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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확신
흐릿한 통증이 점점 더 확연해지고, 그러면서 그 얼굴이 점점 더 밝아졌다. 무슨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진은 기억을 더듬을 수가 없었고. 오직 그 얼굴만이 밝아질 뿐이다. 그 얼굴은 갸름하다. 이슬이 또르르
흐를 정도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턱 선과, 오똑한 콧날에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눈. 뭐라 말을 하는
그 입술은 도톰하여 훔치고 싶을 정도로 붉다. 언뜻 입 꼬리가 올라 간 것도 같다.
"..여비?"
저도 모르게 진은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 얼굴이 방긋 웃는다. 보조개가 들어가는 귀여운 얼굴이다.
“내 이름 기억하는 구나? 그래-, 잠을 자니까 좀 낫니?”
생긋거리는 얼굴. 반가움이 어린 것을 보니 많이 지루했던 모양이다. 낯선 이 집에서 유일하게 상대하고
싶은 진. 자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저 그가 깨어나기만 빌었던 여비는 퍽 즐거운 듯 미소
짓지만. 진은 어제 유리에게 호되게 당한 고통이 점점 커지고, 여비가 자신의 자는 얼굴을 계속
주시했음을 깨닫자 짜증이 났다.
“또 네 얼굴을 보니 아프려고 한다.”
“심술궂긴. 예쁜 말을 못하는 구나 넌?”
무심한 말에. 여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두 팔을 걷어 부치곤 말한다.
“상처 좀 보자.”
“무슨 말이야?”
“상처 좀 보자. 어제 내가 얼러준.”
얼러준다는 말에 진의 미간이 구겨진다. 이에 여비는 뭐가 즐거운지 미소를 보이고 여비를 보면 볼수록
상처가 쑤시는 진은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여비는 다시금 상처 좀 보자며 진을 쑤셔댔지만 진은
묵묵부답. 짜증만 낸다. 이에 여비도 실증이 났는지 다시 풀썩 의자에 주저 앉고, 무릎을 세워 작게
쪼그린 뒤 팔을 괴고, 곧 턱을 괸다. 부스럭, 나는 옷 소리. 곧 죽을 날이 다가오는 진의 아비는 신음도
기침도 하지 않은 채 침상을 차지하고 있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무서운 눈 바람소리만 울린다.
“심심해.”
한시를 못 참고 여비가 다시 진에게 말했다. 진은 눈을 여전히 꼭 감은 채 아무런 답이 없다.
“여자를 대해는 태도가 영 불량하구나 넌. 그래서 어디 장가나 가겠누?”
심술궂은 어조에 단순한 진은 벌떡 일어나고, 이에 여비는 꺄악-, 이라는 장난 섞인 비명을 지르며 그
곁을 떠난다. 그리고는 커다란 눈을 초롱초롱 깜빡이며 기대한 얼굴을 하고 진을 보는데. 아마 진은
이제서야 여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님을 깨달았는지. 체념한 듯 낮게 한숨을 내쉬고 오란
듯이 손짓한다. 이에 여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의자에 앉고 침상에 기댄 진을 똘망 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참으로 얄밉다. 헌데도 밉다는 생각이 안 드니, 웃길 노릇이다. 그 마음 다 알고 있다는 듯. 여비는 생긋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마치 그녀는 세상에서 한 명쯤은 자기를 미워할 지도 모른 다는 가능성이 농후한 이
이야기는 상상도 못하는지. 진도 당연히 자신을 미워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고. 그 당당함은
나면서부터 사랑을 받아온 옛 비류국 공주의 천성이겠지만 진에게는 그저 묘한 아이로 보일 뿐이었다.
가녀린 소녀의 목소리로. 허나, 귀여움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로 여비는 말한다.
“난 고구려에서 왔어. 사실, 비류. 그 곳이 내 고향이다.”
“누가 물어 봤어?”
“그렇게 까칠할 필요 없대도. 어제는 내가 너의 그 구구절절 한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니, 오늘은 내
이야기도 들어줘. 안달 날 지경이야. 사실 난 수다쟁이거든.”
그러더니 다시 까르르 웃는다. 이 아이는 말릴 수 없다. 장단에 맞춰 놀아주기로 작정했는지 진은
평소보다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방금처럼 일부러 심술궂게 굴지도 않는다.
“그래, 비류라 허면..”
“예전의 비류국. 고구려의 왕이 정복한 곳이. 내 고향이야.”
