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배경은 세계 대공황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2029년의 미국. 2001년 911 테러,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2024년 주요 인터넷 인프라가 마비되면서 수많은 연쇄 충돌 사고와 비행기 참사, 열차 사고 등이 잇달았던 스톤에이지 사건으로 미국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예상보다 빨리 안정세로 회복되었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심각한 물 부족 사태와 실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드는 법. 2029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상 최악의 참사와 맞닥뜨리게 되니, 바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한 금융 쿠데타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인정받으며 달러의 붕괴와 세계적 재앙에 관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는 오늘날,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상상력은 남달랐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치밀한 논리를 토대로 사회ㆍ경제적 혼란에 처한 미국의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통해 계급, 인종, 가족의 역학이 서로 밀접하게 맞물리며 위기로 치달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정치·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친숙한 인물을 통해 스며 나오는 해학과 풍자가 탁월한 조화를 이룬 걸작 《맨디블 가족》은 출간되자마자 미국과 유럽 독자들을 비롯하여 전 세계 문단과 언론을 열광시켰다.
특히 만인의 평등, 부의 분배, 사회의 정의 등 인류의 모든 희망을 위협하는 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서사에 <데일리 메일>은 “현재를 얼마나 소름 끼치게 반영하느냐를 토대로 미래 배경의 소설을 평가한다면, 이 소설은 아주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라 호평했고, <뉴욕 타임스>는 “슈라이버는 예전부터 언제나 두세 걸음 앞서가는 듯 보였지만 이 신작소설을 통해 확실하게 미국 문학의 카산드라로 자리매김했다. 한 권의 소설이 나를 이토록 오랫동안 사로잡은 적이 언제였나 싶다.”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 조사를 해야 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기존 SF 소설과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우선적으로 경제적 디스토피아 세계를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미래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하고, 그에 영향을 받은 미국의 국내 상황을 작품 배경으로 채워 넣었다.
경제는 이 소설을 이끄는 진정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인터뷰 매거진> 저자 인터뷰에서
“세상에서 가장 냉혹한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하는 위기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뛰어난 재치와 마음을 사로잡는 풍자와 해학,
시대정신 이면의 세계를 포착하는 탁월한 작가적 혜안,
인간 심리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이 빛나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미래 세계로의 초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97세의 걸출한 재담가 더글러스, 자기 책이라면 무덤까지 들고 갈 73세의 소설가 에놀라, 이타심에 불타는 중년의 사회복지사 플로렌스, 그리고 늘 경제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13세의 조숙한 소년 윌링…….
미국 중산층 맨디블 가족은 2029년의 어느 날 미국 대통령 단테 알바라도의 연설을 듣고 크게 당황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한 금융 쿠데타에 맞서 미국 정부가 무혈 전쟁을 선포한 것.
하룻밤 사이에 '전지전능했던 달러'의 환율이 곤두박질치고, '방코르'라는 새로운 기축통화가 이를 대체하면서 미국은 보복성 채무불이행을 선언한다.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의 통화 과다제작 정책은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서민들 통장에 남아 있던 수백만 달러의 저축도 순식간에 집어삼키는데…….
“사람들은 늘 그 부분에서 착각을 하죠. 물건들이 점점 비싸진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든 것의 값은 일정해요.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거라고요. 지금 정부는 코너에 몰렸어요. 돈을 빌릴 수는 없죠. 세금을 올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부자들은 이미 높은 세금을 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남은 과세 대상은 엄마랑 에스테반 아저씨 같은 사람들뿐이에요. 양배추도 못 사 먹는 사람들. 대 그랜드 맨의 표현으로는 돌에서 피를 짜내는 셈이에요. 그것 말고 또 어디서 돈을 끌어와야 할까요? 바로 찍어내는 거예요.” -본문 중에서
통화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 그리고 곧 서민의 위기로 이어지는 법! 가장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날만을 바라보고 있던 맨디블 가족은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생득권이 잿더미로 변해버리자 단순한 실망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다. 저작권 에이전시로 부(富)를 축적해온 더글러스부터 괴짜 소년 윌링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적 파탄을 경험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 플로렌스는 비좁은 집에 갈 곳 없는 일가친척을 받아들이며 오히려 노숙자의 삶을 동경하는 처지에 놓이고, 그녀의 동생 에이버리는 물가가 너무 올라 올리브오일조차 살 수 없다고 투덜댄다.
두 자매의 아버지 카터는 초호화 노인원호시설의 비용을 대지 못해 쫓겨난 치매 노인 계모를 떠맡고는 분개하고,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해왔던 그들의 고모 에놀라는 73세의 나이에 돌연 알아볼 수 없게 변한 조국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을 잃은 채 절망으로 허우적대는 이들 가족 중에는 오직 독학으로 경제를 익힌 플로렌스의 아들 윌링만이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듯 보이는데……. 시대정신을 포착하는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해학, 깊은 심리학적 통찰로 현대 사회의 중요한 쟁점들을 강렬하고 비판적으로 다뤄왔던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이번 신작 《맨디블 가족》에서 우리 삶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소재, 즉 돈에 대한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포칼립스적 가상 세계를 선보인다. 맨디블이라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정부와 사회의 역할에 대한 놀라운 통찰과 깨달음을 안겨주는 이 시대 최고의 걸작 장편소설!
