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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2 (목) 한국·아시아 첫 여성… 124년만에 "노벨문학상에 한강"
“디어(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12월 10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가 문학상 시상자로 호명됐다. 이날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한강은 생중계된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시상식 무대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문학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았다. 한강이 국왕으로부터 증서와 메달을 받는 순간,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일어나 박수를 치며 축하와 경의를 표했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이날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문학 부문 시상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맛손은 한강의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색상이 ‘흰색’과 ‘빨간색’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녀의 (작품 속) 목소리가 매혹적일 만큼 부드러울 수는 있으나,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맛손은 2021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한강의 작품에서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가 끊임없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한강의 작품은 “결코 잊어버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소설 속) 인물들은 상처를 입고 부서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서는 나약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거나 질문을 던질 만큼의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맛손은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한 명으로 올해 수상자 선정에 참여했다. 한강을 호명할 때 맛손은 애초 한림원 연설문을 스웨덴어로 먼저 낭독한 뒤 마지막 두 문장을 한국어로 발표하려고 했으나 최종 준비 단계에서 영어로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자칫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권위 있는 시상식의 집중력과 무게감이 흐트러질 가능성을 우려해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의 작품들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 "상처받고 연약한 인간, 그러나 질문하는 힘"
‘노벨상의 도시’ 스톡홀름에서 이날 오후 4시 시작된 2024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이름은 네 번째로 호명됐다. 한림원 종신위원(전체 18명)이자 노벨위원회 위원인 맛손은 연설에서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연약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약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거나 다른 질문을 하거나 다른 문서를 요청하거나 살아남은 다른 증인을 인터뷰하기에 충분한, 딱 그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 한강 작가는 검은색 롱 드레스를 입고, 손에는 클러치백을 든 채 참석했다.
모든 참석자에 대해 '남성은 연미복, 여성은 드레스'를 원칙으로 하되, 자국 전통 의상은 허용하는 노벨상 시상식의 복장 규정을 따른 것이다. 노벨문학상 증서와 메달을 받는 순간, 스웨덴 국왕과 짧은 대화를 하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다만 관례에 따라 수상 소감을 밝히진 않았다. 노벨상 수락 연설에 해당하는 강연을 지난 7일 이미 한 데다, 시상식 직후 연회에서도 짧은 소감을 밝히는 자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리로 돌아간 뒤에는 증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앉아 있었다.
◆ 스톡홀름 '블루 카펫', 한국인 최초로 밟아
시상식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스웨덴 국왕 부부가 무대에 오른 뒤, 한강 작가 등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도 오랜 전통에 따라 ‘블루 카펫’으로 덮인 단상에 올랐다. 이때 국왕 부부는 물론, 행사 참석자 1,300명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 분야 수상자들이 이룬 성취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행사장인 스톡홀름콘서트홀은 1926년 개관 이래 평화상을 제외한 5개 분야(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 시상식이 줄곧 열린 역사의 현장으로, 한국인이 ‘수상자’로 이곳에 선 것은 한강 작가가 처음이다.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시상식에 참석했었다.
한강 작가는 올해 수상자 11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21명 중 18번째 여성이기도 하다. 이로써 한강 작가는 미국 어니스트 헤밍웨이(1954년 수상), 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 독일 귄터 그라스(1999년), 프랑스 아니 에르노(2022년) 등 세계적 작가 반열에 명실상부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서 한림원은 지난 10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며 한강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 오슬로 노벨평화상 시상식서도 '한강' 언급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스톡홀름콘서트홀과 약 1.4㎞ 떨어진 스톡홀름 시청에서 축하 연회가 이어졌다. 시청사 내 '블루홀'에서 열린 연회의 핵심은 특별 만찬으로, 올해 키워드는 '사과'와 '죽'이었다. 연회 시작 시간(오후 7시)까지 메뉴는 공개되지 않았다. 알프레드 노벨을 추모하는 국왕의 건배사로 막을 올린 연회는 4~5시간 진행되며, 한강 작가는 행사가 끝날 때쯤 수상 소감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 작가는 이날 오슬로에서 개최된 2024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도 언급됐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시상 연설에서 “올해 평화상 수상자는 니혼히단쿄(일본원자폭탄피해자단체협의회), 문학상 수상자는 한국 소설가 한강”이라며 “트라우마와 기억에 관한 한강의 글은 그가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영국 문화예술잡지 화이트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가 했던 “나는 트라우마가 치유되거나 회복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포용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니혼히단쿄는 수상 연설에서 “전쟁(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하고 수행한 국가(일본)가 원자폭탄 피해에 대해 희생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며 한국인 피폭자들의 고통을 지적하기도 했다. / 스톡홀름=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헌정사상 초유… ‘야당표 감액 예산안’ 통과
헌정 사상 초유의 ‘야당표 감액 예산안’이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당은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표결을 강행 처리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재석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 제출 예산안이 야당의 단독 수정을 거쳐 처리되기는 헌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1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한 바 있다. 정부 예비비 2조 4000억원, 국고채 이자 상환 5000억원 외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원)와 특수활동비(80억원)을 깎았다. 여기에 대왕고래 프로젝트(497억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활비(82억5000만원) 등을 삭감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었다.