“..왜 이 곳으로 온 거야?”
“나올 때는.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단지, 그 곳을 벗어나고 싶었어. 갑갑했다. 나를 옥죄는 것이. 나는
싫어 죽겠는데 아버지는 좋아하셨어. 나는 죽어버리고 싶은데, 나는 나 몰라라 하고 모두가 기뻐하니
속이 상했다. 내겐.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이었어. 그 뿐이야.”
“용감한데”
“그래. 유리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는 진보다는 훨씬.”
심술궂게 여비는 말하고는 입을 가리며 쿡쿡 웃는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진은 주먹을 들었겠지만
어쩐지 그도 피식피식 웃고 있다. 같이 비수가 되는 말이라도 여비가 말하면 다르다. 이상한 노릇이다.
여비는 묘하다. 해서 인지, 곁에 오는 것이 싫지도 않고. 이렇게 자기를 놀려 대는 것도 밉지 않다.
그때.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눈이 들어왔다. 여비도, 진도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그들의 시야의
끝엔 자모가 있다. 헌데 그녀가 이상하다. 마치 넋이라도 빠진 듯, 온 양기를 귀신에게 빼앗긴 사람처럼
허허한 표정으로 숨만 몰아 쉬는 것이다. 의아한 얼굴로 여비는 진을 바라보고, 진도 여비를 바라본다.
자모도 그들을 바라보다 이내 진을 응시하더니 후우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무슨 일 있어요?”
진이 물었다. 자모는 흘깃 그를 바라보다 말이 없다. 평소의 그녀가 아니었다. 투덕투덕하게 생긴 얼굴
그대로 투박하고 꾸밈없는 그녀가 아니었다. 예리하다. 그리고 심각하다. 마치 예전 대갓집의 아씨를
모시던 그 때의 모습이다.
“별 것 아니다. 그냥 손님이 왔을 뿐이야.”
자모는 말했다. 평소보다 다른 어머니의 말투에 진은 낯설었지만 그저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손님이라.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심부름이라도 맡으면 큰일이다. 귀찮은 건 둘째치고 오늘은 몸이 좋지
못하니까. 진은 게으름뱅이처럼 이대로 자신의 침상에 몸을 뉘이고 싶다. 헌데, 이 얄미운 계집은 그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호기심이 가득해진 포도알 같은 눈동자로 진을 바라본다.
‘나가 보자!’
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진은 자신이 매우 화났음을 알리기 위해 미간을 구겼다. 허나 그것이 여비에게
통할 쏘냐. 진의 소맷자락을 쥐고 몇 번 꼼지락거리던 여비. 이내 입이 비죽 나오고 역시 묘하게도
그것에 마음이 쓰이는 진이다. 할 수 없다. 어제 밤 진 빚도 있으니. 짜증 섞인 어투로 말을 툭툭 뱉으며
여비가 건네는 겉옷을 걸친 진. 여비는 그저 진이 자신을 따라 준다는 것이 좋은지 미소만 짓고 있다.
아픈 진이 눈발이 차가운 바깥으로 나간다는데도, 자모는 여전히 넋을 놓은 채 낡은 의자에 앉았다. 멍,
하니 진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늙고 쳐진 눈엔. 왠지 모를 안타까움, 그리고 죄스러움이 섞여있다.
어느새 자모의 늙은 눈에 눈물이 어린다. 본디 타고난 것을 빼앗기는데도 빼앗김을 모르고, 속고
있음에도 속는 것을 모른다. 속이 터지고 억울할 노릇이다.
*
유리는 저도 모르게 손에 들던 잔을 놓아버렸다.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이 금와왕의 후실
유화부인이라는 것도 믿겨지지가 않는데, 어머니는 생긋생긋. 유리 평생 처음 보는 환하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하셨다.
“유리 너에겐 할마마마가 되신다. 어서, 인사 드리지 않구 무얼 하니.”
어안이 벙벙한 유리를 보며 예씨부인은 무에가 즐거운지 연신 웃어 보인다. 그 얼굴이 어찌나 환한지
아침과 반대로 그녀의 얼굴은 꽃이 핀 것처럼 보였고, 그 덕에 그 얼굴은 10년이나 더 젊게 보였다.
어리둥절한 유리에게 근엄하고 낮은 목소리가 말한다. 낮고 영롱한 목소리. 귀한 진주와도 같은 그런
목소리다.
