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박스만이 살길이다’님의 “가장의 탁구이야기”를 읽다가 느껴서 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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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네요.
빗방울이 두껍네요.
가을의 누런 시신을 씻고
겨울의 황량한 바람을 맞이하는,
씻김굿의 빠른 굿거리장단이 스산합니다.
저는 작년 예순 살에 탁구에 입문하고 올해 환갑을 막 지난 사람입지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둬 시간 이상씩, 매일 2년간을 투자했지만
아직 기초가 부족하여 5부의 능선은 멀기만 합니다.
조기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날들이었습니다.
30대보다 네 배를 투자해야 그들과 비슷하고
40대보다 세 배를 노력해야 그네들과 어울리고
50대보다 두 배를 힘써야 뒤쳐지지 않음을 알았기에,
웬만한 분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돈과 힘을 퍼부었습니다.
과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와 비슷하거나 늦게 시작한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고
구 대회나 시 대회에서 예선은 무난히 통과할 정도는 되었으니까요.
목표는 과도하게 높게 잡았습니다, 5년 내에 3부,
사실 이것은 목표가 아니라 상상이나 공상이지요.
이의 실천을 위해서는 내년 초까지는 5부가 되어야한다는 초조감.
이의 달성을 위해서는 나의 능력을 넘는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
이런 과정에서 더딘 발전의 죄를 자신에게 묻지를 않고 라켓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하옥시킨 녀석들이 일반 라켓 6자루, 수비 라켓 6자루, 합이 12자루이니
나의 독선과 독재가 얼마나 가혹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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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이 그냥 만들어지겠습니까?
하루하루, 그렇게 ‘무리’를 한 결과가 ‘예상대로’ 정확히 나오더군요. :
한 달 전부터 허리가 아프더니 지금은 서 있어도 왼쪽 엉덩이가 쑤시고 다리가 저립니다.
보름 남짓을 꼬박 쉬니 증상은 조금 호전되지만 여전히 통증이 남습니다.
무조건 쉬는 게 정답이지만 참지 못하고 일주일 전부터 시합은 안 하고
운동량을 1/3로 줄여 백쪽에 롱핌플 ox를 달고 전진블록을 하거나,
허리를 거의 안 쓰고 가벼운 초핑을 하면서 놀고 있습니다만
허리가 나을 기미가 전혀 없습니다.
아~ 몇 달간 완전 탁구를 끊어야 그나마 나을 것 같은데 큰일입니다.
왜 큰일이냐면 탁구를 몇 개월 치지 않으면 흥미를 잃을 수도 있으며,
다시 탁구를 친다 해도 영원한 하수를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초조함이 저를 망쳤지만, 잘 치기에는 늦은 나이인데, 더구나 쉬어야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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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합니다.
때마침 비까지 우울을 도와주네요.
인간의 정의(定義)가 여럿 있겠지만 “의미부여의 동물”이란 말이 가슴에 닿습니다.
의미부여 ; 철학과 사상과 종교가 그렇고, 사랑도 취미도 삶도 그러한 것 아닌가요.
내가 탁구에 의미를 부여하였기에 탁구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던 것이지요.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는
김춘수의 시구처럼 탁구가 나의 꽃이 되었다는데...
이제 꽃의 이름을 잊듯
사랑의 환상을 버리듯
탁구를 떠나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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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러나 자주 실천을 못하는 것 :
무리하지 말라, 과하지 말라, 이들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탁구의 고수는,, 되지 ‘못하기’도 하지만 ‘안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경제력이나 가족 때문에 ‘못하는 것’은 작은 불행으로 큰 행복을 사는 것이며
돈이나 아내 때문에 ‘안하는 것’은 작은 사랑을 버려 큰 사랑을 얻는 것입니다.
무리하지 맙시다.
첫 째, 자신에게 무리를 하지 말 것이며
둘 째, 사랑하는 이에게 무리한 희생을 요구하지 말아야합니다.
(항상 무리하는 무식한 놈이 쓰는 글이라 믿음이 가지 않겠지만......)
삶의 최선은 ‘굵고 짧게’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라고 느껴봅니다.
모든 님들, 부상당하지 말고, 오래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아직 50대 입니다만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딱 제이야기기도 하고요.
어렵겠지만 모두 내려 놓시고 즐탁으로 풀어 보심이 어떨런지요.
이런 말씀조차 송구했습니다.
'즐탁'이 그냥 오겠습니까?
이런 아픔을 겪고서 오는 것 아닐까요?
내려놓아야지요, 잘 치려는 생각, 마음을 낮추면 몸도 편안해지고, 마침내 즐탁이 오겠지요.
ㅎㅎ, 탁구, 참 마력 있는 운동이네요, 매력이 아닌 마력....
저는 40중반에 시작해서 이제 만 4년 지났습니다. 그나마 그때는 젊고 욕심도 있어 좀 오버했는데 요즘은 무리하지 말자가 신조입니다. 계속 무리했으면 4년동안이나 탁구칠 수 없엇겠죠.
공자, 중용을 가장 중시했지요.
무엇에 빠지면 온 몸을 던져 집중하는 자세는 성공을 예약하는 善이지만
그 무엇을 뺀 나머지의 존재를 하찮게 만드는 惡이기도 한 것이니
절제, 즉 무리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삶의 소중한 덕목이지 싶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내용입니다
오래오래 운동할려면 적당히 해야겠지요
어찌보면 3부이상되면 같이 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참 간사해서 소실적을 잘 모르니 ㅠㅠ
더 소중한 많은 것이 있는데.
