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보석…법무부 호언대로 송환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국가연합으로 세르비아공화국과 몬테네그로공화국으로 구성돼 있다.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를 만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된 포드고리차 공항은 몬테네그로에 있고 재판도 그곳에서 받고 있다.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지난해 5월 폭락했다. 권 씨는 폭락 한 달 전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까지 갔다. 올 3월 24일 아랍에미리트로 다시 떠나려다 체포됐다.
▷테라와 루나는 미국에 본거지를 둔 가상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미국이 사건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권 씨는 국적이 한국이고 한국인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한국도 당연히 관할권이 있다. 미국과 한국이 앞다퉈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범죄인 인도 관련 심리는 권 씨가 체포된 다음 날부터 진행됐으나 그는 1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속한 송환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폭락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달에 발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폐지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재설치하고 이 사건을 1호로 배당했다. 지난해 7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드물게 미국 실무 출장을 떠나 권 씨 사건을 수사하는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찾았다. 올 1월에는 권 씨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도피 사실을 파악하고 단성한 수사단장을 현지로 보냈다. 그가 세르비아 법무부를 찾았지만 몬테네그로 법무부를 찾은 것 같지는 않다. 권 씨는 두 달 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권 씨가 폭락 직전 테라와 루나를 팔아치워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다가 약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현금화했다는 사실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밝혀내 미국 검찰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권 씨를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우리나라 검찰은 권 씨와는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로 국내에 머물던 신현성 씨에 대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하고 지난달에야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다.
▷ 법무부는 수사도 하나 진척시키지 못하면서 송환의 자신감만 내비쳤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권 씨에 대한 송환이 지체되면서 몬테네그로가 사법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실은 권 씨를 국내로 송환해 재판에 넘긴다 해도 미국처럼 엄벌에 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신 씨 영장이 거듭 기각된 데서 보듯 미국과 달리 가상화폐가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아 증권 사기의 적용이 어렵고 적용돼도 형이 미국처럼 중하지 않다. 이제는 어느 나라로든 조속한 송환이 이뤄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급해졌다.
송평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