이에 정부·여당은 야당과 예산안 협상을 벌이며 민주당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을 만나 “내년도 삭감분 4조 1000억원 중 1조 6000억원을 복원하고 야당이 요구했던 예산을 일부 반영해 제안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권에서는 야당이 정부 기능을 흔들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읽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민주당 마음에 안 들었던 기관들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서 ‘민주당의 이야기를 들어라’ 이런 식의 정부 길들이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활비·예비비 용처가 투명하지 않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기재부 입장을 요약하면 예결위에서 감액한 4조 1000억원 중 예비비 2조 1000억원을 복원해 달라는 것”이라며 “감액된 예산을 복원하려면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 예산이 증액되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본회의 심사보고에서 “정부는 예산 감액으로 인해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감액 규모는 4조1000억원, 전체 예산안의 0.6%에 불과하다”면서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일단 예산안 통과부터 처리하고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보충하겠다는 생각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후 추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국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부수법안 20건을 의결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5000만원이 넘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매기는 금투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일을 2025년 1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야가 이견을 보인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재석 281명 중 찬성 98명, 반대 180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계엄 질의장서 군화 벗고… ‘폰 게임’ 공군 소장 혼쭐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된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군 장성(소장)이 정회 중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장면이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신 정신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군의 주요 지휘관 등 고위 장성 50여명이 출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됐다.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인 김선호 차관과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임단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도 참석했다. 계엄 선포 인지 시점과 출동 경위, 주요 임무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사항 등을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며 회의는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회의가 잠시 정회한 오후 7시 40분쯤 식사를 마치고 질의장으로 돌아온 군 장성 한 명이 군화를 벗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해당 장면은 국회방송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지만 게임 삼매경에 빠진 그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약 5분여간 게임을 즐기던 그는 질의장으로 들어온 한 관계자가 카메라를 가리키며 생중계 사실을 알리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세를 가다듬은 뒤 한 차례 카메라 쪽을 돌아봤다. 회의는 얼마 뒤인 오후 9시 속개했고, 그 사이 계엄 질의장 내 군 장성의 스마트폰 게임 사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했다.
이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 날 오전 1시쯤 산회를 앞두고 해당 장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안규백 의원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 사람 누구냐”며 해당 공군 소장을 일으켜 세운 뒤 “당신 정신 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45년 만의 계엄으로 나라가 난리다. 장관이 구속되고, 대통령이 내란수괴죄로 구속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안규백 : “온 나라가 난리인데 당신 정신 있냐”
김선호 차관 : “진상확인 후 확실히 책임 묻겠다”
안규백 의원의 지적에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나도 봤는데 정회 중 개인시간이긴 했다”면서도 “국민이 보고 계신 장소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음을 안규백 의원이 지적한 것이니 유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선호 차관은 “진상 확인하고 확실히 책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장성은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부장인 최모 사령관(소장·공사 39기)이다. 국방대학교에서 안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공군 내 전력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 시국에 그것도 계엄 질의장에서 게임을 하는 게 적절하냐. 해이해진 군 기강과 안이한 현실인식이 드러난다”거나 “정회 중 개인시간에 게임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육사 주도 계엄 사태 때문에 애먼 공군 장성에게까지 불똥이 튄다” 등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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