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청 쟈켓, 보라색 브이넥 티와 , 머풀러를 목에 감고
조금은 타이트하다 싶은 청바지를 골라 입었다.
핏기없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파우더를 살짝 바르고, 립글로즈로 입술을 마무리했다.
A.m 12 : 38
핸드폰 시계가 시간을 가르키면 화장대 위에 올려진 핸드백을들고 집을 나오는 연수.
집 앞에 대기되어 있는 기사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창밖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초첨없는 눈을.. 서서히 살리려 애쓰고 있었다.
두 눈을 힘껏 꾹 감고선 떳을땐, 연수의 눈빛은 사뭇 변해있었다.
딸랑 /
거리는 문소리와함께, 어느 카폐에 도착한 연수는 자리를 잡아 앉았고
몇분이 지나고 나서 , " 어서오세요 " 라는 종업원의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들어왔다.
검은색 양복쟈켓, 두 세게쯤 양복 단추를 풀어놓고 살짝 보이는 목걸이.
아래로 늘여뜨린 검은색 넥타이와, 블루 진. 하얀색 스니커즈
그 남자의 눈은 누군가를 찾고 있었고, 곧 연수를 발견한 민우였다.
연수를 본 순간, 흠칫했던 민우였다.
생각외로, 아니 생각치도 못하게 얼굴색이 안좋다.
그만큼.. 저 여자 힘들었다는 얘긴가?
"앉아"
조용하면서도 냉정한 말투. 뭐..매력이라면 매력으로 볼수 있는 톤 이었다.
종업원이 오고 연수는 커피를, 민우는 녹차를 시켰다.
잠깐동안의 침묵, 그 침묵을 먼저 깬건 연수였다.
"앞 뒤다 짜르고 중간만 말할께, 나 결혼해. 결혼할꺼야. 그대신 우리 사생활은 따로야.
방도 따로쓰고 , 뭐 사적이고 그런자리 빼고 남남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좋아"
"상대방이 뭘 하든, 무슨짓을 하고 다니든, 아무상관하지 않기로해."
"그래‥"
"상대방 입장 난처하지 않게, 불편한점 없게"
"그래‥"
"이봐. 내 말이 웃겨? 왜자꾸 똑같은말만 하는거야?"
"아니, 막상 힘들어 하는 얼굴 보니까 미안해져서."
애쓰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하얀 얼굴에 비치는 힘겨움이 드러났다.
"나한테 후회할꺼라고, 결혼 어떻해서든 안하겠다고 했던사람이,
갑자기 전화로 만나자고하고, 만나서 하는말이 결혼하자‥사생활은 존중하자.
이런말하니까, 좀 당황스럽기도하고. 무엇보다도 나때문에 괜히 힘들어‥"
"그래서 싫어? 결국 너도 원했던거잖아"
민우의 말을 짜르며 탁 쏘아 붙이는 수연이었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차(Tae) 가 놓여져 있었고, 연수의 말에 민우는 잠시나마 표정이 굳었다.
"나 사랑하는 사람 있다고, 그사람 못잊겠다고 부탁했을때 넌 결혼한다고 했고
장난식으로 넘겼고, 그래서 니가 원하는대로 결혼해준대잖아. 할꺼라고-
괜히 나 힘들어하는거 보면서 , 걱정해주는척 하지마. 좀‥많이 역겨워."
원망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 세상을 , 이 슬픔을 원망할곳이 없어서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타겟이 김민우란 남자였다.
사실 이남자는 잘못이 없다, 잘못이라면야 서울호텔의 외동아들이란 사실이겠지만‥
밉고 짜증나고 무언가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게 김민우가 되었다.
따지고보면 그리 잘못도 없는데‥
"결혼, 생각외로 일찍 진행시키게 될꺼야. 빠르면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할수도있어"
"‥‥‥‥‥‥‥‥"
"뭐 나랑 너는 몸만 가면 되는거니까, 집안에서 알아서 다 준비해주겠지."
"‥‥‥‥‥‥‥‥"
"결혼식하고나서 신혼여행은, 안갈생각이야. 궂이 가라고 하면 난 중간에 빠질꺼니까 -"
"‥‥‥‥‥‥‥‥"
"김민우, 내말 듣고 있어?"
"‥‥ 최연수, 너 지금 충분히 이상해. 그것도 너무 많이."
"뭐가"
"결혼하지말자, 다 내 잘못이다. 내가 욱하는 성질에 장난친답시고 그런거야"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야? 결혼취소못해. 할수있으면 니가해"
"하지말자- 결혼 그냥 때려치자."
"김민우!"
"최연수!!...나 다른새끼 사랑하는 여자 받아줄만큼 너그러운 사람 아니야.
나때문에 다른사람 사랑 깨지는거 싫어. 나 사랑같은거 한번도 안해봤어.
그래서 그딴거 뭔지 몰라도!!! 깨긴 싫어, 내가 지켜주면 지켜줬지 깨진않아!!"
"......지켜줘? 너 지켜줄수 있어?"
"그래. 지켜줄께. 그까짓거 내가 니 사랑 지켜주면 되잖아!!!"
"니가 왜? 니가 뭔데?"
"........몰라, 몰라!"
"...웃긴다, 김민우 당신. 정말 웃긴다. 당신이 뭔데-"
"................"
"지켜준다고 했지?.. 그래 그럼 그약속 꼭지켜. 죽을때까지 잊지말고 있어. 꼭‥
내 사랑 지켜줘야돼. 무슨일이 있어도."
"걱정마. 니 사랑 내가 지켜줄께."
결혼을 안한다는 조건으로 그런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럼 잔말말고 결혼해, 나 정리할수....있어. 그리고...남의여자란 그런소리하지마.
.....약속이나지켜, 내 사랑 지켜준다는거."
정리할수 없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약속을 받아냈다. 드디어 작은 희망 하나를 품에 안았다.
성민을 지켜줄수 있는...이 작은 약속으로, 지켜낼수 있다는....뭐 그런 믿음?
"....후회할꺼야, 이번엔 니가 아니라 내가 말할께. 후회할꺼야 최연수.."
"후회안해."
"너 아파하잖아, 지금 힘들어 하는거 다 보이는데. 그런데 뭘!"
"그건 내 일이야!! 니 일이 아니잖아!!"
"....그래, 그건 내 일이 아니지..."
김민우 일이 아닌데, 자꾸 최연수에게 신경이 쓰인다.
자기방식대로 살아가는 고집불통 여자 최연수에게 자꾸만 관심이 쏠린다.
이거‥ 무슨 증상이냐 도대체.
"....내가 장담하는데 우리 둘 , 모두 후회할 날....꼭 있을꺼다."
민우의 낮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연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벌써부터 후회하고있어, 말 한마디 한마디 뱉어내면서 나 죽고싶을정도로 미쳐가고있어.
그 마음, 니가 알어? 당신이란 사람이 알어?
모르지‥ 알리가 없지. 최연수란 여자를 최연수가 모르는데, 김민우 니가 알리가 없지.
하...
...예고없이 찾아왔다가 예고없이 가는게 사랑이라고 했던가?..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가 면 극◆ [15]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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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0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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