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 큰 세상
아침이면 정원을 거닐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늘 그 옆에 있는 작은 연못을 들여다본다. 연못 속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작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 흰색, 노란색, 검은색, 붉은색의 물고기들이 수초 사이를 누비며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연못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물고기 수를 세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정확히 세기란 쉽지 않다. 어떤 날은 열다섯 마리쯤 보이고, 또 어떤 날은 스무 마리가 넘게 보인다. 아마도 연못에는 스무 마리 이상의 물고기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가끔은 스무 마리 가까운 물고기들이 한곳에 모여 원을 그리며 함께 헤엄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큰 물고기가 앞장서고 작은 물고기들이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세계에도 나름의 질서와 조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도 어린 치어와 제법 큰 금붕어들이 함께 어우러져 헤엄치고 있었다. 떼를 지어 다니는 녀석도 있고, 홀로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녀석도 있었다. 어제보다 훨씬 많은 물고기들이 눈에 띄자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새로운 식구가 늘어난 듯한 반가움이 밀려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이곳 시니어타운의 풍경이 떠올랐다. 새로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웃이 되어 가는 모습이 연못 속 물고기들과 닮아 있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참 따뜻하다.
연못 속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나의 삶도 돌아본다. 오래 머물던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살아가는 일은 또 다른 행복을 선물해 준다.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황혼의 삶이라고 해서 설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맺으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보람으로 채워 갈 수 있다. 오늘도 연못 속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