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 있는 날 오후 4시에 맨해튼에 공연 초대를 받고 망설임이 지나간다. 두 가지를 한날 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간다고 생각을 하는데 몸은 주섬주섬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몽블랑으로 원정간 일행들이 빠져나가 이번엔 세 분 산 할아버지 고수가 오셨다.
우리가 찾은 곳은 삼 년 전 산불이 있어 등산로를 열지 않은 길이였다. 초입에 풀들이 갈대처럼 서서 이슬을 품고 있다.
마치 원시림을 탐험하는 마음으로 설렌다. 나무들이 길을 막고 무더기로 쓰러져 있지만 작은 나를 믿고 배낭도 안 풀고 지나다가
나무 부스러기 세례도 받았다. 곰 선배님은 산을 가꾸고 지키는 자원봉사 일을 연신 사무실에 보고 하신다.
부지런한 비버가 나무를 잘라다 댐을 만들어 나무들은 수장되어 서있고 수련이 가득 피어 호수를 수놓았다.
작은 비버 가족이 큰 산의 지형과 생태계를 바꾸어 놓는다. 산 정상에는 철제 불탑이 세워져 있었고 근사한 식탁과 왕이 앉음직한
의자가 놓여있다. 텃밭에서 모셔온 상추쌈을 내놓자 우린 시합하듯 먹어치웠다.
신 선배님 하모니카 실력이 날로 번성해 찬송가 동요 민요 마구 소화해 내신다. 정상 길은 지름길로 가파르고 하산 길은 평탄하지만 길다.
몸은 이 만보 넘게 걸으며 마음으론 이만 번 삶에 절을 하며 각성과 이완이 반복된다.
산을 가보지 않으면 모를 내 안에 정성스런 또 다른 나를 만난다. 글. 고수수
7.5마일, 5.5시간 산행. 4명 참가.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