“한번도 말 해준 적이 없느냐? 네 어미가 말이다.”
“..무엇을.”
유리는 차마 유화부인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유리 평생 저렇게 화려한 귀부인을 본 적이
있을까. 귀부인. 아니 유화는 그런 단어로 설명해버릴 위인이 아니다. 그녀의 아들은 고구려의 왕이고
그녀의 남편은 금와왕이다. 왕의 어머니이자, 왕의 남편. 한낯 귀부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위인이 절대
아닌 것이다.
그를 증명하듯 여인의 고고한 눈매와 다부진 입가는 유리를 압박한다. 유리는 그녀와 눈도 마주칠 수
없을뿐더러 고개도 마주할 수 없다. 유리는 모든 게 무섭고 떨렸다.
유화의 뒤에 선 검은 옷을 입고, 유리만을 주시하는 사내도 무서웠고. 어머니와 안면이 있는 사이긴
하지만, 지금은 웃음을 거두고 심각한 얼굴로 역시 유리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내도 무서웠다. 특히 그의
뒤에서 살벌한 눈을 하고 역시 유리를 주시하는 커다란 도끼를 뒤로 묶고, 칼을 찬 두 사내도. 죄인 같은
기분이 든다. 입이 바짝 바짝 말랐다.
이윽고, 유화의 얼굴에 실망이 어린다. 고작 이런 아이가 주몽의 아들이란 말인가. 허나- 하나뿐이 없는
손자녀석이니 실망은 곧 사라지고 이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만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볼수록 자꾸만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찌 막을 방도가 없었다.
묘한 얼굴이다. 며느리를 닮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주몽을 닮은 것도 아니다. 며느리도, 주몽도
키가 큰 편인데 유화가 보는 유리는 보통의 키의 보통의 체격인, 그런 평범한 아이다. 그런 의문은 비단
그녀만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오이장군 또한 서린 눈매로 유리를 응시했다. 장군의 매서운 눈과,
유화부인의 고고한 눈에 정신을 못 차리는 유리는 고개를 떨구고 있고. 그 모습에선 주몽을 찾을 수가
없다. 실망스럽다. 아무리 범 같은 아비 밑에 범 같은 자식 없는 법이라고 하지만. 주몽이 유리에게 거는
기대를 생각하면, 이는 아니다.
“손을 내어보아라.”
노골적으로 유리를 뜯어보던 유화부인은 고고한 어투로 말했다. 그러자 유리는 재빠르게 두 손을 내어
보인다. 비단 부채를 너른 소매에서 내어 보여 표정을 가린 유화부인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
눈으로 뜯어본다. 아이의 손은 하얗다. 언뜻 보아 부드럽고 유들하며 손가락도 길어 계집들이 보면
좋아할만한 손이다. 특히 손톱의 끝까지 매끈하고 깔끔하니 두 말 할 것도 없이 고운 손이다.
이에 다시 유화부인은 실망한 듯 미간을 구기고. 오이 장군 또한 표정이 좋지 않다.
“사냥은 즐기지 않는 것이냐?”
유화부인의 질문 뒤,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유리는 고개만 쳐 박은 채 그 어떤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
유화부인, 궁에나 있을 금와왕의 후실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것이 여전히 믿겨지지 않은지
유리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이에 예씨부인은 뭐 이것이 큰 일이냐는 듯 여전히 그 꽃다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한다.
“유리는 활보다는 책을 사냥보다는 독서를 즐기는 아이입니다. 어찌나 학식이 깊은지, 어미인 저는 이미
아이에게 뒤진 지 오래지요. 이 아이를 가르칠만한 사람은 이미 이 마을에 없나이다.”
자랑스러운 듯. 말하는 예씨부인. 그녀의 번뜩이는 눈에 어린 그 독한 마음을 알아채는 사람은 아마 이
방에선 아무도 없으리라.
“왕께서. 학자를 필요로 하실지 의문이다.”
유화는 그리 말했다. 어느새 손자를 바라보는 눈은 고깝지 않다. 그녀는 할미로써, 한도 없는 애정을
유리에게 쏟을 수 있지만. 그녀는 지금 손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주몽은 소서노의 자식들이 아닌,
유리를 고구려의 태자의 자리에 올리려고 한다. 책. 글. 분명, 제왕이 되는 덕목 중 하나겠지만. 이제 겨우
나라를 연 고구려에겐 다른 이야기다. 주몽이 그 시작을 했다. 허면 그 다음 왕이 될 유리를 주변을
장악하여 도약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헌데, 사냥도 즐기지 않는 그런 아이라. 사냥도 못해본 아이가 과연 전쟁을 할 것인가? 지금 고구려에
필요한 것은 타인의 피다. 헌데 저 아이가 그 일을 능히 해낼 수 있을까?