“돈은 감정의 영향을 받아. 모든 값어치는 주관적이야. 따라서 돈은 사람들이 느끼는 딱 그만큼의 가치를 갖지. 사람들이 재화와 서비스의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돈을 믿기 때문이야. 경제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종교에 가까워. 수백만 시민들이 통화를 믿지 않으면 돈은 그저 색을 입힌 종잇장에 불과해. 마찬가지로 채권자들 역시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 그 돈을 결국 받는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돈을 빌려주지 않겠지. 그러니까 믿음은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야. 유일한 문제라고.” -본문 중에서
그들 사이에 잠복해 있던 이 돈이라는 녀석은 그동안 카터가 아버지 앞에서 해온 모든 행동과 모든 말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갑자기 극빈의 상태가 되면서 찾아온 변화는 그 규모 면에서도 놀라웠지만 그 성격 또한 뜻밖이었다. 돌아보면 부는 더글러스 맨디블의 천성 자체를 비틀어놓았다. 그로 인해 그는 의심 많고 냉소적이며 냉담한 사람이 되었다. 비밀스럽고 교묘하며 우월감에 찬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가 고령이 될수록 무너져야 마땅한 부자간의 위계질서가 그로 인해 더욱 굳건해지기도 했다. -본문 중에서
“혹시 작년에 앞집에 이사 온 남자 기억나?”
에스테반이 부엌 바닥에 떨어진 양배추 부스러기를 쓸어 담으려고 다가오자 플로렌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브렌던 어쩌고였는데. 그때 내가 자기한테 이제 나 같은 사람은 이 동네의 집을 살 수 없다는 신호라고 말했었잖아. 그 사람이 월 스트리트에서 일한다고 말이야.”
“응, 기억나는 것 같아. 투자은행에 다닌다고 했었지.”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러 가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좀 이상한 얘기를 하더라고. 이 나라에 투자한 게 있으면 다 옮기라고 하더라고. 오늘 당장. 현금을 전부 외환으로 바꾸래. 무슨 현금? 나도 그런 게 좀 있어봤으면 좋겠네. 어쨌든 달러 표시된 자산을 전부 빼내라는 거야. 정말이지, 연극이라도 보는 것 같더라니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렇게 흥분하는 일이 없잖아. 내 어깨를 잡고는 눈을 떼지 않더라고. 이건 아주 심각한 일이에요. 절대 농담이 아니라고요. 이런 눈빛이었어. 좀 웃기더라. 어째서 우리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투자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본문 29~30p
“새로운 국제통화가 그렇게 준비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잖아. 대충 설레설레 계산해서 나온 게 아니야.”
카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금융 쿠데타는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미국 동맹국들도 가담했잖아요. 뭐, 유럽은 아니죠. 그쪽은 제쳐놓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한국…… 여긴 우리가 통일 이후에 수백억 달러를 지원했잖아요?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심지어 대만까지! 다들 집단으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어요!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그러자 더글러스가 말했다.
“우린 고마워해야 해. 대체 준비 통화로 방코르조차 없었으면 달러의 붕괴로 전 세계 경제가 암흑시대로 돌아갔을 거야. 돌멩이로 계란을 사야 했을 거라고.” -본문 74~75p
“뭔가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요. 푸틴과 그의 새 동맹들은 이런 상서로운 순간이 오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들이 달러 붕괴를 야기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 같은데요.”
“아, 그게 바로 백악관에서 내세우는 시나리오지. 커다란 음모다. 국가 안보의 위협이다. 의회와는 상관없으니 각종 지원금 수당을 억제하지 않을 거다. 적자나 국채와는, 혹은 미국 사람들의 뱃살을 본뜬 통화정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악한 외세가 공모하여 세계 최대의 국가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뿐이다. 카터, 오이 하나라도 사본 주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 하나를 알려주마. 지금 미국 달러의 가치가 없어진 건 금리 폭등 때문도 아니고 국제 환율의 붕괴 때문도 아니고 방코르 때문도 아니야. 지금 미국 달러가 무가치해진 건 원래 무가치했기 때문이지.” -본문 76~77p
“달러는 백 년 이상 국제 경제를 안정시킨 역사 깊은 통화야, 윌버. 방코르는 실행 불가할 정도로 제약이 엄격한 건방진 반란군과 다름없다고. 우린 그냥 침착하게 기다리면 돼. 비트코인이 결국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봐.”
그러자 윌링이 말했다.
“역사가 깊다고? 달러의 역사라고 해봐야 체계적으로 그 가치가 떨어진 게 전부야. 한 뭉치의 종이와, 밀이나 석유, 금, 희토류 따위로 바꿀 수 있는 약속어음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난 지갑에 어떤 화폐를 넣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것 같은데.”
“지갑에 방코르를 넣어두는 건 반역죄야, 윌버.”
구그가 그날 오후에 만들어낸 이 별명은 처음엔 애칭처럼 들렸다. 그러나 아닌 모양이었다. 구그가 다시 말했다.
“그 방코르는 휴짓조각이 될걸. 넌 남북전쟁이 끝날 때 남부 연합군 지폐를 잔뜩 갖고 있던 그 어수룩한 얼간이들과 다를 게 없어.”
“내가 어수룩해? 누가 누구 집에 있는데?” -본문 293~29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