그런 것을 버리고 하나의 취미에 매진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이기심이지 사랑과는 먼 이야기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님의 일상은 많은 이에게 가르침이 됩니다.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으나 저희 구장에 70대초반에 시작하신분도 늘 즐겁게 운동하고 계세요..어젠가 뒷면 롱을 장착하시고는 8시간을 기계앞에서 연습하시고 어떤날은 제 서브연습에 리시버를 자청하시면서... 결과 보다 사랑과 열정이 본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껏 다른 일로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 시작한 탁구까지 잘 하면 세상 너무 불공평하지요.
그런 이치를 알면서도 남보다 잘하려는 '비교론적 삶'이 불행을 부르는 것 같아요.
예, 즐겨야지요, 오늘을 즐기지 않으면서 내일의 즐김을 어찌 맞이하겠어요.
네 건강이 최고 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모든 망가짐은 탁구에서 비롯되나니
탁구는 허리를 망치고 무릎을 망치고 어깨를 망치나니.....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넵~ 참는 자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려야겠습니다.^^
첫째보다 둘째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글 내용을 보니 현명하신 분 같아 잘 극복하실 것 같습니다.
헤헤, 가장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입지요.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행은 거꾸로 하는.....ㅜㅜ
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그게 참 쉽지않으니...인간이라 그렇겠죠?
그런데 말이지요, 욕심이 없으면 살맛이 안 날 것 같아요.
잘 살고, 잘 먹고, 잘 놀고,,, 마침내 탁구까지 잘 치려는 욕심.
사실 이런 욕심을 버리고 꽃과 나무와 벗하고,
눈높이를 낮추어 베푸는 삶이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라고
저 가슴 밑바닥에서는 아우성을 치는데,,, 아직 철이 안 들었는지......
@이쩜칠 참 순수하신데 빨리 회복하시어 좋아하시는 탁구 많이 많이 즐기세요 탁구 해 보신 분들만이 그 심정을 잘 아니까요...
너무 맘에 와닿는 내용입니다....저 또한 다른 분야의 운동에(축구,수영등)빠져 있다가 부상등으로 인한 이유로 뒤늦게(50중반)탁구에 입문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또한 승부욕이 남달라서 탁구도1~2념 열심히 하면 어느정도 되지 않계나하는 착각에 빠져 노력과 투자를 했지만 점점 갈길이 아~득해 보이고 또한 나보다도 더 훨씬 늦게 입문한 햇병아리(30~40대)들에게 요즘 추월 당하고있어 내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탁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좀더 진작에 시작할 걸, 탁구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 말 걸"......
맞아요.
저는 탁구가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뭐, 1년만 치면 동네에서 재일 잘 치겠지 - 라는 믿음 내지는 용기는
무식해서 만들어진 신기루임을 둬 달이 지나서 알았습니다.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던 그때 그만 둘 걸, 몇 개월이 지나니 중독이 되었습니다.
탁구라는 마약에 빠진 한 인간의 파멸 과정!!! - 영화로 찍어 볼까요,ㅋㅋㅋ
요즘 저도 맘 고쳐먹었습니다...걍 즐기자...지금 이시간 이순간 운동을 하고 있는 이순간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즐탁하고 있습니다....(제나이는 50후반입니다)
저도 같은생각 입니다
부상 없이 그 경지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이미 몸이,,,,
탁구장에 가서 몇 번 똑딱이다가(허리 아파 아주 살살) 의자에 앉아 쉬면서 남들 시합하는 걸 보는 괴리감.
아, 무리하지 말 걸, 조금만 덜 아팠으면....
허나 가만 생각해보면 저는 쉬기만 하면 낫는 병이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세월 조금 흐르면 건강한 몸으로 즐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생활체육의 묘미를 폭넓게 즐겨보세요. 일터가아니니 내멋대로해도되고 안해도되고 좀 무리해도 되고 ㅎ 저는 서너달전에 손에 들고있던라켓이 떨어지는 경험을하고서 탁구를 한달 아예쉬고 치료를 했는대요 그때 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탁구 평생못칠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 요즘 탁구는 부수체계도 너무엉망이고 각종대회도 하향출전에 그기준이란것이 너무 의미없어진것 같아요.. 일터가 아닌이상 스트레스 해소하고 커피내기 한겜하고 커피타주기내기 한겜하고 소소한 재미 느끼며 또 안되는거있음 좀 노력하고 ..그래도 안되믄 되는거로 쓰고.. 생활체육은 나의 가치에 중점을 두면 되지않을까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서민의 소소한 재미가 귀족의 거창한 재미보다 덜할 까닭도 없고
하수끼리의 시합의 재미가 고수끼리의 시합의 재미보다 덜할 이유도 없지요.
낮은 단계에서 깔깔거리며 건강과 재미를 아울러야겠습니다.
비오는 날은 부침개가 생각나잖아요~~ 우울해하지마시고 여지껏 노력하신것 몸에 차곡차곡 쌓여있을거니깐 힘내세요~~^^
비오는 날, 막걸리에 부침개, 좋지요.
그런데 일주일에 다섯 번은 술을 마시는지라....
그래도 오늘은 어쩔수없다, 야호, 밤은 오고 .....
건강이 최고인거같습니다 전레슨4년받다가 허리를 삐긋한데다가 무릎도안좋아서 탁구아예접고 다른운동합니다 지금은 허리도 좋아지고 무릎도좋아져서 보호대같은건 안하구요 근데 문제는 탁구가 재미없어졌다는게 문제입니다 ㅠㅠ 조만간 다시라켓을 잡으려고 요즘 열심히 동영상보고있습니다^^
스트레스 받지마세요 40대 중반인 저와 비슷한 형편인것같아요 막탁구 친지 근 10년되었는데 발전이 없네요 일주일에 한번정도 직장에서 동료와 점심시간 30분 정도 치는게 다예요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재능없는 나로 실망하지않고 그런부족한 나를 용서하고 사랑할려고 합니다 현재 상황내에서 만족할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