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히마리도, 매가리도 없는 눈...
2023년 2월 11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스무하룻날
어영부영 하다보니
짧은 달, 2월도 어느새 중순에 접어든다.
입춘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봄을 마중하기에는
아직은 이르고 겨울의 끝자락이라고 하는 것도
이 산골에서는 조급하고 성급한 속단이겠지 싶다.
해가 많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는 산골,
한낮에는 영상의 기온으로 잠시잠깐 따뜻하다.
이 산골에 봄이 당도하려면 두어 달은 걸릴 텐데
벌써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저만치 앞서 내달린다.
오늘 아침도 기온은 영하 6도인데 말이다.
어제는 전날밤 시작한 눈이 아침나절에 그쳤다.
모처럼 바람돌이를 짊어지고 제설제설을 했다.
약간 습설이라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랫쪽 진입로를 따라 내려가며 혼자 모두 치웠다.
그 사이 넓은 주차장은 이서방이 깔끔히 치워놓아
중앙통로를 거쳐 집주변과 아내의 운동길을 모두
치우고나니 두어 시간이 걸렸으나 힘들진 않았다.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이제 그만 내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함께 교차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찌되었거나 산골살이는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공치는 날이 된다. 출근하는 것도 아닌 백수 촌부는
매일 휴일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그렇긴 하다.
두어 시간의 제설작업이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이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어...
어차피 날이 궂어 할 일도 없으니 핑계삼아 낮잠을
마음놓고 실컷 자고났더니 그새 아내가 난로청소를
해놓았다. 난로청소와 불지피는 것은 촌부 몫인데...
하루가 금새 가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더니 아내 曰,
"오이, 황태포 넣고 골뱅이무침 해놨으니 이리와서
한잔 하슈! 이 세상에 본인은 먹지도 않는 걸 만들어
주는 마누라가 몇이나 있을까?"라며 잔뜩 생색이다.
새콤달콤 짭조름한 맛의 골뱅이무침으로 소주 반병
마셨더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혼자서 중얼거렸다.
"사는 거 뭐 별 것 있나? 이런 재미에 사는 것이지!"
히마리도 없는 눈이 내리고 그치고 치우던 날에...
첫댓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를 보내셨군요...
즐겁게 사시는 모습 정말 좋아 보입니다
그곳엔
눈이 또 왔군요~
멋진 짝지가 계시니 정말 행복 하십니다
오늘 강원도 홍천을 다녀오는데
상고대의 눈을 볼 수 있었답니다. 늘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울동네도 지난 목욜
진눈개비가 내려 출근길에 힘들었답니다,
SUB 차량이 아니었다면 기어갔을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