유화부인은 오이장군을 올려다보았다. 그 또한 같은 심정인지 표정이 좋지 않다. 그를 확인하고
유화부인은 제 확신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고뇌하는 얼굴로 이마를 짚은 유화부인. 이를
지켜보는 예씨는 여전히 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유리는 여전히 겁을 먹을 얼굴이고. 이가 유화부인의
시름을 더욱 더한다.
아들은 저 아이에게 온 기대를 걸고 있다. 헌데 저 아이는 유화부인에게 조차 겁을 먹어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속이 상한다. 허나 별 수 없는 노릇. 유화부인은 못마땅한 마음을
감추며 예씨부인에게 말한다.
“아가, 너는 똑똑한 아이니 내 예까지 온 이유를 알겠지. 그래. 왕께서, 아이를 찾으신다.
여기 계신 오이장군께서 유리를 데려갈 게다. 장군께서도 바쁜 몸이시니, 너는 좀 이르다 하겠지만
내 오늘 밤중에 사람을 보낼 거다. 아마 내일이나 당도할 태니 너흰 지금부터 채비를 해라.”
한편, 유화부인의 곁에서 조금 멀어져 기둥에 기댄 채, 유리를 응시하던 자귀는 문득 예리한 귀를
거스른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차가워진 서린 눈매의 그. 유리와 유화부인의, 한쪽의 일방적인
대화라고 해도 좋을 건조한 대화 속 섞이는 간드러진 웃음을 놓치지 않은 그는 곧 창가로 걸었다. 그의
행보에 오이장군이 시선을 돌리고 이윽고 자귀가 거칠게 창문을 열어버렸을 땐 과연, 계집이 있고 그
곁에 사내가 있다.
“겁 없는 놈들. 감히 뉘의 이야기를 엿듣느냐!”
자귀의 호통에 진은 미워 죽겠다는 듯 여비를 바라보나, 여비는 낼름 그의 등 뒤에 숨은 지 오래였다.
손님이 왔다는 소리에 나와보자는 것도 여비, 문 앞을 지켜선 병사들을 보고 그냥 처소로 돌아가자는
진의 말에도 끝내 우겨 창가아래 서서 오가는 이야기를 엿듣게 된 것도 모두 여비의 탓인데. 자귀의
써늘한 눈과 핏빛 어린 칼날과 마주한 건 오히려 진이다.
“그..그것이 아니오라..”
서늘한 자귀의 얼굴은, 변명이 통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자귀의 목소리에 주변에서 지키던 병사들이
진과 여비의 곁에 모이고 진은 저도 모르게 여비의 손을 쥐었다. 여비 또한 그 손을 꼭 쥔다.
“…진?”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말이 없던 유리가 창가를 보며 낮게 읊조린다. 이에 예씨부인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자귀가 있는 창가로 향하고. 이윽고 병사들에 의해 둘러싸인 여비와 진을 보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허나 곧 표정을 바꾸고 자귀를 보며 말한다.
“이 아이들은 우리 하녀의 아이들입니다. 들었다 하여도 전혀 상관이 없는 아이들이니….”
그러나, 자귀는 이내 창가에서 뛰어 내리고 예씨부인은 초조한 얼굴이 되어 흘깃 유화 부인을 바라본다.
바깥의 소동이 무언가 의아한 그 얼굴을 본 예씨부인은 분을 억누르느라 이마에 핏대가 섰다.
‘내 그리 진을 단속하라 일러 두었거늘! 몹쓸 년. 마마께서 돌아가시면 추궁을 할 것이야!’
“별 일 아니오니 괘념치 마시어요 마마.”
허나 표정을 바꾸고 말한다. 달콤한 구름 같은, 살가운 그 목소리로.
“별 일이 아니라니요, 일초가 급하고 위험하옵니다. 천한 아이들이 입을 놀려 행여 다른 자의 귀에라도
들어간다면 왕자님의 신변에 위험이 생길지도 모르옵니다.”
