 아름답게 날고 있는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상을 염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여명의 작가들이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한국전쟁의 상처와 한, 남북 간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창의적인 작품을 구성하였다.
전통 민화로 다져진 작가들이지만, 민화가 가진 ‘민중성’과 ‘해학성’을 바탕으로 현 시대의 사회적 문제와 현대인의 생각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창작 민화’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방향성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길상화사’라는 이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는 창의적인 작품으로 계속 만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