모든 마음을 감추고 그녀는 그리 말했다. 허나 오이가 그 말을 가른다. 싸늘한 표정의 오이는 곧
예씨부인을 스쳐 창가에 기댔다. 역시. 머리를 풀어 해친 곱상하게 생긴 사내아이와, 그 사내아이의 곁에
붙어선 의외의 겁이 없는 커다란 눈망울로 여기 저기를 보는 여자아이. 그들 앞에 자귀가 서있고 자귀는
사내아이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번뜩이는 그 칼날의 빛에 사내아이의 얼굴이 더욱 훤하다. 오똑한
콧매며 뚜렷한 눈매. 다부지고 야문 그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 오이는 호통을 치려다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그 때 자귀는 문득 고개를 돌려 오이장군을 바라본다. 그의 싸늘한 눈은 곧
살기가 어려있다. ‘죽이겠다.’ 자귀는 그리 말하고 있다. 그래, 바깥으로 퍼져 나가면 위험한 내용이니
차라리 저 두 아이를 죽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저들에겐 가혹하지만 유리의 목숨은 저들의
목숨보다 더 귀하지 않은가.
오이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서둘러 고개를 돌려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스쳐 유화부인이
창가로 향한다. 오이장군은 다시 유화부인을 따라 창가에 서고. 그와 동시에. 살기를 빛내는 자귀의 칼이
하늘로 치솟는다.
그 칼 빛이 머무는 사내아이의 얼굴. 그 얼굴이 유화부인의 검고 검은 두 눈에 어린다. 유화부인은 곧
자신도 모르게 자귀를 향해 소리친다.
보았다. 유리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바로 그 아이를.
“멈춰라!”
유화부인의 외침에 예씨부인은 슬픈 얼굴이 되어 유리를 응시하고. 역시 아무것도 모르겠단 얼굴로 턱을
괸 유리는 창가 쪽만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진 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늙은
노부인을 바라본다.
※
이번 소설은 너무너무 어려워요.
인생경험이 짧다보니, 내면 서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리왕 이야기를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워낙 인생이 드라마틱하고 험난하기에 나오는 인물들도 진짜 많고
하나하나 연구하고 자료찾으면서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짧은 제 필력이
그치만 열심히 힘내서 해볼겁니다.
다만, 좀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제대로된 글을
들고오기 위해 일주일에 한편만 올리기로 했어요.
지금 써둔건 8편까지 있지만. 다시 한번 정리를 해야할것같네요.;
아예 연중하는것도 아니니 보시는 분들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ㅠ_ㅠ......
신중하게 결정했답니다. ;
그럼, 오늘도 역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아아..히제이님♡너무 재미있어요~~기대 할게요!!
부족한 소설, 재밌게 읽어주셔서 매번 너무너무 고마워요♡ 열심히할게요!
진의 얼굴에서 그의 모습을 본것인가?다음이 궁금해서 음..빨리 보고싶네요..수고 하셨습니다.
그렇지요~ 다음편 지금 열심히 수정하고 보충하고 있답니다. 어려운 주제라 더욱 만전에 기하고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매번 감사합니다. ^^♡
왠지모르게 진과 여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ㅁ; 그리고 유리보단 진이에게 더 마음이 가요오!
진과 여비! 음 두고보세요!ㅋㅋ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유리보단 진에게 마음을 쓰시네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매번 감사해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소님 수능끝나서 속시원하시겠슴다 ㅠㅠ
와악! 진이가 선머슴이아니었군여ㅜㅜ[?] 진의모습이 기대되요♡ 헌데 머리가 쵸큼딸린 전 약간 어려운부분도있는거같아요ㅜㅜ다시한번천천히읽어봐야겠어용!!
님들님들 다 눈치챘어!!!ㅋㅋㅋ 매번댓글감사해요 내가뭘?님♡ 어려운 부분이 있으시다니 ㅠㅠㅠ 다 제 필력의 문제지요 죄송합니다.
님!! 하신수 있어요!!! 근데... 역시 진이가=_=..?? 으히히히히!!!! 역시!!! 여비♡진?? 담편 빨리 올려주세요~
으히히 감사해요!ㅋㅋㅋ 여비♡진? 러브구도라면 그렇게 될까요? 다음편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ㅠㅠ 지금 나보구엔 올라왔구요, 내일 인소닷에 올릴 계획이랍니다. 감사해요 ^^
왠지 진이와 유리가 상황이 바뀐 것 같아요 아~ 헷갈리네요ㅠㅠ 건필하세요~~~~><
진이가........아들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